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비가 내리는 날에, 일 만들기

nami2 2021. 6. 15. 22:08

어찌된 일인지, 요즘은 시도때도 없이 비가 내리고 있다.

하루 이틀 전, 일기예보에는 비가 내리는 일이 없을 것이라 해서 계획을 세우게 되면,

막상 당일이 되었을때는, 비가 내리는 날로 체크가 되어서 종종 황당한 일을 겪게 되는데...

그냥 마음 내키는대로 비를 내리게 하는 하늘이 유감스러울뿐이다.

6월의 날씨는 비가 너무 자주 내려서 텃밭에 풀 뽑아내기도 바쁘지만

비오는 날에는 그나마 풀뽑는 일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사뭇 못마땅 하기만 했다.

 

들판을 산책하다보면, 이른봄에 매화가 피었던 곳에 매실이 주렁주렁 달린 것을 자주 볼수 있었다.

익어가는 노란 매실도 그렇지만, 청매실을 볼때마다 또하나의 숙제가 머리속을 헤집어 놓는다.

해야 할 일이 생기면 그냥 넘어 가지 못하는 못된 성질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부랴부랴 시장에 가서 매실을 구입해서 돌아와 또다시 일을 만들었다.

 

이른봄에 예쁘게 꽃이 피던 '분홍매화' 나무에서 노랗게 매실이 익어가고 있었다.

보기에는 먹음직스러워 보였지만, 한개를 따서 살짝 맛을 보면 식초보다 더한 신맛이 고개를 흔들게 한다.

그래도 나무옆에 서면, 노랗게 익어가는 매실의 향기는 일품이었다.

 

매실 10키로를 35,000원에 구입을 했다.

초겨울에 김장하듯이, 해마다 6월이면 매실청을 만들기 위해, 하루의 시간을 소비한다.

3년 정도 묵힌 매실액을 먹기 위해서라면, 해마다 매실청을 만들어놔야 한다는 것이

이제는 일상이 된듯 했다.

 

매실을 잘 씻어서 소쿠리에  받쳐 물기를 건조시킨후 꼭지 부분을 깨끗하게 제거 했다.

 

10년 전 부터 매실청을 만들때는 꼭 씨를 빼냈다.

그때는 칼로 씨를 빼내다보면 ,손에 물집이 잡혀서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었다.

그래도 씨에 독성이 있다고 하니까 어쩔수 없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씨를 빼내지 않고 매실청을 담그려니 마음 한켠이 찝찝해서 힘든 작업임에도 계속 미련한 짓을 했었다.

 

망치로 톡하고 매실꼭지 부분을 때리면  쉽게 씨가 빠지건만, 아파트라는 것이

밑에 층에서 쫒아오지 않을까 싶어서, 망치로 때리는  작업은 하지 못하고, 칼로 씨를 도려 냈었는데

이제는 세월이 좋아져서 매실 씨를 빼는 도구가 나와서 쉽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매실의 씨 빼는 도구는 작두처럼 생겨서 그냥 살짝 누르면 매실이 쪼개졌다.

 

씨빼는 도구로 잘라놓은 매실을, 칼로 씨를 빼내면 되는데, 그것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한마디로 온 몸이 뒤틀려서 죽을 맛이었다.

 

매실이 10키로이니까, 5키로씩 나눠서 작업을 해야했다.

우리집에 큰 그릇이 한개 밖에 없었고

5키로의 통이 두개였기에, 어쩔 수 없이 나눠서 같은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

매실꼭지를 제거한 후, 일단 소주로 매실을 샤워시켰다.

소주를 담은 통으로  샤워를 시킨후, 5분 정도 시간이 지나면, 소주는 증발이 되어서 뽀송뽀송 해졌다.

 

씨를 제거한 매실 5키로를  설탕에 버무렸다.

 

매실 10키로의 씨를 모두 빼내니까, 약 1키로 정도의 무게가 빠져나갔다.

결론은 씨의 무게가 1키로였다는 것이다.

 

매실 5키로가 담겨진  통에 설탕을 붓고 마무리 했다.

 

매실 10키로를 가지고, 매실청을 만들기 위해 5시간을 소비하였다.

비가 내리는 날에

꼼짝없이 앉아서 꼼지락거렸더니, 올해의 매실청 만들기 숙제가 완성되었다.

 

매실청을 만들어서 3년 정도 묵힌 것을 먹다보니, 올해는 2018년에 담근 것을 먹고 있다.

각종 음식에 양념으로 쓰이며

소화불량일때, 식중독 조짐이 있을때,  여름철에 갈증을 느낄때  상비약 처럼 사용한다.

 

쪼그리고 앉아서 5시간 동안 꼼짝않고 일을 했더니, 허리 ,어깨, 팔, 다리가 뻐근해짐을 느꼈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그냥 할일없이  뒹굴거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해서

자꾸 뭐든지 일을 만드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는데

오늘, 비오는 날에는

꼭 해야 하는 일을 했다는 것에, 약간은 힘들었어도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이 후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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