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정원이 아름다운 시골마을

nami2 2024. 6. 20. 22:44

곧 장마가시작 될 조짐인지, 하루종일 날씨는 흐림이었고
낮 기온은 걸어다니기 딱 좋을 만큼이었다.

해안가도 아닌데, 시원한 바람이 제법 불었던 복받은 여름날이었다.
그래서인지 모처럼 흐린 날씨에 기온 까지 누그러진 상태였기에
기분좋은 마음으로 코에 바람을 쐬러가기 위해 전철을 탔다.

그동안은 우물 안 개구리 처럼...
집과 텃밭 그리고 알바하러 가는 해안가 이것이 전부였던 시간들이었는데
전철 까지 타고 가봤던 꽃구경은 꽤나 큰 전환점이 되는 것 같았다.

수국으로 점점 유명해져 가고 있는 김해 수안마을을  한바퀴 돌면서
예쁜 수국을 만나기 전의 이곳저곳의 기웃거림은...

늘 산책 다녔던 집 주변의
오래된 시골마을과는 또다른 분위기라는 것이 새삼 느껴보게 되었다.

어르신들만 계신 아주 오래된 시골마을과

수안마을의 예쁜 전원주택들과의 차이는
토종꽃들과 수입 원예용 꽃들이었는데 그것들도 모두 꽃이었기에
아름다움으로 다가왔음을 새삼 알게되었다

지금 세상이 여름이라는 것을 알려주듯 ..
길가에는 왕원추리꽃이
제법 예쁘게 핀 것도 봐줄만 했다.

옅은 보라빛 비비추도 마당가에서
지금은 분명 여름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이곳 김해 수안마을의 전문 농사는
블루베리인듯...
가는 곳마다 온통 블루베리가 보여졌다.

못된 손버릇이 자꾸 유혹을 했다.
딱 한개만 맛을 봤으면 좋겠다고...
결국 딱 한개 따먹었더니

 

엊그제 마트에서 사다놓았던 냉장고의
그 블루베리 맛이었다.

그 자리에 서서 한 웅큼 따먹고 싶어지는 맛이었다.
요즘 블루베리 제 철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들길의 어느집 밭에서 복분자도 만났다.
7~8월에 붉은 색이었다가
검은색으로 익어간다는 말이 맞았다.

붉은 열매속에서 검은 열매들이 보였다.
블루베리가 익어가는 계절이니까
복분자도 익어가는 여름인듯 했다.

한켠에서는 아직 복분자꽃도 피고 있었다.
생각보다 예쁜...
복분자꽃의 꽃말은 '질투'였다.

들길 한바퀴 돌면서 하늘타리 꽃을 만났다.
하늘타리꽃은 그리 흔한 꽃은 아닌데
일단은 반가웠다.
하늘타리 꽃말은 '변치 않는 귀여움'이다.

김해 수안마을의 '라벤더 언덕'이라는
팻말이 있어서 길 따라 가봤더니
그냥 어이없는 실망이었다.
예쁜 이정표에 비해서 라벤더꽃이라고는
이것이 전부였다.

보라빛 라벤더는
프렌치 라벤더와 잉글리시 라벤더
두가지가 있는데
이곳의 라벤더는 잉글리시 라벤더 였다.

잉글리시 라벤더는 몇년전 일본 북해도에서 보았던

후라노의 라벤더가 장관이었고
남프랑스 지방, 넓은 들판의 라벤더도 봐줄만 했건만
이곳 수안마을의 잉글리시 라벤더는
그냥 허탈 그 자체였다.
라벤더의 꽃말은 '침묵'이다.

수안마을을 기웃거려 보았다.
물론 미국 능소화가 예쁘게 장식되었지만
아무래도 낯익게 봐왔던
예쁜 능소화 보다는 쬐끔 낯설어보였다.

아무래도 눈에 익숙해진 능소화는
담장가를 예쁘게 하는 토종 능소화였다.
누군가를 기다리는듯한...
그런 모습이 참으로 애틋해 보여서 좋다.

어느집 마당가를 들여다보니
몽실 몽실... 불두화를 닮은듯한 하얀꽃이
눈에 띄였다.
이 꽃은  불두화가 절대로 아닌
미국 수국 아나벨이었다.

마당가의 꽃밭이 정겨워 보였으나
우리나라 토종꽃인
봉숭화 채송화꽃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아나벨 붉은 수국과 루드베키아, 우단동자꽃이
꽃밭을 아름답게 해놨다.

미국수국 아나벨이라는 하얀꽃이
이곳 수안마을에는 제법 보였다.

아나벨 수국은 1957년 수원에서 부터
재배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하얀 수국은 이곳에서 처음 보게 되었다.

언뜻 보면 불두화라고 착각하겠지만
불두화보다는 꽃이 큰 것 같았다.

어느집 마당의 꽃들이 너무 화려하고 예뻐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세상은 넓고도 좁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미국 수국 아나벨은 흰색도 있었고, 붉은색도 있었다.
진짜 처음 보는 꽃이라서 긴가민가 했기에
검색을 해봤었다.
예쁘게 생긴 전원주택에 어울리듯 ...

모두 원예용 수입 꽃들로 마당가는 참 화려했다.

이 꽃들 속에 우리나라 토종 여름꽃인
채송화, 분꽃, 맨드라미, 봉숭화가 피었다면 어땠을까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의 시골동네 담장 너머에는
토종꽃들과 어울릴 만큼의 낡고 오래된 콘크리트 집이었지만
내 눈에 보여지는 예쁜 모습들은
당연하게도 낡고 오래된 집 뜰앞의 토종 꽃들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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