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리움이 깃든 하얀 백합꽃

nami2 2021. 6. 23. 21:58

텃밭 한켠에 양파 캔 것을 널어놓았기 때문인지

전국적으로 돌풍과 함께 소나기가 온다는 예보에 약간 긴장을 했던 날이었지만

하루종일 흐린날과 어우러져서, 적당하게 선선한 바람은 산책하기에 딱알맞은 날씨가 되었다.

소나기께서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를 살짝 비켜 갔다는 것이 새삼스레 고마웠다.

 

요즘은 이렇다할 꽃들이 보이지 않아서 산책길에서도 꽃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은 별로 없었다.

능소화가 피는 계절이고, 수국이 곱게 피는 계절이지만

아파트 주변의 산책 코스인, 시골동네에 사시는 어르신들께서는 능소화나 수국꽃은 관심이 없으신 것인지?

접시꽃이 너무 많이 피었다가 사그러지는 모습만 보여질뿐, 다른 꽃들은 눈에 띄지않고...

골목어귀나 담장 옆에서 점점 초라한 모습이 되어가고 있는 접시꽃들은 이제는 관심밖이 되는 것 같았다.

 

산책은 매일 해야 되겠고, 내가 가는 산책길에는 어떠한 꽃이라도 꼭 있어야 하는데....

초여름에서 본격적인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는 진짜 이렇다할 꽃들이 없다는 것이 그냥 유감스러움이 되었다.

엊그제 오후에, 시골동네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어촌마을을 한바퀴 돌다보니

지붕은 기와지붕이었지만

예전에는 초가집이었을 것 같은 허름한 작은 집 마당에 하얀 백합꽃이 눈에 띄었다.

며칠 동안 찾아 헤멨던, 하얀 백합꽃을 볼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움이 된듯 했다.

 

오늘 오후에 또다시 하얀 백합꽃이 궁금해서 그 마을을 찾아갔더니

꽃봉오리가 보인채 백합 한송이가 피었던 엊그제와는 달리, 어느새 화사하고 예쁜 모습으로 거듭난듯...

너무 예쁘게 꽃이 피어 있었다.

 

요즘에 백합꽃은 제법 많이 피고 있었지만

모두들 국적이 외국산으로 되어 있는 원예용꽃으로 빨강,노랑, 주홍색의 백합들이

공원길을 완전 점령하듯 피어 있어서 ,사진도 찍어주기 싫을 만큼 그저그런 꽃들뿐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하얀 백합꽃을 찾아서 어르신들이 사시는 어촌마을과 시골마을을 돌아다녔더니

비록 허름한 옛날집들이지만, 마당 한켠에는 우아한 모습의 백합이 짙은 꽃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어느 시골마을의 빈집 마당에, 정말 멋진 백합꽃이 한아름 피어 있었다.

 

열흘 전, 우연한 기회에 이 집 앞을 지나다가 꽃봉오리가 잔뜩 맺힌 백합을 보았다.

날짜를 손꼽으며, 이 정도의 날짜에 찾아가면, 꽃이 활짝 피지 않았을까?....머리속에 메모해놨다가

엊그제 찾아갔더니 혼자보기에도 아까운 모습으로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집은 빈집이어서 ,철조망으로 경계선을 해놓았다는 것이 아쉬움이 되었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하얀 백합꽃을 바라보면 가슴 한켠이 아련해지는 것 같으면서도 진한 그리움이 있음은....

 

22년전에 어머니의 49재를 지내기 위해, 일주일에 한번씩 부산에서 천안으로 갔었다.

49재는 돌아가신 날을 1일로 하여, 7일마다 7번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불교의식이다.  

 

우리형제들이 어린시절 부터  살았던 어머니집은, 어머니가 저쪽세상으로 이사를 가셨기에 빈집이 되어 있었고

집 가까운 곳의 어머니가 다니던 절집에서 49재를 지내는 중인데

잠시 잠깐 어머니 집을 둘러보러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 한아름의 백합꽃이 활짝 피어서 빈집을 지키고 있었다.

마치 어머니가 기다렸다는듯이 , 환한 미소의 어머니 모습이 잠시 잠깐 착시현상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사진속의 백합꽃 만큼이나 많았던, 한아름의 예쁜 백합꽃이 빈집을 지키고 있음이 어찌그리 서러웠던지?

백합꽃을 꺾어다가 49재 중의 5재를 지내는, 젯상의 어머니 영정사진 옆에 놓았던, 기억이 머릿속을 스친다.

해마다 이맘때 여름이면,

어머니를 떠나보낸 서러움이  하얀 그리움으로 변한듯, 하얀 백합꽃을 꼭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은...

세월이 많이 지났어도 변함없이 ,이동네 저동네 시골동네를 배회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만일 내가 아파트에 살지 않고 주택에 살았다면, 뜰 앞 가득 하얀 백합을 심어놓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22년전 우리집 뜰 앞에서 예쁜 모습으로 빈집을 지키던, 한아름의 하얀 백합꽃 같은 모습을

재현해 놓은듯한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여러가지 백합꽃 색깔 중에서

그래도 한번정도 봐줄만한 색깔은 노란색 백합꽃이다.

 

어느집 마당가에 가득 핀 노란색깔의 백합!!

 

그래도 이집 주인께서는 노란색과 하얀색의 백합을 골고루 심어놓았다.

 

                  비비추

 

연보라빛의 비비추꽃이 본격적인 여름이 다가오고 있음을 말해주는듯, 이곳 저곳에서 모습을 볼수있었다.

비비추꽃이 제법 많이 피어 있는 암자에 올라가면, 매미소리가 귓가를 마비시키는듯 했다.

아직도 매미소리는 들려오지 않지만, 곧 7월은......

걷기에도 힘들은 여름이라는 것이 ,악몽을 꾸는 것 처럼 힘겨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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