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낯선동네에서의 여름풍경

nami2 2021. 8. 5. 22:44

비 한방울 내리지 않는 불볕더위가 지속되다보니

마스크를 쓰고는 어느 곳이라도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눈꼽 만큼도 없는 요즘이다.

폭염의 불볕더위는 해안가에도 예외는 없는듯,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는 것에 자신이 없어졌다.

그러다보니 여름날의 불청객인 태풍이라도 왔으면 하는 엉뚱한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비를 몰고오는 태풍이면 더욱 좋겠고

바람을 몰고 오는 태풍이라도 반가울 것만 같은 무더위속에서

시끄러운 매미소리만 들어보면 하루가 얼마나 더울것인가를 가늠해보는 것도 지겨운 일상이 되었다.

그래도 한밤중 까지 이어지는 더위였지만, 잠을 설치게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더위 때문에 집콕을 하다보니 일상이 너무 지루해진 것만은 사실이다.

 

7월27일에 다녀온 낯선동네 '김해 수안마을' 입구이다.

모처럼만에 큰 마음 먹고 바깥 바람을 쐬러 나간 경남 김해는

집 주변에서는 참으로 먼곳이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몇번씩이나 환승을 해가면서, 지도를 검색하고 ,사람들에게 가는 길을 물어보고... 

무더운 여름날에 할짓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낯선동네에서 한나절을 지내는 것도 괜찮았다고 생각해본다.

 

마을길로 들어서면서 첫인상은 그냥 좋았다.

발길 닿는대로 길 따라서....라는 취지는 좋았지만, 계절이 어울리지는 않았다.

꽃이 피는 봄이었다면, 낙엽이 지는 늦가을이었다면, 참 잘어울렸을

아주 예쁜 시골동네였다. 

 

어느집 낮은 담장 너머로 보여지는 작은 정원의 탁자에 앉아서

시원한 차 한잔을 하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지만, 마음으로 마시고 길을 따라 또 걸었다.

 

어서와  수국사진관"이라는 곳에서 바라본 시골풍경은

수국꽃이 피는 초여름날이나

붉은 감이 마을길을 예쁘게 장식할 늦가을날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목수국이 하얗게 핀 김해 수안마을 풍경....

 

인기척이 전혀 없는 시골동네 한복판에서  이정표를 찾았지만

이곳 저곳의 갈림길에서 어쩌지 못하고, 그냥 우측으로 길을 따라 걷기로 했으나

내리쬐는 한낮의 폭염은.... 생각만해도 아찔이었다.

 

낯선 시골동네에서의 한나절은...

카페도 없었고, 편의점도 없었으며, 인기척도 없는 마을길에

작은 의자가 쉼터가 되었다.

 

지금이 여름날이라는 것을  보여주는듯한 '배롱나무꽃'이 마을길을 지키고 있었다.

 

언덕위에 예쁘게 핀 '부용화'꽃도 카메라를 줌인해서 찍을 수 있었다.

시골길에는 정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터덜 터덜~~ 찌는듯한 한낮의 폭염을 맞으면서 마을길이 끝나는 곳 까지 걸어가야 하는...

비록 길동무와 함께였지만, 고달프고 힘겨운 낯선 이방인이 된듯 했다. 

이런짓을 왜 하고 있는지, 웃음도 나왔다.

 

길 끝나는 곳에 위치한 작은 사찰로 들어가는 길이다.

대웅전으로 가는 길이라는 안내판이 있었지만, 쉴수 있는 곳은 단 한곳, 이곳뿐이었다.

부처님께 인사를 여쭙지도 못한채

절집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앉아서 간식과 함께 생수를 마시는 여유를 가져보았다.

또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하는 한낮의 기온은 32도였다.

 

 

마을길을 되돌아 나오면서 '목수국'이 하얗게 핀 곳으로 찾아들어 갔다.

 

수국꽃이 예쁘게 핀 7월초였다면, 이곳에 갔었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었을텐데

그래도 하얀 목수국이 마음의 위로가 되어주었다.

목가적인 시골풍경속에 하얀 목수국 꽃도 봐줄만한 그림이 되어주었다.

 

길모퉁이에 핀 배롱나무꽃이 자꾸만 발길을 멈추게 했다.

 

이곳, 시골동네에서 가장 멋진 곳은 시원한 대나무숲이었다.

시원한 바람은 불지 않았지만, 대나무 숲이라는 그늘막이 잠시 잠깐 여유를 갖게 해주었다.

미친짓....!!

한여름 뙤약볕 아래를 터덜거리며 걷는 두여인은 한마디로 미친짓을 했다는  생각에 웃음만 나왔다.

언젠가는 이것도 추억속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서, 이야기꺼리를 만들것이라는 생각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