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봄비 내리는 날 '날궂이' 하기

nami2 2023. 3. 23. 22:24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에서도
유난히 꽃이 일찍 피는 곳은 우리 아파트 주변이다.
뒷산 너머 바다에서 부는 바람과 산바람이 어우러지기 때문인가?
바람골이라고 할 만큼 바람이 꽤 심한 곳인데
다른 곳보다 꽃이 일찍 핀다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늘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좋아했었다.

 

지난주 금요일에 아파트 후문앞의 벚나무에서

하나 둘 꽃이 보이는가 했더니  어느새 화사하게 만개한 벚꽃은

본격적으로 꽃세상 속에 들어 앉은듯 했다.

 

그런데 꽃피는 시기를 맞춰서 심술 부리는것 처럼...
봄가뭄이 심했는데

하필이면 이때 봄비와 함께 벚꽃이 만개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래도 흠뻑 비가 내려줘서 가뭄 해갈은 되었으나
벚꽃이 오래 머물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염려스럽기만 했다.
욕심 같아서는 꽃이 핀지 열흘쯤은 머물러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비가 그친 오후에 나가보니 벌써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도 눈에 띄였다.

밤새도록 내렸던 비는
이튿날 오전 내내 내리기로 약속한 것 처럼
계속해서 비가 내렸다.
영락없이 집안에 갇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괜히 심심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아파트 뒷베란다 창문을 열어보니
비에 젖은 벚꽃이 화사하게 예뻐보였다.
비 내리는 날의 벚꽃....!!
그런대로 멋졌고 분위기 있었다.

아파트 후문 앞의 풍경은 비내리는 날이라서인지
평소보다 더 운치 있어보였다.

그러나 집콕을 한다고 생각하니 심심하고 따분했다
무언가 평소에 하기 싫어서 미뤄 놓은 것이 없는가 찾아봤더니
국물 멸치를 사다놓고

멸치 똥 빼내는 것을 미뤄 놓은 것이 있어서 시간 때우기로 했다.

국물 멸치 한상자는 꽤 많은 것 같았다.
2시간 정도 멸치 똥을 빼내야 한다는 것이
심심풀이 장난감이 된듯 했다.

멸치를 먹어보니 짠맛은 별로 없고, 구수하고 맛이 있었다.

먹어가면서 똥 빼내는것, 일 할만 했다.

 

멸치똥이 한대접 나왔다.
그래도 이렇게 멸치를 까놓으면, 몇달 동안은
다싯물 낼때 일일히 똥을 빼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비 내리는 날에 밀린 숙제 끝....

 

날이 좋을때 뜯어다 놓은 야채가
냉장고 서랍속에서 며칠째 주무시고 계셨다.
마음 내켜서 할 때도 있지만
어느 때는 하기싫어서 야채박스 안에서 썪어 갈때도 있었다.

 

오랫만에 비가 내렸기에
비 덕분에 야채전을 부쳐먹기로 했다.
"봄동, 머위꽃, 어린쑥, 쪽파 "
모두 텃밭에서 뜯어다 놓은 보약 같은 것들이다.

부침가루에 계란 1개 넣고
마른새우 한줌을 분쇄기에 갈아서  넣은 것이 재료의 전부였다.

언제부터인가 야채전을 부칠때는
기본적으로 마른새우를 꼭 갈아넣은 후
때에 따라 부추전 부칠 때는 홍합을 넣고
또 쪽파전에는 생오징어를 썰어넣고 전을 부친다.

*머위꽃*은 1년에 딱 한번
이때 아니면 먹을수 없는 별미중의 별미인데
우리 텃밭에 꽃이 핀 것이 몇개 안되어서 맛만 보기로 했다.

사실 머위꽃은 튀김으로 만들어 먹으면
더 맛이 있었지만
기름이 흠뻑 들어가는 음식을 먹을수 없는
기저질환자라서 '머위꽃전'을 부쳐보았다.

꽃이 피기 전에 뜯어다 놓았던 것으로 부쳤던 봄동전
그리고  몇개 밖에 꽃이 피지 않은 머위꽃전
쑥국 보다 더 맛있을 것 같은 어린쑥전
모두가 먹을만 했다.

어린쑥을 뜯어서 쑥떡을 하기에는 아직 이른시기였고
쑥국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봄의 향기가 있는 쑥을 먹기위해서는
쑥전도 괜찮을 것 같았다.
텃밭에서 캐온 쪽파를 섞어서  쑥전 반죽을 했다.
반죽에는  부침가루, 계란1개,  그리고 마른새우 가루를 넣었다.

봄동전 , 쑥전  그리고 머위꽃전을 만들어서 초간장에 찍어 먹었다.

막걸리 안주에는 더할나위 없지만

막걸리를 못먹는 바보였기에 그냥 매실차 한잔으로 끝을 냈다.

혹시 별미를 먹어서 체할까봐

매실차 한잔으로 예방을 할 만큼, 뱃속이 민감했기 때문이다.

 

어린쑥이지만 쑥향기가 있었고
쌉싸름한 맛은 없었다
그냥 먹기좋을 만큼 맛있었던 '쑥전'이다.

비내리는 날의 심심풀이 '날궂이'는
그런대로 잘 지나갔고
어느덧 비가 그친 오후가 되었다.

텃밭 주변에는 또 다른 꽃이 피고 있었다.
황매화였다.
황매화가 피는 계절, 영락없는 4월을 마중하는 꽃이었다.

비내리는 날에 날궂이를 끝내고
앞 베란다 창문으로 날씨를 확인해보니
비는 그쳤고
빗물에 깨끗하게 씻겨 내려간 흙먼지가 보이지 않아서인지
꽃이 피는 아파트 주변은

싱그러운 모습과 함께 더 분위기 있게 예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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