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입맛없는 더운 여름의 '가지전'

nami2 2022. 8. 11. 21:31

일기예보를 보니까  오늘과 내일의 기장 해안가에 비 내릴 확률이 60%였다.

눈이 빠지게 비를 기다리는...  농사짓는 사람들은  60% 확률에 대해서 엄청 기대를 걸고 있었다.

왜냐하면  쪽파도 심어야 하고, 당근씨도 파종해야 하며, 가을 무우 씨도 뿌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루종일 기다려도 60%  비내릴 확률에대한 기대감은  꽝이었다.

 

흐린 날씨 덕분에  삽질을 하고, 거름을 뿌리고, 덕분에 밭 일은 많이 했지만, 너무 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만 내려야 할 곳은 자꾸 비가 쏟아져서  절망이 두배가 되고

가뭄 때문에 비가 내려줘야 할 곳은  비가 내리지 않아서  기다림에 대한  상실감에  입맛 까지 씁쓸하게 하는데  

하늘의 장난질은  이 여름이 다가도록  그러할 것인지?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텃밭을 둘러싼 풀 숲의 넝쿨성 식물들은 끝도없이 자라서 밭고랑 까지 점령해오는데

외국에서 온 환삼덩굴은 웬수같은 존재이지만  '계요등' 넝쿨은 꽃이 예뻐서 그런대로 봐주기로 했다.

 

가뭄이  계속되지만

더위에 지쳐가면서도  힘들게 물을 공급해주니까  가지는  보기좋을 만큼  싱싱하게 크고 있었다.

폭염 속에서  옷이 젖을 만큼  땀을 흘리다보니  입맛도 사라져서 

따내야 하는 가지는  처치곤란이 되었다.

이사람 저사람 몇개씩 갖다줘도 가지는  이틀에 한번씩 따내야 할 만큼이다.

 

원래 가지 반찬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반찬인데

보라색깔의 채소가 몸에 좋다고 해서  심어놨더니, 가지 반찬을 즐겨먹지 못한다는 것이 우습기만 했다.

그래도 농사 지은 것을  그냥 버릴 수가 없어서 생각해낸 것이 '가지전'이다.

입맛 없을때는 뭐든지  전을 부쳐서 식사대용으로 하는 습관....

그래서 가지전을 부쳐서  한개라도 뱃속에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가지를   전 부치기 좋게 썰어서 소금에 살짝  절여놨다.

가지에서도 물이 나오기 때문에  소금에 살짝 절여서 물기를 꼭 짜면, 쫄깃거리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마른새우는  렌지에 1분 돌려서 바삭거리게 해놓고, 양파와 청량고추를 준비했다.

 

양파와 청량고추(땡초)는 믹서기에  갈아놨고, 마른새우는 분쇄기에 곱게 갈았다.

부침가루에 계란과 갈아 놓은 것들을 넣고    반죽을 했다.

 

살짝 절여놓은 가지를  밀가루 묻혀놓고,  밤단호박도 먹기좋게 썰어놓았다.

밤맛이 나는  아주 작은 제주 단호박도  전을 부치면 맛이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전을 부치면서 맛을 봐야했다.

새우가루가 들어갔고, 양파와 땡초가 들어갔기 때문인지  냄새  자체가 맛있음을 인정했다.

 

가지는 3개 정도  했는데  반죽이 남아서 1개 더 추가 했고

단호박은 렌지에  2분 정도 돌려서  전을 부치면   맛이 괜찮을 것 같았다.

 

전을 부치면서  따끈한 전을 먹는 맛..... 좋았다.

앞으로는 가지반찬 보다는 전을 부치는 것이  가지 소비하게 안성맞춤일듯 했다.

가지 4개가  '가지전'으로 탈바꿈 했다는것.... 그냥 웃음이 나왔다.

 

밭에서 따온 토마토 역시 처치곤란이었다.

그래서 끓는 물에 넣어  살짝 데쳐서, 

껍질을 벗겨  냉장고에 넣어 놓고 토마토 쥬스로 변신 시켰다.

 

토마토 쥬스, 가지전과 단호박전을 먹으면서  밥 한숟가락의 곡물

입에서 부담감이 없으니까  식사는  평화롭게 끝이났다.

 

텃밭에서  올해의 마지막 옥수수와  애플수박을 수확했다.

옥수수도 끝물이고, 애플수박도 마지막 한개 남은 것을 땄다.

 

작은 접시에 담아놓은 애플수박의 크기는 ....

귀엽고 앙증스러웠다.

애플수박이니까,  사과의 크기보다는 약간 컸다.

 

사과 깎는 것 처럼 깎아서  한입 베어물고 싶었지만

그래도  애플수박의 품위가 있었기에 정중하게 대접을 했다.

수박의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정성을 들여서 직접  키운후,  수확을 해서 먹는 수박 맛은 혼자 먹기 아까웠다.

그래도 마트에서  파는  대형 수박맛 보다 훨씬 맛이 있었고, 혼밥 먹는 사람에게는 딱 어울리는  수박이었다.

올해 애플수박 첫농사를 지어서 수박을 5개 땄다.

신기하고,  예쁘고 귀여워서  끝까지 저장해놓고 싶었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고

 수박 1개는 서울 동생 집으로  보냈고, 4개를  적당한 시기에  따서 잘 먹었음을 메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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