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살기 위한 몸부림이란....

nami2 2021. 6. 2. 21:46

쉽게 나을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감기몸살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어릴때 부터 미련곰딴지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아프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채, 혼자서 끙끙 앓다가 병을 키우는 일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역시 두문불출로 하루를 꼬박 보냈더니, 점점 더 병이 커지는 것 같아서 약간은 두려움이 생기는 것 같았다.

어린시절에는 부모슬하에 있었고, 얼마 전 까지는 한지붕 밑에 보호자가 있었으니까 그러려니 했지만

지금은 말그대로 적막강산인 집안에서 뭔일이나 당하지 않을까 하는 못된 생각을 해보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병원이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것이 살기위한 몸부림 같았다.

살기위한 몸부림이라도 좋으니 빨리 병원에 가보라는... 무언의 압력은

먼곳에 계신 우리집아저씨의 안타깝고 애절한 표현이 아닌가 생각을 해봤다.

읍내에 있는 병원을 가려면 우리집에서 부터 20분을 걸어가야 한다.

버스타기가 애매한, 그래서 걷는 것이 더 낫다는 아파트 사람들이지만, 아픈 사람이 걷기에는 꽤 힘든 길이었다.

병원으로 가는 들길에 한무더기의 하얀꽃이 피어 있었다.

당근꽃이었다.

 

쭉뻗은 뿌리가 땅속에서 예쁘게 생겨나는 당근이 이렇게 하얀 꽃을 피울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빨간 뿌리의 당근과 하얀 당근 꽃을 생각해보면 무언가 궁합이 맞지않는 것 같은데 예뻤다.

당근꽃도 5~6월에 피는 꽃이라서 하얀꽃을 피우게 된것인지는 모르나 

하얗고 예쁜 당근꽃이 그냥 보기좋았다.

 

한무더기의 하얀 당근꽃이 병원으로 가는 들길에서, 나에게 격려를 해주는듯 했기에

아파서 다죽어가면서도 사진 찍을 기력은 있었나보다.

 

지난 일요일 오후 부터 감기몸살이 고통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식사는 먹는둥 마는둥...

대충 두유 한잔으로 때우고, 빵 1개와 물한잔 , 비스킷 서너개와 커피 한잔, 감자 1개와 보리차 한잔

우유는 절대로 못먹어서 아무리 아파도 우유는 식사대용이 아니라는 것이 아쉽다. 

그래서 그런지 기력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억지로 누룽지를 끓여서 한끼 때우고, 된장국을 끓여서 밥 한숟갈 먹은 것이 전부였다.

머릿속으로 무엇을 먹어야 할까 생각해봐도 먹고 싶은 것이 없었다.

그래도 오늘은 병원에 가기위해서  밥을 먹어보려는데, 텃밭에서 뜯어다 놓은 상추가 생각났다.

살기위해서, 병원에 가기위해서 억지로 상추쌈이라도 먹어보니 그런대로 잘 넘어갔다.

 

병원에 다녀온 후 처방약을 먹기위해서 또 밥을 먹어야 했다.

요즘에 가장 하기 싫은 것이 밥 먹는 것인데...

어떤식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가 오후 8시 까지 그냥 누워서 생각해봤다.

처방약을 먹지 않는다면, 아무것이나 한끼 때우면 되겠지만, 독한 약이 들어있는 감기몸살약이라서

무엇을 먹어야 밥이 잘넘어갈까 생각해보니

갑자기 묵은지 생각이 났다.

3년 정도 된 묵은지를 잎사귀만 잘라서 헹군후 ,마침 보리굴비가 남아 있어서 싸먹었더니 밥이 넘어갔다.

진짜 이세상에서 가장 하기 힘든 것이 목구멍으로 밥 넘기는 것이라는 것...

입맛을 잃은 사람들의 고충이 이런 것인가 새삼 느끼게 한다.

언제 부터인가 감기몸살이 찾아오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입맛이었다.

 

좁은 침대에 누워서 1시간20분 동안 멍하니 천정만 바라보다가 심심해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백신접종이 다음 주인데, 백신접종을 하기위해서, 그리고 아직은 살고싶어서

버스 타는 것이 어중간해서, 힘겹게  20분을 걸어갔던 병원에서의 의사선생님 말씀은...

열은 없고, 콧물 기침도 없고, 목감기도 없지만, 과로와 영양결핍이라고 했다.

 

실제 과로는 했었다.

지난주 일주일동안 텃밭을 예쁘게 가꾸기 위해서 주변을 정비하느라

손바닥이 부르트도록 난생 처음 톱질을 했고, 난생 처음 망치질을 했고, 돌을 주워다 날랐고

풀을 뽑고, 물을 길어다 주는 힘든 일도 많이 했었다.

그러다가 몸살나는 것은 아니냐는... 텃밭지기들의 말이 씨가 된듯 했다.

무엇이든지 하고자 하면 대충이 아닌 완벽에 가깝게 하는 성격이라서 병을 키운 것 같았다.

 

다음주에 백신 접종을 받으려면 무조건 푹 쉬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나를 살리는듯 했다.

요즘 같이 먹거리가 많은 세상에서 영향결핍이라는 것도 당연하게 인정해본다.

뭐든지 입에서 땡기지 않으니까 그냥 대충 배만 채우면 된다는 지론이 환자로 만드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봤다.

지독한 감기 몸살의 끝은

영양주사 맞고 가시고, 뭐든지 잘 챙겨먹고, 무조건 푹쉬라는.... 의사의 처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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