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오월의 편지

nami2 2010. 5. 9. 10:03

     봄이 다가도록  꽃을 찍으러 다녔고, 가는 곳마다 자주 만나는 이 꽃의 이름이 궁금해서 무척 답답한 마음은

     꽃이 지고, 초여름이 시작 되어도 궁금증은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아서 다시한번 사진을 올려봅니다. 

         5월이 오면 항상  '도종환 님의  오월편지' 시가 생각이 나서  시 한편 적어봅니다.

        그리움이 물씬 풍기는 이 꽃을 보면서

        늘, 오월이면 느껴지는 시린 가슴을 달래볼까 합니다. 

                 

                 오월 편지     - 도종환 -

 

            붓꽃이 핀 교정에서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떠나고 없는 하루 이틀은  한 달 두 달 처럼 긴데

                당신으로 인해  비어 있는  자리마다 깊디 깊은 침묵이 앉습니다.

                낮에도 뻐꾸기 울고, 찔레가 피는 오월입니다.

                당신이 있는 그곳에도 봄이면 꽃이 핍니까.  

                꽃이 지고 필 때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둠속에서 하얗게 반짝이며 찔레가 피는 철이면  더욱 당신이 보고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은 다 그러 하겠지만

                    오월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가 많은 이 땅에선 

                    찔레 하나가 피는 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세상 많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사랑하여

                    오래도록 서로 깊이 사랑하는 일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 생각을 하며 하늘을 보면 꼭 가슴이 메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서로 영원히 사랑하지 못하고,

                    너무도 아프게 헤어져 울며 평생을 사는지 아는 까닭에

                    소리내어 말하지 못하고, 오늘처럼 꽃잎에 편지를 씁니다.  

                  소리없이 흔들리는 붓꽃잎처럼 마음도 늘 그렇게 흔들려

                      오는 이 가는 이 눈치에 채이지 않게 또 하루를 보내고

                      돌아서는 저녁이면 저미는 가슴 빈 자리로 바람이 가득 가득 몰려 옵니다.

                      뜨거우면서도 그렇게 여린 데가 많던 당신의 마음도

                      이런 저녁이면 바람을 몰고 가끔씩 이 땅을 다녀 갑니까

                      저무는 하늘 낮달처럼 내게와 머물다 소리없이 돌아 가는   사랑하는 사람이여!

              유난히도 꽃을 좋아 하셨던 부모님!  어제는 어버이 날이었습니다.

              가슴 한 켠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던 5월의 어느날

              산에다 어머니를 혼자 남겨 놓은채 돌아서는데, 찔레꽃향기와 함께 뻐꾸기소리가 들렸었지요

              어머니를 산비탈에 혼자 남겨 놓고 돌아와 상식(喪食)을 올리기 위해 상복을 입은채 시장으로 갔을 때

              시장에 쏟아져 나왔던 온갖 산나물들을 보고,흘렸던 눈물은 지금도 잊을 수 가 없습니다. 

              환갑을 막 지낸 어머니가 떠나가시던 그해의 오월도 꼭 이맘때 였었지요.

              오월이 오면  시리도록 아픈 가슴은 세월이 흐른  올해도 똑같은 느낌이 듭니다.

              꽃을 좋아 하시던 어머니 기일날에 이 꽃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은데, 아직도 이름을 알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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