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에 비가 내리다가 눈이 내릴 수 있으니까 빙판길 조심하라는...
눈이 내린다는 내용의 안전문자였으나
안전문자로 인한 기대감은 설레이기는 했지만 믿기지 않았다.
눈이 내리지 않는 곳에서 기대이상의 눈소식은 고개를 갸우뚱 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면서 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역시나'로 바뀐 것이
오히려 민망스러우면서도 그에대한 허탈함은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
딱 한번만이라도 눈이 내리길 바라는 것이 나만의 생각이었을까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지만, 땅위로 내려앉는 순간 물이 되어버린다는 것이
어쩔수 없는 해안가 주변의 해풍 때문인데...
그냥 마음을 비우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눈에 대한 미련은 끝맺음을 했다.
비는 오는듯, 안오는듯 안개비 처럼 하루종일 내리는데
갈 곳이 마땅치 않아도 걷기운동은 해야겠기에
발길 닿는대로 무작정 걷다보니 기장읍성 주변의 '기장 옛길'을 걷게 되었다.
고풍스럽기보다는 그냥 허무러져가는 옛모습이었지만
그나름대로 분위기 있다는 것이 좋아서 기장 옛길 주변을 배회하듯 걸어보았다.
비가 내리다가 오후 늦게 개인 하늘은
애기동백꽃이 더욱 멋진 풍경을 만들어주는 것 처럼
하늘까지 화사해 보였다.
기장 옛길은 말그대로 허름함이 있어서
약간은 우중충했었으나
애기동백꽃의 화사함이 어찌 그리 아름다워 보이는 것인지?
기장읍성 해자 주변이다.
모든 것이 허무러져서 흔적만 남아 있었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기로 했다.
기장읍성 해자 주변의 은행나무가 참 멋져보인다는 생각을 해봤다.
기장읍성 '해자'는 적의 침입을 막기위해서 성밖을 둘러 파서
못으로 만드는 곳이라고 하는데
정비사업이 한창 진행중이었던 것이 끝맺음을 한듯 보여졌다.
'기장 역사와 함께 거닐다'
이정표에 적힌 글귀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고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게 했다.
기장 옛길은 삼국시대 부터 근대기 까지 기장읍성에서
동래와 양산 울산 경주 방면으로 통하는 관로였고
기장읍의 내륙 관문이었다고 한다.
기장읍 동부리 장관청 앞 '회화나무(부산광역시 지정기념물 제58호)'
회화나무는 우리 선조들이 최고의 길상목(吉祥木)으로 손꼽아 온 나무로
집안에 심으면가문이 번창하고, 큰 학자나 인물이 나며
잡귀가 범접하지 못하고 좋은 기운이 모여든다고 하여 우리 선조들은 이 나무를
매우 귀하고 신성하게 여겨 함부로 아무 곳이나 심지 못하게 하였다고 한다.
엄나무 역시 잡귀가 범접하지 못하도록 대문 옆이나
울타리 옆에 심었다고 하는데
시골마을에 가면 집집마다 엄나무가 제법 눈에 띄였다.
기장읍성 주변의 돌담 성곽
대문 앞에 근대건물이라는 글귀가 있었지만
자세히 읽어보지 않은채
돌담길만 걸었다는 것이 괜히 민망했다.
읍성주변의 돌담길 자체가 고풍스러웠으나
뒤를 돌아보면 현대식 아파트들이 즐비하다는 것이
시간여행을 하는듯, 어느곳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지
그래도 돌담길은 정겹기만 했다.
그래도 늦은 오후에 배회하듯 읍성 길을 걸어본다는 것이
마음 까지 고즈넉 해지는 것 같았으나
혼자서 걷는 길이 즐거운 산책길이었음을 메모해본다.
지금은 그리 흔하게 볼 수 없는, 콘크리트 담장 옆의
앙상한 나무도 꽤나 고풍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멋졌다.
나무 이름도 모르고, 어떻게 생긴 나뭇잎인줄도 모르면서
그냥 나무가 멋져 보였다는 것이 중요했다.
기장읍성 남문 주변은 지난해 보다는 많이 정비 된듯 보였다.
가끔 아주 가끔 마땅히 갈 곳이 없을때는
이곳을 배회하듯 혼자서 걸어보는 것이 즐거움이 될 때가 있다.
그래서 1년에 한 두번은 꼭 찾아가는 곳이다.
기장읍성이라는 간판 저쪽으로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서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역사속의 갈림길에 서있는듯 했다.
기장 옛길을 걸으면서 눈에 띄는 것은 겨우 매실나무 한그루였다.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한듯...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은 해안가와 가까워서인지 매화가 제법 피고 있는데
이곳 기장읍성 주변은 아직도 겨울모습 그대로였다.
웬지 추워보인다는 생각도 해봤다.
주변이 모두 우중충 허물어진 옛자취 뿐이라서인지
그곳에 핀 매화도 그리 화사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매화 향기는 늦은 오후의
읍성 주변에서도 봄마중을 하는 것 처럼 그윽한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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