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비내리는 날, 묵밥 먹기

nami2 2022. 11. 29. 22:17

한파가 찾아들 것이라는 안전문자가  쉼없이 날아들었다.
겨울을 재촉하느라 하루종일 내렸던 비의 뒷풀이인가 할 정도로...
신이나서 날아드는  안전문자 때문에
김장채소들이 밭에 그대로 있다는 것에  은근한 조바심을 만들었다.

 

내일,모레  이틀 동안의 기온을 검색해봤더니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의 기온은 영하2도가 최저온도였다.
그런데  날아드는 안전문자의 내용은
동파방지, 도로결빙, 한파경보, 노약자 외출 자제,건강유의...등등
너무 시끄러운  안전문자 때문에  그냥 웃음이 나왔다.

 

오늘, 동절기 추가접종 백신 화이자 BA 4/5로 예약을 하고 나니까

앓던 이 빠진 것 처럼 후련했다.

예약 날짜에 병원가서 주사 맞으면 또 한시름 놓게 된다는 코로나 이야기는

언제쯤 예방 주사 없는 세상이 될런지?

비가 내리는 날에는  무언가 또 꼼지락거릴 일을 만들어 보려는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오늘 저녁에는 묵밥이 먹고싶어졌다
그래서 또  일을 벌리기로 했다.

비가 내린 후 걷기운동 때문에 밖으로 나갔더니  

아스팔트  바닥에 단풍무늬 그림의 진품을 발견했다.
자연이 그려놓은 멋진 그림이 환상적이었다.

길가에 세워놓은  자동차 유리창에

그려놓은 또하나의 단풍그림....!!

만추의 계절에도 볼 수 없는 그림인데,

비 바람에 의해 작품이 완성된듯 했다.

 

동백잎의 푸른 잎새 위에 빗방울이 몽글몽글 맺혀 있었다.

잔뜩  부풀기 시작하는 꽃망울 속의 단 한송이꽃

비 내리는 날에는  쓸쓸함도 예뻐 보였다.

 

비에 젖은 벽오동 나무잎새가  후줄근해 보였지만

예쁨으로 탄생된듯, 새로운 모습이었다.

아파트 후문 앞의  어정쩡한 은행 잎들이
비 바람으로 인해서  분위기를   만들어놓았다.

떨어진 은행잎은 노랗고, 나무위의 은행잎은 아직도 푸르름이 섞여있다.

 

오늘 저녁 메뉴로 묵밥이 먹고 싶어서  묵을 쑤기로 했다.

재래시장에 가서 사다먹으면 될 것을....
까탈스런 입맛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면서  또다시 일을 만들었다.
비내리는 날이니까  '날궂이'라고 생각하며 시간 때우기  했다.

묵가루1컵반 : 물 9컵
1:6의  비율로

정확하게 계산해서  묵가루를 풀었으며 ,찻숟갈로 소금 1스푼 넣었다.

가스렌지 센불에서 같은 방향으로 저어주면서, 5분 정도 경과하면

응고가 되기 시작하면 불을 줄인다.

주걱이 저어지지 않을 만큼 빡빡해지면, 들기름 2숟갈(밥숟갈)을 넣은 후

최대한의 약불에서 같은 방향으로 주걱을  저어준다.

 

은근하게  약불에서  30분이상  한쪽 방향으로 주걱을 저어주는데...
평소에도 아픈 팔(오른쪽)이  

견딜수 없이 아파오길래, 묵 만들기를 후회했지만 포기 할 수 없었다.

정확하게 33분
30분 이상이라고 해서  33분에  불을 껐다.

 

30분 동안  한쪽 방향으로

주걱을 젓는다는 것이 고통이었기에  인내심 테스트를 한 것 같았다.

불을 끈 후, 뚜껑을 덮고 3분 정도 뜸을 들였다.

묵을 많이 만들어 놓으면 먹어치우는 것이 지겨울 것 같아서

묵밥 두번, 묵무침 한 번 먹을 만큼 묵을 쒔더니 

요만큼의 분량이 되었다.

 

바닥에 눌어 붙은 것을

긁어 먹는 것이 맛있어서 깨끗하게 긁어 먹었다.

4시간 정도  시간이 지나니까 요렇게 예쁜 묵이 나왔다
탱글 탱글, 쫀득쫀득...맛이 괜찮았다.

저녁 메뉴로  묵밥을  먹기위해  썰어봤더니  

도토리묵이 탄력있게 잘되었다고 자랑해본다.

묵은지 송송 썰어서  유기농 설탕 반숟갈,  참기름, 깨소금에 무치고
계란 지단 만들어 썰어서 고명으로 올렸다.
텃밭의  유채나물 뜯어다가 파란 나물을 만들었고
돌김 구워서 썰어 넣은 후
멸치 ,다시마 육수 만들어서 따끈한 국물을 넣었더니
진짜 맛있는 묵밥이  되었다.
늘 먹어야 하는 보리밥을 한숟가락 넣어서 말아 먹은... 별미의 묵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