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내렸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던 제주 여행의
마지막 여행지는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웨이 주변의 위미 해안로였다.
며칠 동안 서귀포에 머물면서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위미항이었기에
비가 계속해서 내린다는 핑계로 갈 곳이 마땅치 않으면
그냥 서성거려도 괜찮을 만큼의
아름다운 해안로와 음식점과 카페가 있어서 자주 다니게 되었다.
집 주변의 동해남부 해안선을 따라서 시도 때도 없이 걸었던
해안로와는 달리, 제주의 끝없이 펼쳐지는 해안로는
검은 현무암으로 쌓인 돌담길을 걸어본다는 것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카페 서연의 집은 제주 올레길 5코스 중간쯤
위미 해안로에 위치하고 있으며, 영화 건축학개론의 촬영지였다고 한다.
비가 그친후 날씨는 그다지 맑지 않았으며
해무가 잔뜩 낀 우중충한 해안로였지만
동해남부 집 주변의 해안로와는
뭔가 다른 느낌이 있어서 걸어볼만 했다.
돌담이 쌓인 해안로 곳곳에
작은 표지석 같은 곳에 예쁜 메모가 있었다.
제주 방언도 있었고, 이쁜 글귀도 있어서
길을 걷는 내내 글을 읽어보느라고
심심치는 않았다.
"행복이 오지 않으면 만나러 가리라"
또다른 곳에는 이런 글귀가 있었다.
낮 하늘에는 해가
밤 하늘에는 달이
내 마음에는 네가....
해안 길을 걷다보니 아주 예쁜집이 있었다.
영화 세트장 같은 집이었지만
바로 옆집 할머니께서 물질을 하면서
오래도록 살던 집인데
조금 큰집을 사서 옆집으로 이사했다는 말을
자랑삼아 하셨지만,큰집으로 이사갔어도
혼자라는 것은 여전했다며, 허전함을 말씀해 주셨다.
뜰앞에는 다른 식물들도 있었지만
아직은 이른 봄이라서
겨울 부터 피기 시작했던 것은
제주 수선화뿐인 것 같았다.
육지에서는 그다지 보기 힘든
제주 수선화를 제법 많이 만나봤다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바로 옆집 할머니가 시집와서 오랫동안
살았다는 제주의 전통가옥은
누군가 그려놓은 그림들을 전시 하고 있는
야외 미술관이었다.
제주에서 특이하게 봤던 것은
구멍이 숭숭 뚫린 검은 현무암의 돌담 위에서
자라고 있는 다육이였다.
영화 건축학개론 촬영지였던
카페 서연의집 입구이다.
영화 촬영지여서 그런지
건축학개론에서 서연이가 제주에서 살았다는 집에는
주인공들 사진들이 이곳 저곳에서 볼 수 있었다.
건축학개론 서연의집에서
서연이가 살았다고 하는
작은 방 창가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지금쯤은 빨간 동백꽃이 다닥 다닥
예쁘게 피어 있을 뜰앞 풍경이다.
카페에서 바라본 해안 풍경
따끈한 커피가 마시고 싶었지만
말차라떼도 먹을만 했다.
제주 라는 것을 표현한
고명으로 올려진 노란 귤이 예뻐보였다.
차를 마시면서 바라본 풍경도
참으로 괜찮았다.
이곳 카페는 영화 건축학개론 제작진이
영화 속 추억의 흔적들을 보전하여
카페로 활용할 수 있도록 건축 된
새로운 공간으로
2013년 3월에 오픈 했다고 한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
어느 음식점 뜰 앞 풍경이다.
제주를 상징하는 검은 현무암의 돌담은
음식점 뜰 앞에도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 되는 것 같았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봤던 제주 여행은
오로지 비내리는 풍경이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우산 쓰고 다닌 것과
무수하게 흩어져 내린 동백꽃잎들과 주렁주렁한 귤들
그리고 몇번씩이나 비바람에 우산을 망가뜨려서 새로 구입한 것
이렇게 저렇게 비를 많이 맞았다는 것도 추억이 될 것 같았다.
그래도 여행은 즐거웠고
또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큰 아쉬움으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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