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집, 베란다에 핀 꽃들

nami2 2021. 1. 5. 21:54

날씨가 추워지면서 집콕을 자주 하다보니, 거실에서 베란다를 바라보는 일이 자주 생겼다.

두식구가 살때는 식물 키우는 것도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많은 식물들을 키워냈는데

어느순간에 혼자가 되고보니 집안의 식물들을 돌아볼 여력이 생기지 않았다.

나혼자 산다는 것도 버겁기만한데, 어찌 너희들 까지 돌보겠냐구...

화분 100개가 넘는 식물들을 방치하고, 내다버리고, 스스로 명을 다하게 만들고

참으로 못할짓을 많이 했었다.

살아남는 녀석들만 함께 끝까지 가겠다고 작정한후 겨우 물만 가끔씩 주었더니

그래도 때가 되면 꽃을 피워주고, 싱그러움도 보여주고,

요즘 처럼 춥기만한 겨울날에 베란다를 참으로 예쁘게 해줬다.

 

바깥 날씨는 자꾸만 영하로 내려가건만

앙증맞은 빨간 꽃봉오리가 나의 마음을 흔들어놨다.

베란다 안에 있었기에 가능한 겨울날의 화사함... 이래서 집안 가득 제라늄을 키우게 되나보다.

 

제라늄의 꽃색깔은 여러종류이지만

지금 현재 꽃을 피워주는 꽃은 빨간색깔의 꽃이다.

여름에는 거의 다죽어가는 것 같아서 가을쯤에 내다버리려고 했는데

차일피일 게으름을 피우다가 겨울이 되고보니 또다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우리집 제라늄은 겨울에 가장 예쁜꽃을 피워준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지루하고 더웠던 여름부터 가을 까지는 너무 지저분한 모습이라서 봐주는것에도 인내심이 필요했었다.

그만 우리의 인연은 여기 까지라고...중얼중얼 했었는데

겨울이 되면서 너무 예쁘게 꽃을 피워주는 '단풍제라늄'이다.

이제는 여름에도 잘 보살펴주겠노라고 미안한 눈인사를 건넸다.

 

키가 하늘까지 올라갈 것 같은 꽃기린이다.

우리집 식구가 된지 벌써 15년...

이녀석은 방치하면  꽃을 절대로 피우지 않는 녀석이다.

자신만의 개성이 있어서 그런지 나의 게으름을 못마땅하게 생각 하는 것 같아서

이녀석에게 만큼은 늘 관심있는 척을 하면, 꽃도 피우고 키도 크고 잎도 푸른색깔을 띄운다.

그런데...

밑의 하얀색깔의 꽃을 피우는 꽃기린은 우리집에 온지 벌써 20년이 넘었는데

돌보지 않아도 꽃도 잘 피우고, 잎도 제법 잘자란다.

그냥 함께 살아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그런 녀석인것 같다.

반려식물이라고 할 정도로 긴시간을 함께 하는 것 같았다. 

 

 

집안 곳곳에 몇개의 화분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공기정화용이라고 해서 제법 많이 키웠는데, 모두 내다 버리고

한개의 화분에 몽땅 담아놓고, 알아서 크라고 거의 방치 상태인데, 생각보다 훨씬 잘크고 있다.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이녀석들은 어디서 어떻게 우리집에 왔는지 기억에도 없다.

다만 함께 한 시간들이 꽤 오래 되었기에 끝까지 가보자고 했다.

 

제법 큰 녀석들인데 지난해 봄에 모두 정리를 했다.

몽땅 내다버리고, 눈꼽만큼의 작은 새싹 정도로 흔적을 남겼는데 

1년동안 제법 자라고 있었다.

집안에 있던 작은 화분들이 아까워서, 화분을 살리기 위해 이녀석들을 키우기 시작했다.

 

10년이상 잘자라던 이녀석들의 어미들을 모두 정리했다.

겨우 눈꼽만한 것들을 떼어내서 작은 화분에 심어놨더니 1년동안 잘크고 있었다.

그동안 관엽식물들과 다육이 키우느라 예쁜 화분들을 많이 사모았는데

다육이들은  모두 쓰레기통속에 넣어버린후, 선인장들만 키우고 있다.

사람의 마음이 이상해진 것은...

혼자 남겨진 것에 대한 서글픔이 의욕을 상실하게 된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건드리면 매력적인 향기가 집안을 상쾌하게 하는 '장미허브'도

여름날에 몽땅 정리를 했었다.

다시는 소생하지 않을줄 알았는데, 겨울이 되고보니 싱그러움을 멋지게 보이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식물에 대한 횡포였던 것인가

겨울이 되고나서 반성문을 쓰고 있는 내가 우습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더욱 싱그러움을 보여주는, 우리집 베란다의 식물들은
평소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다가 추운겨울이 되면 신경을 쓰는 척...
자꾸만 눈여겨 본다는 것이 약간은 미안하다는 생각에 사진까지 찍게되었다.

밖으로 나다니면서 바깥 풍경과 작은 들꽃들에게 눈요기 할때는

집안에 있는 식물들은 가끔 물만 줄뿐이었는데, 요즘은 바깥세상이 너무 춥고 황량하다보니

집 베란다를 화사하게 만드는 것이 그냥 고마워서 관심있는 척을 하면서 눈인사도 하게 된다.

우리집 아저씨가 가장 아끼던 화분 '돈나무'가 가을 부터 자꾸만 새싹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우리집 아저씨가 아끼던 화분들중에서는

거실 한켠을 꽉 채운 '관음죽과 돈나무' 만큼은 열심히 키워보려고 애쓰는 중인데

신경을 쓴 만큼 잘 커줘서 반려식물이 될 자격이 있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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