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가을의 별미 늙은 호박전

nami2 2022. 10. 10. 22:05

세상을 살다보니  자연의 섭리는  

한번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을 또한번 느껴보는 것 같았다.
봄에는 비 한번 내릴 때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가을에는 비 한번 내릴 때마다 추워진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들이  

어찌 그리 딱 들어맞는 것인지?

변덕이 심한 이상기온인지
정상적인 계절의 흐름인지는 몰라도
며칠동안 진짜 추웠다.
섣불리 옷을 입고  집밖으로 나갔다가는
기절 할 것 같은 날씨는  정말 기가막혔다.

알바를 하기위해서 해안가로 출 퇴근 하는  주말에는
도심과의 기온차이가  너무 심한,  바다에서 부는 바람은
초겨울  날씨 같은  싸늘함을 감당 못해서
무방비 상태의  몸속으로  찾아드는 불청객 감기 때문에
진짜 어이없는 가을날이었음을 메모해본다.

해안가 주변의 억새꽃이  하늘을 지붕삼아, 제법  멋진 모습으로
가을을  누리고 있지만
바람이 세차게 부는 해안가의  날씨는  완전 초겨울이었다.

알바 하는 집의 텃밭에  오가피 열매가 

멋진 모습으로 통통 여물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흰구름과 어우러진  파란 하늘가의  

오가피 열매가  멋진 예술작품이 되었다.

날씨가 춥다보니 조금은 한가해져서

지난번에  울타리 밑에서 찾아낸  늙은 호박을 잡아서(해체해서)

호박전과 호박죽을 만들어 먹는다고 했다.
우리집 호박이 아니고 , 알바하는 집의 호박이니까...
나는  완전한 구경꾼이 되었다.

 

해안가에서  폼 잡고, 사진을 찍을때는 참 멋졌던 호박인데...

주방의 식탁 위에 올려져 있으니까, 정말 초라하고 볼품 없었다.
억세고 단단한 저 호박을  어찌 칼을 대려고 하는지?
두사람이 씨름하듯, 호박에 칼을 댔다.

톱질을 하듯, 잘라낸  호박의 몸속은 기가막혔다.

호박 밑쪽으로 벌레구멍이 보였던 것이 결국에는 

요런 모습이었다. 

벌레가 보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썪은  부분은 도려내고
깨끗한 쪽으로  정리하니 색깔이 너무 예뻤다.

평소에  호박죽을 싫어해서

늙은 호박에 대해서는 원래 관심이 없었다.
더구나 늙은 호박전은  
이곳 부산 사람들이 즐겨먹는 것이라서

충청도가 고향인 내게는 

굉장히 생소한 음식이었기에, 늙은 호박 자체를 다룰줄도 몰랐다.
그런데,  부산에서 오래 살다보니 한 두번쯤은
누가 해주는 호박전이나 호박죽을  먹어보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뒷전에서 구경만 할 수밖에 없었다.

호박이 워낙 크다보니까

호박전을  부쳐 먹으려면, 우선 호박채를 만들어야 했기에 

두사람이 열심히 채칼로 긁고 있다.

호박이 크기 때문에 

호박채는 호박전으로 사용할 것이고

또 호박죽 끓일 것도 마련해놨다고 한다. 

호박전을 하기 위해 반죽을  하고 있다.

애호박전은 수없이 만들어 먹었지만

늙은 호박전은  평소에  한번도 만들어 먹지 않았기에
여전히  구경꾼이 되어서 , 구경하고 사진찍고...

내가 할일은  그것뿐이었다.

 

가을의 별미 '늙은 호박전'은 진짜 별미일뿐이다.

어린시절 부터 많이 먹어왔다면  추억의 음식이 될텐데...

어린 시절을 비롯해서 어른이 되어서도 먹어보지 않았던  것이므로

어쩌다가 누가 해주는 것으로

일년에 한번  정도는  그냥 맛을 보는 것으로 끝을 낸다. 

달착지근한  늙은 호박전의 맛은
나의 입맛에는  한번 정도 먹을만했지만
이곳 사람들은  겨울 내내
호박죽을 끓이고, 호박전을 부쳐 먹는다고 했다.

 

살던 곳이 다르니까,  문화적인 차이라고  일단 변명을 해보는데

왜 나는 늙은 호박으로 만든 음식을 싫어 하는지?

그것이 주변의 지인들에게 미안 할때가  많이 있다는 것

그래서 일부러 음식을 먹을때는  맛있는 척을 해본다.

 

오늘이 음력  9월15일(보름)이다.
초저녁에  걷기운동을 하면서, 하늘에 달이 보이기를  기다려봤으나
나의 운동시간과 달 떠오르는 시간이 맞지 않았던 것 같았다.

 

바다위의  하늘에는 오후 5시40분쯤에 달이 떠오르는데

아파트 주변의 뒷동산에는  달이 보이려면  아직인 것 같았다.
엊그제 토요일(음력 9월 13일) 오후 5시40분경

퇴근을 하면서 바다에 떠오르는 달을 찍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