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까치들이 반상회 하는 날에

nami2 2024. 1. 15. 22:34

겨울이 되면서 농작물이 거의  없는 텅빈 들판은

온통 겨울새들의 놀이터가 된 것 같았다.
그래도 겨울인듯, 봄인듯 계절의 변화가 많은 해안가 지방이지만
시금치,유채,봄동,청경채...등등 월동채소들이 자라고 있었기 때문인지
겨울 들판은 고라니 보다는

새들의 치열한 다툼의 장소가 된 것 처럼 보여지기도 했다.

이름모를 새들을 비롯해서

까치, 까마귀, 참새, 산비둘기, 직박구리,텃새...
눈여겨 보면 얼마나 많은 새들이 들판을 점령하고 있었는지 
추위속에서 푸르스름하게 자라고 있는 월동채소들은

남아 있는 채소들이 없을  만큼 새들의 먹거리 쟁탈전은 기가막힐 정도였다.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모습을 보면 어떤 때는  신기하기도 했고
어떤 때는 농작물을 망치는가 싶어서 화가 날 때도 있었으나
한 겨울이기에 봐줘야겠다는 생각이 앞서는 것은 내가 천사표가 아니라
먹거리가 없는 겨울이니까 '시금치와 봄동, 유채 '정도의 채소라면
시장에서 사다먹을 망정

그냥 못본척 하는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겨울새들의 먹거리...

어찌 되었던 그들도 살아야 하니까, 채소 정도는 못본척 하고 싶었다.
오늘 걷기운동 때문에 들길을 나가다가 참 멋진 광경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는데 살다보니 "그럴수도 있구나" 우습기도 했다.

호시탐탐 농작물을 가장 많이 망치는 짐승중에는
당연 멧돼지와 고라니겠지만
날짐승 중에서는 까치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그다지 좋은 감정이 없는 까치들이었는데
오늘 까치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지나는 사람들이 너도 나도 한마디...
오늘은 까치 장날인가?
그런데 내 눈에는 까치 반상회 같았다.

처음에는 셀 수 있을 만큼의 녀석들이 모였는데
차츰 차츰 많아지기 시작했다.

전화연락을 받고 날아드는 것 처럼
까치들은 점점 더 많아졌다.

아파트의 소공원에서 바라보이는 커더란 고목나무에

웬 까치...?

운동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집중했다.

 

왁지지껄...시끌벅적이었다.
그들의 언어를 모르는 나로서는 대화가 궁금했지만
그냥 카메라만 누르고 서서
혹시나 사진 찍고 있는 내 행동에 몽땅 날아갈까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채 사진만 찍어봤다.

몇 마리가 날아들면  자리를 비켜주느라
날아가는 까치들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목소리를 높이면서 시끌벅적 회의 중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신기했고, 궁금했었다.
들판을 거의 매일 같이 다녀도
이런 풍경은 처음 보는 것이라서
진짜 신기하기만 했다.

나무가 엄청 큰 고목이었고
그 많은 까치들을 카메라에 담을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70~80마리는 되는듯 했다.
반상회를 했는지는 모르나
엄청 시끌벅적은 꽤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주말과 휴일 이틀 동안에
매화가 혹시 활짝 피었는가 확인하려고
공원길에 가봤더니
봄날 같으면 금방 필 것 같은 꽃들이
아직도 꽃봉오리 상태였다.

그런데 이름 모를 새 한마리 역시
매화가 궁금해서 찾아온 것 처럼
날아와서는 꽃봉오리를 따먹고 있었다.

처음보는 새였지만
이녀석 모습을 사진 찍느라고
얼마나 목을 쳐들고 있었는지
목이 아프기 까지 했다.
매화 꽃봉오리를  먹는 새는 과연
어떤 녀석일까 꽤나 궁금 했었다.

해마다 이맘때 꽃이 피는 '만첩 백매화' 였으나
올해는 들쑥날쑥의 기온 때문에

꽃이 피는 것을 진짜 많이 기다리게 했다.

 

낮에는 화창한 봄 날씨라도 밤의 기온은 춥기 때문인지
활짝 피는 것에 조금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꽃이 피는 봄날 같으면, 하루가 다르게 활짝 필텐데

아직은 시기적으로는 엄동설한 겨울이었기에
오늘도 역시 헛탕을 쳤다.

매일같이 오고 가는 들길의 청매화는
거의 이런 모습이 되었다.

꽃봉오리를 꺾어다가

따뜻한 집안의 꽃병에 꽂아놓으면

1시간도 안되어서 활짝 필 정도의 꽃봉오리인데...
아마도 2~3일 내로
꽃봉오리들이 활짝 필 것 같기는 했다.

올해 처음 만나게 된 '청매화'였다.
오후 햇살 덕분인지 노르스름한 석양빛이
꽃모양을 밝게 했다.

부푼 꽃봉오리에서 딱 두송이가 활짝 피었다.

내일 그곳에 가면 몇송이가  더 피어 있지 않을까?

매일 같이 들길로 나가는 것이 설레일 것 같았다.

 

해가 지고, 주변에 가로등이 켜졌을 때
다시 찾아가서 사진을 찍었더니
오후의  모습과  약간은 다른 모습이었지만
올 겨울에 처음으로 핀 매화였기에
귀하다는 생각 뿐이었다.
며칠 있으면 쉼없이 피어나는 매화겠지만
오늘 만큼은 진짜 반가웠다.

걷기운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낮에 많은 까치들이 반상회 하던
그 커다란 나무가 석양빛에 비춰서
멋진 모습으로 우뚝 선 모습을 보니
또다른 아름다운 풍경이 된 것 처럼 보여졌다.

저 커다란 나무가지의 꼭대기 부터
가느다란 나무가지 까지 다닥다닥 앉아서
시끌벅적 하던 까치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인지?
어둠이 깃든 쓸쓸한 풍경의 고목나무는
그 나름대로 진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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