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묵은 갓김치로 만든 밥도둑

nami2 2023. 1. 13. 22:17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는 한겨울에, 여름같은 폭우가 내려져서  
집 주변 해안가에 침수가 되고 있다는 안전문자가  날아들었다.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렸는지는 아파트 안에서는 알 수가 없었으나

창문으로 보여지는 창밖 풍경은 기가막혔다.

무슨 겨울비가 저리도 많이 내리는가 할 정도였다.

 

기온은 이른 봄이어서 매화가 피고 있었고
장대비 같은 폭우 때문에 침수 피해 주는 겨울이라는 것이
참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정말 하루종일 집콕해야 하는 비내리는 날이었다.

 

주룩주룩  비가 내려서, 밖에도 나갈수 없는 날에는
뭔가 날궂이를 해야겠기에 김치냉장고 정리를 하다가
김치냉장고 안에서 애물단지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묵은 갓김치를 재활용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담근지 1년이 넘은 묵은 갓김치인데
버리려고 하면 아깝고, 햇김치를 담가놨으니  먹기는 싫고...
그래서 생각 해본 것이  묵은지 재활용이었다.

 

비가 내리는 날이라서 그런지
베란다에서 피고 있는 빨간 제라늄 꽃이 참 예뻐보이는 것 같았다.

 

김치냉장고에서 애물단지가 된 갓김치는
맛은 있었지만
새로 담근 김치들이 많다보니 자꾸만 외면하게 되었다.
그냥 음식물통에 넣으려니 아깝고, 먹으려니 먹어지지 않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밥도둑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내다버리고 싶은 김치로 밥도둑을 만들어본다"
잘되어서 맛있으면 좋고, 잘안되면 핑계대고 버리기....
복불복 이었다.

우선, 묵은지를 물에 깨끗이 휑궈서 10분 정도 담가놨다.

묵은 갓김치 였기에

갓향은 남아 있었고, 고기먹을때 곁들여 먹으면 맛있겠는데

고기먹을 일이 그다지 없어서  애물단지 였었다.

 

준비 재료는
손질 해놓은 국멸치 한줌, 마늘 갈은것, 대파, 국간장 1숟갈

들기름, 설탕,  참기름, 통깨

10분 정도 물에 담감놨던 김치를
물기를 꼭짜서 먹기좋게 썰은 후
국간장 한 스푼, 들기름과 설탕 작은 스푼을 넣고 조물조물 무쳤다.

그리고는 센불에 3분 정도 볶는다.

잘 볶아진 김치에  손질된 국멸치를 넣고

센불에서  1분 정도  더 볶은후 
종이컵으로 3컵의 생수를 넣고, 약한 불로  조절한다.

최대한으로  약한 불에서
냄비 뚜껑을  덮고, 물이 졸아들 때 까지 끓인다.

10분 정도....

 

그동안 김 굽는 것이 귀찮아서  미뤄두었는데
묵은지 볶은 것과 곁들여 먹으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어쩔수없이  김굽기를 했다.

김을 구워서 먹기좋게 자른 후, 통에 담아놨다.

왜 이런 것들은 평소에 하지 않고, 비내리는 날 하는 것인지?
게으름의 숙제를 해본다.

약한 불에서 10분 정도 푹 끓여 놓으니
진짜 국물이 자작자작이었다.
이때 썰어놓은 대파와 마늘을 넣고 뒤적 뒤적 한후  

참기름과 통깨를 넣어서 마무리 했다.

 

팬에서 작은 냄비에 옮겨 담은후

다시 뚜껑을 덮고 약한불에서 1분 뜸을 들인다.

썰어놓은 김과  완성된 묵은지 볶음이라고 했는데

먹어보니까

맛있고 부드러운 '묵은지 나물'이 되었다.

 

생각보다 훨씬 맛이 있었다.
정말  이것이 애물단지 묵은지 였던가?
의아해  할 정도로  맛이 끝내줬다.
버리고 싶을 만큼의 묵은지가 밥도둑이 되었음에 혼자 웃어봤다.
아무 반찬 필요없이 한그릇 뚝딱...
그러나 다시 또 만들어 먹고 싶어도

김치냉장고에는 더이상의 묵은 갓김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