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4월이면 걷고싶은 길

nami2 2021. 4. 2. 21:51

변덕스러운 봄날씨는 4월이 시작 되면서 더 심한 것 같았다.

어찌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지?

세상의 모든 것들을 날려버릴듯한 세찬 바람은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예쁘게 피었던 벚꽃이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변화된 것은 딱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나갔다.

3월에 몽땅 꽃이 피었다는 것에 심술을 부리듯, 4월에 부는 바람은 꽃바람이 아니라 심술바람인듯....

예쁘게 핀 벚꽃들은 모두 바람에 날아가버렸다.

들판의 채소들 중에 쪽파는 하루가 다르게 모습을 바꾸기 때문에 그것들을 뽑아야 했고, 다듬느라

긴 시간 동안 들판에 앉아 있었더니 심하게 부는 바람은 엄청 춥기도 했지만

흰눈이 내리듯, 쉴새없이 하얀 꽃잎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은 예쁘다기 보다는 그냥 허무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하얀 백도화꽃이 예쁘게 핀 산골마을을 길동무와 함께  1년만에 한바퀴를 했다.

늘 해마다 4월이면 일부러 찾아가는....

어린시절의 외갓집 동네를 닮은 것 같아서 인연을 만든지 10년이 넘은 아름다운 마을이다.

 

복사꽃이 예쁘게 핀 시골길을 구석구석 돌아다녀본 것은 혼자가 아니고 둘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어디론가 그냥 무작정 가보자는 길동무의 요청에 의해

무조건 나만 따라오라는 말한마디만 건넨채 ,집 앞에서 버스를 20분 정도 타고가서

기장읍 일광산 자락의 꼭꼭 숨어 있는 산골마을로 들어갔다.

 

집 주변에서 보았던 조팝꽃보다는 훨씬 더 시골 정취를 느낄수 있는 하얀 조팝꽃도 그리움을 만들었다.

두분 모두 교사였던 부모님 덕분인지

어린시절의 나의 형제들은 방학만 되면  으례히 외갓집으로 보내졌다.

방학동안만이라도 외갓집에서 재미있게 지내다가 오라고 하는, 부모님의 깊은 뜻은 잘모르겠지만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한달내내, 6년동안 보내졌으니 외갓집은 거의 고향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 외갓집이 어느날 미국 센프란시스코로 옮겨진지 40여년

외갓집 동네를 닮은 산골동네를, 해마다 찾아다니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사무치는 외갓집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작은 시골동네로 들어가는 좁은문 같은 동네 어귀의 탱자나무에 꽃봉오리가 맺혔다.

벌써 탱자꽃이 하얗게 피기 시작하는 계절이 왔음도 새삼스러웠다.

벚꽃으로 뒤덮은 것 같았지만, 꽃잎이 날리는 풍경은 어느곳에서라도 쓸쓸함을 보여주었다.

 

뜰보리수꽃이 하얗게 피기 시작했다.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는데 가장 많이 눈에 띈 것은 엄나무와 뜰보리수 나무였다.

귀신을 쫒는다는 엄나무(엉개나무)는 시골동네일수록 집집마다 엄청 많았다.

 

 6월이면 빨간열매가 다닥다닥 달리는 뜰보리수 나무꽃이 제법 예쁘게 피었지만

 그다지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 것은 다른 꽃에 비해서 화사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농원집 입구의 벚꽃나무에도 꽃잎이 모두 떨어져서 또다른 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꽃잎이 떨어지니 볼품 없어진 벚꽃나무 밑에서 그냥 서성거려 볼뿐....

봄날에 느끼는 허탈감은 비록 이곳뿐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은 제법 '옥매화'가 예쁘게 피고 있는 것을 볼수 있었다.

   옥매화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관목으로 개화시기는 5월이라고하는데

   성질 급한 꽃은 4월 초에 활짝 피었다.

   옥매화의 꽃말은 고결과 충실이다.

 

  하얀 만첩 도화꽃은 '옥매화'는 확실하게 달랐다.

  어찌보면 예쁘고, 어찌보면 지겹다는 느낌을 주는 꽃이지만, 장소에 따라서는 예뻐 보일때도 있다.

 

          만첩 홍도화의 아름다움!!

 

    만첩도화꽃이 예쁘게 피는 산골동네 입구의 어느집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4월이면 변함없이 예쁘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산골동네의 묵정 밭 끝자락에 서있는 벚꽃도 멋진 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날씨가 흐림이었기에, 꽃마져도 흐림이 되었다.

 

 동네 한바퀴를 돌고나서  길동무와 함께 산길로 접어들었다.

 시간에 구속 당하지 않으니, 길 끝나는 곳 까지 가보자는 의견이 일치되었다. 

 

 어린시절에 불렀던 노래 ' 고향의 봄'과 딱 어울리는 시골길이었다.

 길 끝나는 곳 까지 가보자는 것이 편안함을 가져다 주었다.

 

길따라 가다보니 어느곳이든지  길 끝나는 곳에는 ' 길없음'이 표시 되어 있었다.

경운기가 다니는 좁다란 시골길은 이쪽길도 저쪽길도 길 끝나는 곳에는

반드시 '길없음'의  친절한 표지판이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은 산넘어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닷바람 때문에 날아갈 것 같은 분위기인데

이곳의 산골마을은 병풍 처럼 늘어선, 오목조목한 산들이 아늑하게 바람을 막아주는 듯...

시원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들길은, 두사람이 걷기에는 진짜 편안한 길이었다.

 

어린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들어있는듯한, 산골마을 풍경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예쁜 봄4월의 풍경이다.

10년전에 처음 우리집 아저씨와 이 마을에 들어섰을때는  전형적인 산골마을의 아름다움에 이끌렸었는데

세월이 흐른 지금에는 전원주택이라는 이름으로 타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에 의해서

개발이 되는 것이 아니라 훼손되는 느낌이 많았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그런대로

옛날 아주 옛날의 외갓집 동네를 닮았다는 것만으로도 그리움을 해소할수 있다는것이 좋았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기 위한 몸부림이란....  (0) 2021.06.02
그 숲속의 야생화  (0) 2021.04.09
입맛 없는 봄날에  (0) 2021.03.08
심심해서 만들었던 보름나물  (0) 2021.02.26
집, 베란다에 핀 꽃들  (0) 2021.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