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비바람이 멈춘 들길을 따라서

nami2 2024. 2. 5. 22:32

곳곳에서 매화가 피고 있었지만 아직은 시기적으로 음력 섣달인데
시도때도없이 비가 내리고 있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벌써 5일째, 하루라도 비가 내리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있는 것 처럼
매일 같이 찔끔거리는 비는 봄을 마중하는 것은 절대 아닌 것 같고
그냥 놀부 심보와 뺑덕어미 심술 같은 것 아닐까 생각해본다.
왜냐하면 날씨는 꽤 추웠고, 다음주에는 기온이 더 떨어진다는 예보도 있었다.

비가 매일 같이 내리는 것도 짜증스러운데
강풍까지 동반한 비바람이라는 것은 진짜 스트레스였다.
오늘은 오전 내내, 안전 문자 메세지가 집밖으로 못나가게 발을 묶어놨다.

*풍랑경보 강풍주의보 발효중
해안가와 방파제 및 갯바위 접근을 자제해주시고
강풍에 따른 안전 사고에 유의 바랍니다
< 기장군 >

진짜 심란스러울 만큼의 강한 비바람에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했다.
그래도 오후 5시쯤 되니까 바람은 심하게 불었어도 비가 멈춰줘서
이제는 습관병이 되어버린 걷기운동을 핑계삼아 들길로 나가봤다.
폭풍우 같은 비바람이 스쳐간 곳은 어떤 꼬라지인가 구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소공원에는 강풍에 기가막힐 만큼
나무가지가 꺾여서 뒹굴고 있었고
피고 있던 동백꽃들도 흔적없이 떨어져 나갔다.
태풍은 아니었지만 거의 태풍수준이라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사람들이 쓰고 가던 우산도 꺾여서 뒹구는 것이
이곳 저곳에서 보여졌다.

못된 자연의 횡포에 진작 부터 강인한줄은 알았지만
추위도 그렇고, 비바람에도 끄떡없는
매화가 신기하게 보여졌다.

심한 강풍에

아파트 정원의 동백꽃은 몽땅 떨어졌으나
매화는 단 하나의 꽃잎도 떨군 것이 없었다.

들길을 따라 걷는데
얼마나 바람이 심했던지, 몸이 휘청거려졌다.

그러나 바람이 심한 들길의 매화도
꿋꿋한 모습은 여전했다.

가까이 다가갔더니 꽃향기 까지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듯 했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겨울에 꽃이 피는 매향을 칭찬했었나보다.

시골 동네길을 한바퀴 했다.
어차피 걷기운동 나왔으니까, 1시간 정도는 걸어야겠기에
걷는 다는 것을 핑계로 이곳 저곳을 기웃거렸더니
시골동네에도 곳곳에서 매화가 피고 있었다.

동네길을 따라서 또다시 기웃 기웃...
오라고 하는 곳은 없어도 갈곳은 많았다.
그냥 걷는다는 이유로 배회하는 것도 그럴듯 했다.

어느집 담장 옆에 홍매화도 제법 많이 붉어졌다.
가까이 다가가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땅이 많이 질척거렸기에
그냥 먼곳에서 줌인을 해서 사진을 찍어봤다.

 

우중충 흐린 날씨에
붉은 홍매화가  제법 화사해보였다.

비가 그친 시골동네 길에서
이끼 낀 돌담이 은근히 분위기스러웠다.

조팝나무로 울타리가 된 골목길을 지나다보니
희끗 희끗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하얀 것은 꽃이었다
세상에나 벌써 조팝꽃이...!!

조팝꽃 꽃망울이 다닥다닥 ...빗방울 처럼 맺혀 있었다.

 

3월 중순에 피는
하얀 조팝꽃이 피고 있다는 것이 진짜 신기했었다.
오늘의 걷기운동에서 또하나의 대박은 조팝꽃이다.
아주 눈꼽만한 꽃들이

하얗게 피고 있었음은 분명 봄이 오는 길목이었다.

동네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하나 둘 불빛이 보였다.
벌써 어둠이 찾아들었기에
발길을 집쪽으로 돌렸다.

시골동네에서 우리 아파트 까지는 20분 남짓...
그래도 바람이  많이 잦아들었다는 것이 고맙고
비가 더이상 내리지 않는다는 것도 고마웠다.

그런데 비바람 때문에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한 고라니와

이곳에서 마주쳤다.

기왕이면 사진 한장 찍게 해줬으면 고맙다고 할 것인데

어찌나 빠른지, 나의 인기척에 놀래서 도망치는 모습이

마치 고속열차 만큼이나 빠르다는 것을 직접 목격을 했다.

 

아파트 소공원에 도착하니
어느새 땅거미 짙게 내렸고, 가로등 불빛이 켜졌다.
비바람이 그친 오후 5시에 밖으로 나와서
6500보를 걸음 했더니
오늘의 운동량은 그런대로 만족했다.
비바람 친다고 집콕하며 게으름을 피웠더라면
오늘은 당연히  0걸음이었을텐데
그나마 매일 걸어야 하는 습관병으로

6000보라도 걸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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