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길따라 걸어본 겨울 해안가

nami2 2024. 1. 10. 22:32

계절은 어느새 겨울 한복판으로 들어서고 있었고

춥기만한 차거운 바람은 매실나무 꽃봉오리를

자꾸만 부풀게 하는 것 같았기에, 추운 겨울이지만

활짝 필 매화를 마중하기 위해서 또다시 해안가를  걷게 되었다.

응달과 양달이라는 것이 신기할 만큼 차이가 난다는 것은
들판의 매실농장에 심겨져 있는 나무들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따사로움이 있는 양지쪽의 매실나무는 다음 주 쯤이면  꽃을 볼 수 있겠으나
햇볕 부족한 응달 주변의 매실나무 꽃망울은
여전히 좁쌀만한 상태로 멈춰있다는 것이 의아해 질 때가 있었다.

늘 씩씩하게 열심히 걷게되는 해안가는 바람이 조금 있어서 춥기만 했다.
그런데 추운 곳의 갯바위에서  웅크린채 낚시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인내심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도치는 바다 위, 위험한 갯바위에서 멍때림의 묘미는 무엇인가?
그들 덕분에 해안가 이곳저곳을 심심찮게 기웃거려봤던 겨울날이었다.

날씨가 맑았다면 참 괜찮을 풍경일텐데
내리지 않는 일기예보의 눈소식은
오늘도 또 헛탕을 치게 했던 그냥 우중충한  날이었다.

그래도 하얀 등대 주변을 그냥 지나칠수 없어서
차거운 바람을 맞으며 등대주변을 서성거려봤는데
낚시 하시는 분의 물통속에는
고기가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방파제 주변 그 너머에는
온통 테트라포드로 가득찼다.
그래서인지 위험 표시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테트라포드 內 낚시 금지*
한번 미끄러지면 결코 올라올 수 없다는

무시무시한 글이 적혀있었다.

그래서 방파제 위로 올라가봤더니
곡예를 하듯...테트라포드 위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낚시 하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띄였다.

차거운 바람이 세차게 부는 추운 겨울
위험하게 서서 왜 그럴까?
낚시도 좋지만
참 아슬아슬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배 한 척이 쏜살같이 들어 올 때마다
바다는 출렁거리며 어수선 하건만
낚시 하는 사람들은 꿈쩍도 않는다.

포구로 들어가는 배 사진을 찍다보니
이곳에도 역시
낚시하는 사람이 눈에 띄였다.

테트라포드 위가  위험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건만
진짜 아슬아슬 하다는 생각은

머리 속에서 계속 맴돌기만 했다.

이제는 관광 명소가 되어버린
집주변 해안가의 멋진 풍경...

해안가를 한바퀴 돌다보니 출출해졌다.
조금 전 까지 줄을 길게 서있던 호떡집이
한산해질 때를 기다렸다가 줄을 서봤다.

호떡의 메뉴는 이러했다.
늘 다닐때 마다
호떡집에 늘어선  긴 줄 때문에
단 한번도 맛을 못봤는데...
이번 만큼은 꼭 먹어보고 싶었다.
찹쌀 치즈 호떡을 주문했다.

 

바닷가 주변의 벤치에서
가방속의 커피와 함께 호떡 맛을 봤는데
진짜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서 기다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맛이 있어서인지
줄을 서서라도 또 먹고 싶어졌다.

따끈한 커피와 호떡을 먹으면서
바라본 바다는 분위기 있어 보였다.
이유는 겨울바다였기에 부담이 없었다.

호떡을 먹은 후 데크 길을 한바퀴 했다.
마을 버스 배차시간은 30분인데

호떡을 사느라 버스를 보내게 되었기에
마을버스가 올 때 까지 여유를 가져봤다.

하루종일  우중충 했던 하늘이
해질녘 쯤에는 맑아지는 것 같았다.
동해바다인데도  

해질녘에는 수평선 위로  

붉으스름한 노을이 비친다는 것이 늘 아리송했다.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의 시간은 5시20분
수평선 위의 붉은 빛이
빨리 집으로 가라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새해가 들어서면서

아주 쬐끔, 낮 시간이 길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둠이라는 것을 늘 두려워 했는데

해안가라서인지 가로등 불빛이 아직은 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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