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서귀포에서 만난 하얀목련

nami2 2024. 2. 21. 01:17

무슨 비가 그렇게도 많이 내리는 것인지?
비소식은 전국적이었지만, 여행지에서  내리는 비는 그냥 재미없었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 하는 즐겁기만한 여행은 설레임도 함께였는데
3박4일의 제주여행에서 날씨 화창했던 날은 딱 하루 였었다.
야속할 정도로 많이 내렸던 빗속을 헤매면서도 그런대로 여행은 즐거웠건만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나가는 도중에
"결항"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내용의 카톡 문자를 받게되었다.
그래도 긴가민가 해서 공항에 나가봤더니
우왕좌왕 공항은 완전 북새통이었다.
뉴스에서만 보았던 제주공항의 결항 소식을 내가 겪는다는 것이 기가막혔다.
제주 공항으로 오고가는 비행기는 짙은 안개 때문에 몽땅 결항이었다.

서귀포에서 공항으로 나가려면 제주 한라산 중산간 도로를 지나가야 하는데
많이 내리는 비와 앞을 분간 못하는 자욱한 안개는
난생 처음 느껴보는 불안과 긴장과 그리고 초조함이었다.
첫날 버스를 타고 그 길을 지나가는데 심한 차멀미를 할 만큼의
구비구비 산길을 오르다가 다시 내려가야 하는 기맥힌 도로라는 것을 알았다.

비가 내렸고 또 안개가 자욱한 곳을  공항으로 가기 위해 지나갔는데
결항 때문에 또다시  그 길로  돌아가야 하는 것도 짜증이었다.
또한,언제쯤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것인지 그것도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더구나 서울에서 부산의 집으로 가는 열차표도 취소해야 했고
부산에서 칫과 예약도 취소...그리고 준비해 갔던
혈압약도 부족하다는 것이 머리속을 하얗게 만들고 있었다.

많은 고민으로 머리가 무겁기만 했는데 그래도 다행스러웠던 것은
이튿날 오후 3시에 서울로 갈수 있다는 카톡 메세지가 한밤중에 날아들었다.

비는 일주일 내내 내린다는 예보였고  심한  안개 때문에  
서울로 가는 길이 막혀서 막막함은 방법을 찾지 못했는데
참으로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나중에는 무조건 감사함으로 바뀌었다.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살고 있는 터전(집)의 중요함을 느껴보기도 했었다.

그래도 그 와중에 공항과 서귀포를 몇번씩 왔다갔다 하면서
만나게 된 것은 하얀목련이었다.
부산에서는 3월 15일쯤 보게 되는 하얀목련인데
2월 중순에 누구보다 먼저 볼 수 있었다는 것이 반갑기만 했었다.
올해는 하얀 목련을 제주 서귀포에서 볼 수 있었음이  대박이 되는듯 했다.

제주여행을 하다보니
내가 살고 있는 부산 기장에
봄이 일찍 찾아 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제주는 이미 3월 초순 정도의
봄이었음을 피부로 느낄수 있었다.

목련이 하얗게 피고 있었다는 것은
지금이 아직 양력 2월이었기에...
그리고 하얀 목련이 피었다는 것 자체 부터도
믿어지지 않는 신기한 현실이었다.

서귀포 숙소 주변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의 백목련이
정말 예쁘게  피고 있었다.

원래 목련은 4월에 피는 꽃인데
어쩌다가  따뜻한 남쪽지방만 다니다보니
이제는 2월 중순에
목련이 피는 것을 볼 수 있었음이
황송스럽기 까지 했다.

목련의 꽃말은
이루워질수 없는 사랑이라고 한다.

한방에서는 목련 꽃봉오리 말린 것을
'신이(辛夷)'라고 하여
콧물감기, 알레르기 비염에 약재로 사용한다고  했다.

비내리는 날에  어느 음식점의
화단가에서 '백서향'을 만났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다는 것을
예전 부터 알았는데, 진짜 제주에서
2월에 백서향을 만나게 되었다,

서향이라는 천리향은
팥꽃나무과의 상록관목으로
우리나라 남부지역에서만 자란다는데
요즘에는 서울에서도
서향꽃을 키우는 곳이 많다고 한다.
꽃말은 불멸, 명예이다.

역시 제주는 따뜻한 봄날이었다.
제비꽃이 지천으로 피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 해안가에서 자생하는 제주 수선화는 흰색의 꽃잎에 노란색의 수술이
겹으로 피어서 향기 까지 좋다고 하는데
12월에 꽃이 피기 시작하여서
3월 까지 꽃이 핀다고 햤다.

금잔옥대 제주향 수선화는
꽃 모양이 옥으로 만든 잔 받침대에
금술잔을 올려놓은 형태를 하고 있어서
금잔옥대라고 불리운다.
1개의 줄기에 6~7개의 꽃을 피우며
향기가 좋고 아름답다고 한다.

예쁜 수선화도 꽃이 피기 시작했다.

서귀포 숙소 주변의

귤 박물관으로 가는 산책길은
온통 귤종류 뿐이었다.

서귀포에는 귤 박물관이 있었다.
낑깡이라는 아주 작은 귤과 하귤이라는 커다란 귤이 지천이었다.

여동생이 가끔씩 제주살이 하려고 서귀포에 원룸을 마련했다.
서귀포에는 서울 사람들이 마련해놓은 그런 원룸들이 제법 있다는데...
여동생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고 했다.

덕분에 서귀포 숙소에서 이번에 제주살이를 3박4일 하게 되었으나
본의 아니게 비행기 결항 덕분에 서귀포에서 4박5일을 머물게 되었다
숙소 주변의 가로수는 물론 집집마다 귤 종류의 노란색  나무들이
주렁주렁 ...주변은 온통 노랑색  세상인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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