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229

동짓날에 맛있는 팥죽 끓이기

아무리 몸이 많이 아파도 '죽'이라는 것은 뭐든지 먹지 않는 별난 식성인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느날 부터 입맛이 바뀌어 즐겨 먹게 된 죽은 '팥죽과 흑임자 깨죽'이었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팥죽을 좋아했으나 팥죽을 끓이는 것은 이상하게도 일년에 단 하루 동짓날뿐이었다. 왜냐하면 동짓날에는 절집에서도 팥죽을 끓이고 일반 가정집에서도 팥죽을 끓이기 때문에 덩달아서 빼놓지 않고 꼭 팥죽을 끓이게 되는 이유가 되는 것 같았다. *동지는 1년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로 조선시대에는 동지를 아세(亞歲), 또는 작은 설이라고 불렀다. 동지가 지나면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동지에는 팥죽을 쑤어 잔병이나 액귀를 쫒아내야 한다고 했다. 동지가 가장 밤이 긴 날이라서 음기가 강하므로 붉은 ..

요리조리 2022.12.22

별미의 맛, 보약의맛 '무우전'

꼭 눈이 내릴 것 처럼 하늘이 찌뿌듯 하고, 찬바람의 조짐이 이상했다. 주변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은 들판을 향해 가고 있었다. 영하로 내려가면 더 맛이 있어질 것이라고 뽑아내지 않은 배추 때문인 것 같았다. 나역시 배추를 뽑아야 한다는 생각이 조급함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내일 부터 또다시 떨어지는 기온 드디어 이곳에도 영하의 날씨가 시작된다는 일기예보에 가장 바쁜척 하는 곳은 안전문자 날려 보내는 관공서 였다. 빙판길 조심,계량기 동파 방지...등등 뻔한소리 그러거나 말거나 진짜 바쁜 것은 배추 뽑아서 운반하는 일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배추농사를 잘지었다고 칭찬이 대단했으나 배추의 무게 4~5키로 되는 것을 뽑아내는 것도 힘들었지만 운반 하는 것도 꽤 힘들었다. 집에서 부터 텃밭 까지는 10분 거리의..

요리조리 2022.12.13

비내리는 날, 묵밥 먹기

한파가 찾아들 것이라는 안전문자가 쉼없이 날아들었다. 겨울을 재촉하느라 하루종일 내렸던 비의 뒷풀이인가 할 정도로... 신이나서 날아드는 안전문자 때문에 김장채소들이 밭에 그대로 있다는 것에 은근한 조바심을 만들었다. 내일,모레 이틀 동안의 기온을 검색해봤더니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의 기온은 영하2도가 최저온도였다. 그런데 날아드는 안전문자의 내용은 동파방지, 도로결빙, 한파경보, 노약자 외출 자제,건강유의...등등 너무 시끄러운 안전문자 때문에 그냥 웃음이 나왔다. 오늘, 동절기 추가접종 백신 화이자 BA 4/5로 예약을 하고 나니까 앓던 이 빠진 것 처럼 후련했다. 예약 날짜에 병원가서 주사 맞으면 또 한시름 놓게 된다는 코로나 이야기는 언제쯤 예방 주사 없는 세상이 될런지? 비가 내리는 날에는 무언가..

요리조리 2022.11.29

가을의 별미 늙은 호박전

세상을 살다보니 자연의 섭리는 한번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을 또한번 느껴보는 것 같았다. 봄에는 비 한번 내릴 때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가을에는 비 한번 내릴 때마다 추워진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들이 어찌 그리 딱 들어맞는 것인지? 변덕이 심한 이상기온인지 정상적인 계절의 흐름인지는 몰라도 며칠동안 진짜 추웠다. 섣불리 옷을 입고 집밖으로 나갔다가는 기절 할 것 같은 날씨는 정말 기가막혔다. 알바를 하기위해서 해안가로 출 퇴근 하는 주말에는 도심과의 기온차이가 너무 심한, 바다에서 부는 바람은 초겨울 날씨 같은 싸늘함을 감당 못해서 무방비 상태의 몸속으로 찾아드는 불청객 감기 때문에 진짜 어이없는 가을날이었음을 메모해본다. 해안가 주변의 억새꽃이 하늘을 지붕삼아, 제법 멋진 모습으로 가을을 누리고 있지만 ..

요리조리 2022.10.10

입맛없는 더운 여름의 '가지전'

일기예보를 보니까 오늘과 내일의 기장 해안가에 비 내릴 확률이 60%였다. 눈이 빠지게 비를 기다리는... 농사짓는 사람들은 60% 확률에 대해서 엄청 기대를 걸고 있었다. 왜냐하면 쪽파도 심어야 하고, 당근씨도 파종해야 하며, 가을 무우 씨도 뿌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루종일 기다려도 60% 비내릴 확률에대한 기대감은 꽝이었다. 흐린 날씨 덕분에 삽질을 하고, 거름을 뿌리고, 덕분에 밭 일은 많이 했지만, 너무 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만 내려야 할 곳은 자꾸 비가 쏟아져서 절망이 두배가 되고 가뭄 때문에 비가 내려줘야 할 곳은 비가 내리지 않아서 기다림에 대한 상실감에 입맛 까지 씁쓸하게 하는데 하늘의 장난질은 이 여름이 다가도록 그러할 것인지?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텃밭을 둘러싼 풀 숲의 넝..

