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비내리는 날 먹고싶은 호박전

nami2 2022. 7. 18. 21:32

늘 일기예보가 엉터리였었기에  혹시나 하면서 기대도 하지 않았던 날씨였는데

이른 아침 부터 비가 내린다는 것이  웬 횡재인가 하면서  늘어지게 게으름을 피운  한 주의 시작이었다.

이른 새벽에 텃밭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아침부터 텃밭에 물을 퍼다 주지 않아도 된다는  행운....

아파트 베란다에서  보여지는, 물안개 가득한  비 내리는  숲과 들판이 왜그렇게 멋져 보였는지?

또다시  뒹굴거려도 된다는,  마음 편안함은 순전히 비 때문이라 는것에 감사함 까지 느껴졌다.

넘어진김에 쉬어간다는 말에 공감을 아주 크게 해봤다.

 

늘어지게 늦잠을 잤어도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다.

뒷 베란다에서 내려다 보이는  체육공원 길가에는 빗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매일 같이 저녁 6시쯤,  아파트  공원에서 40바퀴쯤  걷기운동을 하는데 오늘은 그것도 생략이 되었다.

비 덕분에 걷기운동도  건너 뛰었다는 것.... 역시 횡재를 만난듯 했다.

 

비 내리는 날은 공치는 날이라는.... 옛말이 생각났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까 진짜 따분해서   텃밭에서  따다놓은 호박을  냉장고에서 꺼냈다.

호박전을 할까,  새우젓 넣고 호박찌개를 할까,  생각끝에  호박전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요즘 유튜브에서  물을 넣지 않고, 만들어내는 호박전이 자꾸만 눈에 띄길래 따라쟁이 해보기로 했다.

일단 호박을 채썰어서 천일염을 넣고 살짝 절여놨다.

호박에서 흥건하게 물이 빠져나오면, 그 물에  밀가루 반죽을 한다는 것이다.

 

호박을  채썰어서 절여놓고   호박전에 들어갈 재료를 준비했다.

텃밭에서 뜯어온 '부추' 그리고 정말 매운 '땡초'  농사 지은 '양파' 그리고 묵은지 '총각무'를 채썰어 놨다.

마른새우는  전자렌지에 30초 돌려서 곱게 썰었다.

 

호박을 썰어서 소금에 절여놓고, 은행에 볼일이 있어서  다녀온 시각은  1시간 남짓이었다.

그동안 호박이 잘 절여져서 호박물이 흥건하게 빠져나왔다.

 

빠져나온 소금간이 된 호박물에 부침가루를 넣고  반죽하면 되기에

반죽을 하기 위해서는 호박을 다른 그릇에 덜어낸 후 

부침가루에 계란을 넣고 잘 풀어서 준비된 재료를 넣고  반죽을 했다.

순전히 호박에서 빠져나온 물로 반죽을 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오래살다보니 이런 방법도 다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유튜브의 위력이  이런 것인가 새삼 놀랬다.

 

준비해놓은 재료를 몽땅 넣고 반죽을 한후, 부침개를  시도해보니 참 신기하다는 생각뿐이었다.

 

노릇 노릇 호박전이 잘 부쳐졌다.

호박전을  부치면,  즉석에서 초간장을 찍어서 먹는 맛....

팬에  전을 부치면서, 일단 부쳐낸  첫번째  호박전을  따끈할 때 먹는 맛은 늘 일품이었다.

 

첫번째 부쳐낸  호박전을  시원한 캔맥주와 한장 먹어치우고

두번째 부쳐낸  호박전은 식사를 하면서 반찬 역활을 해주었다.

 

원래 호박전은 막걸리와 잘 어울리지만, 막걸리를 마시지 못하는 체질이라서  캔맥주를 대신했다.

 

지인이 밭에서 뜯어온 '고구마줄기'를 보내왔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일 벌려놓은 김에  고구마줄기도 반찬을 만들기로 했다.

 

손톱이 얼얼해지도록, 껍질을 깐 고구마줄기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쳤다.

 

그리고, 국간장, 들기름 , 다진마늘에 밑간을 한 후

 

팬에 1분쯤 볶다가,  생들깨를  갈아서  넣고 다시 볶았다.

냉동실에 준비해 놓은  들깨를 즉석에서 갈아서 사용하고 있다.

 

고구마줄기는  끓는 물에 데친 후  멸치액젓을 넣고 나물 무치듯이 무쳐먹는 사람도 있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생들깨 갈아서 볶는 것이 제법 고소하고 맛이 있어서 

늘 이 방법으로 고구마줄기 나물을 하고 있다.

 

              들깨를 넣은 고구마줄기 볶음

 

바람이 없이 또다시 부슬부슬, 걷기에는 딱 맞는 비 내리는 날에 은행을 다녀오면서

비 덕분에 한 층 더 싱그러워진 공원길을  기분 좋게 걸었다.

 

사진 속에서는 약간 희미했지만

비를 맞으면서 산비둘기  녀석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먹고 있었다.

세어보니 7마리였다.

가까이 다가가면 먹던 것을 멈추고 날아갈까봐, 방해 되지 않게 살짝 사진을 찍었더니, 희미하게 찍혔다.

 

공원에 내리는 빗줄기는 그냥 걷기좋을 만큼 시원스럽게 내려줬다.

장마라는 이야기는  그냥 일상적인 말이었고, 9일만에 내리는 비는 더위를 식혀주는  고마운 비 같았다.

어제 한낮의 기온은 31도였다.

오늘 비내리는 날의  한낮 기온은 24도

그러니까  비를 내려주는 것이 시원하고 고맙다는  말에, 한마디 덧붙이면 텃밭에 나가지 않게  해줘서

더욱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