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 숲속의 야생화

nami2 2021. 4. 9. 21:44

 지난해 11월에 다녀온 후 한번도 발걸음을 하지 않았던, 그 숲속으로 가는 길에는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의 흔적이, 싸락눈이 내렸던 잔설처럼 희끗희끗 남아 있었다.

 그 숲속으로 가는 길은

 벚꽃이 예쁘게 피었어도 마음이 안편했을 것이고, 벚꽃이 모두 사라졌어도 마음은 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잖아도  산길로 접어들을 때는 이래저래 마음이 편하지 않았는데

 커다란 나무위로 '겹벚꽃'이 탐스럽고, 예쁘게 피어 있는 것이

 마음의 위안을 주는 것 같아서 무거운 마음, 무거운 발길이라도 혼자서 가는 산길은 걸을만 했다.

 

 가슴속에 커다란 바위덩이가 들어앉은 것 같은 무거운 마음으로, 산 속 깊은 곳의  그 숲속을 다니다보니 어느새 3년

 언제 부터인가 내게 있어서 4월은 가슴이 시려오는 아픔이 있는 달이 되었다.

 우리집 아저씨가 그 숲속으로 이사를 했던 날 부터, 시작된 슬픔은 시간이 갈수록 그리움만 커질뿐...

 그래도 봄꽃이 피면서 가고싶은 곳이 있고, 꼭 가야만 되는 곳이 있다는 것이 운명적인 장소가 된 것 같았다.

 곧 다가오는 3주기를 앞두고

 3년전 보다는 아주 쬐끔, 시린 가슴이 약해졌다는 것이 세월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보면서

 혼잣말로 중얼중얼......

 눈으로 볼 수 없는 우리집 아저씨께  안부를 묻고 , 내 건강을 전하고

 그쪽 세상은 어떠하며

 이쪽 세상은 지금 이러이러 해서 아직도 마스크 쓰고, 길조심 사람조심 한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함께 했을때 처럼, 종알종알 미주알 고주알, 그러고 나니까 산을 내려오는 길은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   

 

   벚꽃이 지고 있는 산길에서  '겹벚꽃나무' 꽃송이가 연등 처럼 환하게 불을 밝혀주는 듯 보여졌다.

   겹벚꽃이 이렇게 예뻐 보이기는 처음인 것 같았다.

 

  산길을 걸어가면서 눈에 띄는 '좀현호색'이 반가웠다.

  이른 봄에 피는 현호색은  4월이 되었어도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꽃을 보여주었다.

 

  서너 걸음 주변에 현호색이 제법 보였기에, 무조건 사진을 찍은 후 집에 와서 사진을 살펴보니

  현호색 잎이 모두 다른 것이므로, 현호색의 세 녀석 이름이 모두 다른 이름이었다.

  이래서 야생화 사진 찍는 즐거움이 있는 것인가? 그냥 재미 있었다.

 

                   애기현호색

 

                  왜현호색

 

                줄딸기꽃

 

               남산제비꽃

 

    우리집 아저씨가 머무는 숲속에 '양지꽃'이 제법 보였다.

    우리 두사람이 모두 야생화를 좋아해서, 전국의 산으로 야생화를 찍으러 다녔던 것을 염두에 두었던 것인지

    이곳 숲속에 갈 때마다 나를 헛걸음으로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 늘 고마웠다.

    49재를 지내는 동안에도

    꿈속에서 나타나서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의 야생화를 사진 찍어주던 것을  생각해보면

    자신이 머무는 곳에서, 나를 위해 야생화를 꽃피우게 하는 것은 아닌가 고마움이 또 그리움이 된다.

 

    우리집 아저씨의 흔적이 뿌려진 ,숲속의 큰나무 밑에도 '양지꽃'이 예쁘게 피었다.

    10평 정도의 숲 주변에 흔적이 뿌려진 곳에는, 이렇듯 찾아갈 때마다 이런 저런 야생화가 나를 반겨 주었다.

 

   2년 남짓, 이 숲속에는 그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야생화를 제법 많이 만났었다.

   야생화를 유난히 좋아해서 전국의 산을 헤매고 다녔던, 나를 위한

   우리집 아저씨의 선물이 아닌가 생각했기에, 이곳의 야생화들은 더욱 귀한 꽃으로 여겨졌다.

 

   숲에 도착했을때 , 풀 숲에서 새 한마리가 나에게 인사 하는 것 처럼 머뭇거렸다.

   난생 처음 보는 예쁜새라서.......

   우리집 아저씨의 친구가 아닌가 해서 인사를 했더니 날아가버렸다.

   잠시후 어디선가 딱딱...딱딱 나무를 두두리는 소리가나서 찾아봤더니, 나에게 아는척 하던 새였다.

   딱따구리였다.

 

  딱따구리 사진을 찍기위에서, 높은 나무가지를 올려다 보느라 목이 아플 정도였는데

  이 녀석 나무 위에서 이렇게 저렇게 포즈를 취해주는 것이  고마웠다.

  딱따구리 덕분에, 나무를 두두리는듯한 '딱따구리' 녀석의 사진을 제대로 찍어보았다.

  큰 나무는 하늘과 맞닿을 것 같은 높은 나무 였는데, 사진이 잘 찍혔다는것이 그냥 감사했다.

  이 숲속의 나무와 새 그리고 작은 야생화들도 모두 나에게는 귀한 존재들이었기에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개감수"라는 야생화도 올해 처음 보는 꽃이었다.

   아직은 활짝 피지 않은 꽃이지만, 검색을 해보니 꽃이 제법 예쁜 것 같았다.

 

    우리집 아저씨가 머무는 숲속의 나무들 중에서, 꽃이피는 나무도 제법 있었다.

    그중에서 4월에 피는 꽃은 산벚꽃이다.

     5월에 피는 하얀꽃, 여름에 피는 꽃 그리고 가을에는 빨간열매, 보라색 열매가 또 나를 반겨준다.

 

  그 곳, 숲속 으로 가는 주변에 봄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20여분 산 길을 걸어갈 때는 마음이 착잡해져서 잘 몰랐는데

  산비탈 언덕에 올라서니 , 그 숲속이 있는 쪽으로  제법 예쁜 꽃이 피었다는 것이 그냥 고마웠다.

  곧 뻐꾸기 소리가 들려올 것이고

  숲속으로 가는 길 주변에는 하얀 찔레꽃과 아카시아꽃이 흐드러지게 필 것이며

  그리고 이팝나무꽃 등등 늦 봄에 피는 하얀 꽃들이 제법 많이 피어 있을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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