잡동사니

겨울숲의 산책로를 따라서

nami2 2024. 1. 29. 22:43

며칠동안 혹한의 날씨라고 할 만큼 춥더니 다시금 따뜻한 겨울이 된듯...
걷기 적당한 날씨가 되었기에

자주 가는 사찰의 종무소에 볼 일을 보러 갔었다.
인적이 드문 산길을 혼자 걷는다는 것은 늘  불안함이 도사리고 있었으나
유난히 맑은 소리로 정적을 깨트리는 겨울새들이 있어서인지
잠시잠깐 동안이라도 두려움에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었다.

사찰에서 볼 일을 끝낸 후, 어렵게 갔었던 산길을 되돌아 나오기가 아쉬워서

발길은 자연적으로 숲길로 향했다.

어차피 집 주변에서 매일 걷는 걷기운동이라면, 기왕에 산속으로 왔으니까

숲길도 괜찮을 것 같아서였다.

눈요기 할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메마른 풍경만이 있는 숲길이었지만
얼음이 녹아서 힘차게 흐르는 계곡 물소리가 좋아서
계곡따라 계속 숲속으로 들어갔었는데  아무리 포근한 날씨라고 해도
피부로 느껴지는 바람은  여전히 겨울  찬바람이었음을 느낄수 있었다.

진짜 고즈넉한 겨울 풍경의 사찰이지만
이런 모습이 오히려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기에
황량함 밖에 없는 겨울날에도 사찰을 찾게 되는가보다.

대웅전 뒷쪽에서 바라본 모습은
사계절 내내  바라봐도
지겹지 않은 멋진 풍경이 되어준다.

꽁꽁 얼었던 계곡의 얼음들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듣기좋아서 자꾸만 기웃거려졌다.

그래도 그동안 몹시 추웠었다는 흔적들이
계곡 곳곳에서 볼 수 있었음이 신기하기만 했다.

 

겨울이 겨울답지않게 늘 따뜻하기만 했었기에
집 주변의 들판 곳곳에서는 매화가 피고 있었지만
산속에서 겨울 풍경은 볼수록 정겹기만 했다.

담장너머로 보여지는
어느 음식점 정원의 겨울풍경 또한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절대로 해안가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얼음이라는 것 자체를
볼 수 없는  따뜻한 해안가에 살다보니
산속의 이런 풍경은
촌사람이 서울 구경하는 것 처럼 신기하기만 했다.

산속의 기온은 여전히 춥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절벽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소리와
그리고 얼음 빙벽이...신기하고, 멋지기만 했다.

숲길을 따라 걷다보니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출렁다리를 건너야만 더 깊숙한 곳으로 갈 수 있었기에
조금은  두려웠지만, 눈 딱감고 건넜는데
지난해보다 쬐끔 강심장이 된 것 같았다.
아마도 다리 밑에 많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면
건너지 못할 다리었는데
다행히 물이 없다는 것이 도와준 것 같았다.

계곡 따라 계속 가다보니
물흐르는 소리는 제법  힘차게 들려왔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계곡 옆으로 데크 길을 따라 숲길을 걸었다.
머리가 띵 할 정도로 차거움이 있었으나
상쾌함도 곁들여졌기에 괜찮았다.

이곳은 불광산 장안사 부근의 반딧불이 공원이 있는 숲길이다.

6월~7월초 까지 발견되는 반딧불이는
빛이 아름답고, 밝기가 선명하기로  유명하다고 했다.

이곳은 장안 반딧불이 (운문산반디, 늦반딧불이)

서식지라고 한다.

전국적으로 반딧불이 서식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장안사 계곡의 늦반딧불이 집단서식은
무척 반가운 소식이라고 하며, 학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반딧불이 생태보존을 위해, 앞으로도 노력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반딧불이 공원에는 인기척은 없었으나
가끔씩 다른 곳의 숲길 산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여서
그다지 큰 두려움은 없었으나

그래도 어디선가 멧돼지가 내려올 것 같은

깊은 산속이라는 것이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노란 반딧불을 그려넣은 바위들이 있어서인지
쓸쓸함 보다는 편안함이 있었기에
벤치에 앉아서
뜨거운 차한잔의 여유도 가져보았다.

3년 전, 늦가을 단풍이 한창일 때 다녀갔는데
언제나 겨울 숲은 쓸쓸하고 적막했지만
이런 곳도 길들여지게 된다면
혼자서 사색하기에는 괜찮을 것 같았다.

숲길 한바퀴를 돌아보고나서
또다시 출렁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마음이 아주 쬐끔 휘청거렸지만
국보급 겁장이가
혼자서 무사히 건넜음을 자랑해본다.

낙엽 위에서 지난 여름의 흔적을 찾았다.
메마른 산수국의 미이라...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어서인지 예뻤다.

 

여름날의 숲길에서 제법 예쁘게 피었을
산수국의 흔적이

모질고 황량한 겨울바람속을 버티고 있었다.

 

수국 중에서도 유난히 산수국을 좋아하는데
과연 어떤 색깔의 산수국이었을까

예쁜 모습으로 꽃이 피었다가
그자리에서 그대로 멈춤이 되어버린 산수국이

애처로우면서도 경이롭다는 생각을 해봤다.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바람이 멈춘 들길을 따라서  (19) 2024.02.05
1월 끝자락 바다 풍경은...  (20) 2024.01.30
겨울,해운대 해수욕장에서  (36) 2024.01.26
해질녘 들길에서의 만남  (18) 2024.01.25
해운대 바닷가의 갈매기들  (20) 2024.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