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입맛 없는 봄날에

nami2 2021. 3. 8. 21:47

예쁜 봄꽃이 하나씩 둘씩 눈에 띄기 시작하는 봄날이다.

히야신스 꽃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하면서, 산책 하는 길에 이곳저곳을 눈여겨보니 수선화도 피고 있었고

매발톱도 꽃망울이 제법 부풀고 있었으며, 어느새 살구꽃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매화가 사라져가는 들판은 또다른 봄꽃이 바톤텃치를 하는듯, 자꾸만 예쁜 모습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았다.

날씨는 엉망인데, 계절에 순응하는 봄꽃들은 자꾸만 앞다퉈 피기 시작하는 봄이다.

평소에도 입이 짧아서 음식 먹는 것을 그리 좋아 하지 않건만, 봄을 타는 것인지 점점 입맛을 잃어가고 있는 요즘,

해마다 환절기인 이른 봄날에는 밥을 먹지 못해서, 밥을 양껏 먹었으면 하는 것이 희망사항이기도 한데

어떻게 입맛을 찾아야 하는가 생각하다가, 날씨가 춥거나말거나 텃밭으로 나가보았다.

혹시 텃밭에 나가면 뭔가 해답을 얻을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그냥 무작정이었다.

 

텃밭 주변에 심어놓은 '로즈마리'에서 보랏빛 예쁜 꽃이 피었다.

어찌 그리 색깔이 고운것인지?

입맛이 없어서 배는 출출하지만, 꽃을보니까 밥을 안먹어도 배가 부른 것 같았다.

 

텃밭을 가꾸면서, 뭐든지 들판에서 뜯어먹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심어놓았다.

밭에다가 그런것을 심느냐고....농사를 전문적으로 짓는 사람들이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냉이도 씨를 받아서 퍼트리고, 쑥, 달래, 민들레, 산나물.. 등 뭐든지 돌아다니면서 주변에 있는 것들을 캐다가 심었다. 

그러다보니 한 두해 지나고 나니까 어느새 텃밭은 잡동사니가 되어 있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재미있었고, 눈으로 보는 재미는 물론이고, 뜯어다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텃밭에 나가서 뭐든지 입맛 찾을 수 있는 것을 뜯어보려고 나갔더니 제법 쑥이 자라 있었다.

쑥국!!

끓이는 것도 귀찮았지만, 사라진 입맛을 찾기위해서라면...

 

어린 쑥을 뜯는 것이 답답해서

이른봄의 쑥은 가급적이면 뜯지않는데, 들판을 돌아다니면서 뜯는 것도 아니기에

텃밭에서 눈에 보여지는 쑥을 한웅큼 뜯었다. 

 

10월에 심었던 시금치는 가뭄이 극심해서 월동용 시금치 였지만, 여지껏 한번도 뜯어먹지 못했다.

봄기운이 퍼지면서 제법 모습을 드러낸 시금치도 나물 한접시 정도 뜯어봤다.

모두 겨울을 텃밭에서 지낸 것들이기에, 맛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오늘 따라 날씨는 엄청 추웠지만, 쭈그리고 앉아서 청승을 떨었다.

한끼라도 맛있게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살고자 하는 욕망인 것인지?

웃음이 나왔다.

 

재래시장에도 하우스에서 키운 '달래'가 엄청 나와 있지만

밭에서 키운 달래 맛을 따라오지 못했다.

차거운 바람이 옷속을 파고들어서 꽤 추웠는데, 달래를 캐는 작업은 시간이 제법 걸렸다.

무조건 캐는 것이 아니라, 굵은 것만 골라서 캐면서, 가는 것은 다시 심어줘야 했다.

달래를 심어놓고 일년 만에 캐보는 첫 달래농사였기에 재미있었다.

 

비가 자주내려서 쑥도 그렇고, 시금치와 달래도 흙이 많이 묻어 있어서 몇번씩 물로 씻은뒤

흙물을 빼내기 위해서 1시간 정도 맑은 물에 담가 놓았다.

요즘 마트에는 하우스에서 재배한, 봄 야채들이 깨끗하게 많이 나와 있었지만

노지에서 키운 것이 맛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귀찮아도  흙물 빼내는 작업은 어쩔수 없었다.

 

시금치무침은

씨를 뿌려서 농사를 지은후 처음으로 뜯어먹게 된 겨울채소 였기에 달착지근하고 먹을만 했다.

원래는 시금치 무침도, 시금치 냄새가 싫어서 잘 안먹는 나물인데

살짝 데쳐서 참기름과 깨소금, 국간장, 마늘다진 것을 넣고 무쳐 놓으니까 맛이 있었다.

 

쑥국도 쑥향이 싫어서 잘먹지 않았던 국인데

추운날에 힘들게 뜯어다가 국을 끓이니 한끼 정도는 먹기로 했다.

나의 입맛은 채소에서 나오는 특유의 향기가 있는 것은 뭐든지 먹지 않았던 괴상한 식성이었다.

그런데 남들 사는 만큼은 살아보기 위해서 먹어보려고 노력중이다.

 

싱싱한 달래를 잘 씻어서 오이를 썰어넣고, 새콤달콤 '달래오이무침'을 했더니

향긋한 오이향과 달래향이 어우러져서 달아났던 입맛이 되살아난듯 했다.

입맛이 없어서 며칠째 밥 같은 밥을 먹지 못해서 고민 했었는데,

달래오이무침 때문에 오랫만에 맛있게 밥을 먹었다.

날김에 밥을 싸서 향긋한 달래를 얹어 먹었더니 별미였음이....꿀팁이었음을 메모해본다.

 

텃밭 한켠에 '광대나물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면, 5월에 꽃이 피는 자운영꽃 처럼 보여지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광대나물꽃밭이다.

 

날씨는 겨울이지만 계절은 확실한 봄이되었음은...
겨울내내 보일듯 말듯 자라던 '광대나물'이 봄기운을 받고,화사하게 예쁜 꽃밭을 만들고 있었다.

아직은 봄채소를 심지 않는 들판의 빈 밭에, 붉은 꽃들이 봄이 완전하게 와있음을 알려주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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