요리조리 2022.08.11

비내리는 날 먹고싶은 호박전

늘 일기예보가 엉터리였었기에 혹시나 하면서 기대도 하지 않았던 날씨였는데 이른 아침 부터 비가 내린다는 것이 웬 횡재인가 하면서 늘어지게 게으름을 피운 한 주의 시작이었다. 이른 새벽에 텃밭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아침부터 텃밭에 물을 퍼다 주지 않아도 된다는 행운.... 아파트 베란다에서 보여지는, 물안개 가득한 비 내리는 숲과 들판이 왜그렇게 멋져 보였는지? 또다시 뒹굴거려도 된다는, 마음 편안함은 순전히 비 때문이라 는것에 감사함 까지 느껴졌다. 넘어진김에 쉬어간다는 말에 공감을 아주 크게 해봤다. 늘어지게 늦잠을 잤어도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다. 뒷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이는 체육공원 길가에는 빗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매일 같이 저녁 6시쯤, 아파트 공원에서 40바퀴쯤 걷기운동을 하는데..

요리조리 2022.07.18

비내리는 날의, 오이 별미국수

비 내릴 확률이 80%였을때도 그냥 슬그머니 지나갔는데, 비내릴 확률이 60% 정도는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이른 아침 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은, 어째서 그렇게 비 내리는 것에 대해서 인색한 것인지? 흠뻑 퍼붓듯이 비가 내린다면, 실개천이나 계곡에 물이 콸콸 쏟아져 흐를 것인데..... 그래도 텃밭에 물 퍼다주지 않아서 비내리는 것에 감사는 했지만 텃밭 옆의 도랑가에 물이 흘러내리지 않을 만큼 ,비가 내렸다면 믿을수 있을런지 그래도 조금 내린 빗물에 텃밭이 혹시 망가지지는 않았는가 점검하러 나갔더니, 길가에 원추리꽃이 모습을 드러냈다. 원추리꽃, 기생초, 루드베키아...등등 여름꽃들은 모두 누런색깔들로 주변 풍경을 뒤바꿈 하는듯 했다. 오전 내내 비를 맞았던 식물들이 생기를 되찾은듯 어느집 담장..

요리조리 2022.06.24

하얀 백합꽃이 필 무렵에

6월로 들어서면서 집 주변, 매실농장 매실나무에 통통하게 매달린 매실들을 자주 보게 되었다. 추운 겨울의 1월25일쯤 부터 매화가 피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매실청을 담글 만큼 열매가 커졌다는것이 신기했다. 차일피일 시간을 보내면서 재래시장에 매실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해마다 12월에 김장을 하듯이, 6월에는 매실청를 담아야 한다는 숙제가 기다리고 있었기에 눈치만 보고 있었다. 산책길에서 활짝 핀 하얀 백합꽃을 만났기에, 본격적인 초여름이란 것을 의식하게 되었고 살다보니 백합꽃 필 때 쯤이면 매실수확을 한다는 것이 머리속에 입력이 되어 있었다. 시골동네 골목, 골목의 마당가에는 연로하신 집주인이 부재중이어도 꽃은 흐드러지게 잘도 피고 있었다. 인기척이라고는 전혀 없는 쓸쓸한 마당가에 하얀 백합꽃이 집주인..

요리조리 2022.06.13

대보름 날의 묵은나물 먹기

긴 겨울 가뭄에 비소식이 있어서 눈빠지게 기다렸더니, 하늘에서 빗방울이란 것이 떨어지긴 했었다. 겨우 흙먼지 날리는 것을 잠재울 만큼이라는 것이 어이없었지만 그것도 겨울비 내렸다고....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졌다. 사진속의 아파트에서 오른쪽으로 약간 독립되어 있는 곳이,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인데 거실에서 창문으로 내다보니, 하얗게 꽃이 핀 나무들이 제법 예쁘게 보여져서 일부러 가보았다. 산비탈 매실농장 주변은 이렇듯 완전한 봄이 되었건만, 내일은 영하 7도라는 예보가 있었다. 예전에는 정월대보름날 아침에는 이런저런 풍습으로 참 재미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냥 그러려니 마음으로 옛일을 기억 할 뿐인데.... 그래도 재래시장이나 마트에서 정월대보름 풍습을 이어가게 한다는 것이 고마웠다. 어차피 사다놓은..

요리조리 2022.02.15

5000원으로 만든 겨울 밥도둑

다른 지방에 비하면, 한파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곳 동해남부지방의 해안가 주변은 한파 만큼이나 추운날이 어제 이어서 오늘도 하루종일 영하(-3도)의 날씨였다. 그래도 약간 더운 것 보다는 입버릇 처럼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영하로 기온이 내려간 날의 느낌은 어떤 것인가 ,괜한 신바람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걷기운동을 했다. 양식 미역을 거둬들이는 해안가도 기웃거려보고, 청둥오리들이 헤엄치는 실개천도 걸어보고... 그렇게 걷다보니 어시장으로 유명한 기장시장 한복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전통시장으로는 부산 시내에서도 전철을 타고 갈 정도의 풍성한 기장시장에서 눈에 띈 것은 미역과 물김, 파래, 매생이, 톳, 몰... 등등 이었다. 매생이와 톳과 몰은 내 입맛에는 별로였기에 ..

요리조리 2022.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