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텃밭에 피고 있는 가을맞이 꽃

nami2 2021. 8. 20. 22:07

짧았던 초여름의 장마가 아쉬웠다고, 새삼스레 다시 찾아온 늦장마 덕분에 마음만 바빠지는 요즘이다.

봄에 심었던 채소들이 하나 둘 사그러들어서, 점점  텅비어 가고 있는 텃밭에는

하루에 한번씩 어김없이 내리는 빗물 때문에 잡초가 무성해지고 있어서 할일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지만

아침시간이 아니면 더워서 일을 할 수 없다는 것과 늦은 오후시간에는 모기들의 극성 때문에

점점 텃밭에서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가을 채소 심어야 할 준비로 괜히 마음만 바빠지는 것 같았다.

밭 주변에서, 내 키 만큼 자라는 풀을 뽑아야 하고, 밭을 만드느라 삽질을 해야하며

밑거름을 뿌리고, 다시 땅을 가다듬어야 하는데....

비가 너무 내리니까, 손가락 굵기만한 지렁이들이 하루에도 몇번씩 오금을 저리게 해서

왜 텃밭농사를 지으려고 했는가, 수없이 후회를 하면서도 또 밭에 매달리는 내가 우습기만한 나날들이다.

얼마나 힘이들면

오전 6시에 밭에 갔다가 ,오전9시에 집에 돌아와서는 그냥 쭉 뻗어서 기절한 것 처럼  한나절 내내 잠을 자야하는

그런 일상이 반복되는 것도 못마땅 했지만, 환절기에 겪는 알레르기 비염이 체력을 고갈되는 것도 못마땅하다.

줄어들지 않는 코로나 확진자 숫자만 헤아리면서

요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텃밭에 매달리는 것뿐인데,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짜증으로 남는다.

 

장마비 덕분인지, 처서가 코앞이라서인지

아침 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은 가을을 맞이하기 딱 좋은 날씨가 된 탓인지

텃밭에 심어 놓은 화초들이 점점 예쁘게 꽃을 피우면서 나비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그늘도 없는 땡볕에서 일을 하다가, 잠시 잠깐 허리를 폈더니 '맨드라미'꽃 위에 나비가 바쁘게 움직였다.

나비 한마리에 순간 포착....

텃밭에 여러종류의 꽃이 활짝 피니까 나비들이 계속 날개짓이다.

밭을 일구면서 수없이 보게되는 지렁이에 기겁을 하다가, 나비를 보니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 같았다.

  

오전 6시 부터 9시 까지 3시간 동안 삽질을 하고, 거름을 뿌리고...

곧 알타리 무우를 심어야 하고, 가을무우를 심어야 하기에 마음은 바쁘기만 하는데

힘겨운 노동을 하면서  밭가에 심어놓은 맨드라미 꽃을 보면, 또다시 마음이 활짝 열린다.

 

하루가 다르게 봉숭아가 큰 키의 꽃나무가 되어가고 있었다.

매일 같이 보면서도, 자꾸 사진을 찍게 되는 것은 그만큼 밭을 만드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열심히 땀흘리면서 일하다가 바라보는 꽃이 왜그렇게 예쁜지?

그래서 또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는 것 같았다.

 

오전 7시 부터 햇볕은 강하게 내려쬔다.

가을 채소를 심기위한 준비 작업은 힘겨운 노동일이다.

그런 일을 꼭 해야만, 맛있는 가을채소를 먹을 수 있으니까

땡볕에서 '나 죽었소' 하고 일을 한다.

그러다가 마시는 생수 한잔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감로수 같은 느낌이다.

 

다이소에서 2000원 주고 사왔던, 과꽃 씨앗이 이렇게 예쁜 꽃밭을 만들어 주었다.

텃밭 입구에서,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꽃들이라서  정말 반가운녀석들이다.

꽃을 찾아서 수없이 날아드는 나비들을 보니

텃밭에서

올 봄에 내가 했던 일 중에서 가장 잘한 것은 텃밭에 꽃밭 만드는 것이었다.

 

오전 6시쯤 텃밭으로 가는 길목의 누구네 고구마 밭에서,  울타리 밖으로 고구마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나팔꽃보다, 메꽃 보다

더 먼저  내 눈에 띈 고구마꽃이 오늘 따라 유난히 예뻐 보였다.

 

보름전에 꽃 한송이 피고나서 한동안 잠잠 했던 ' 나도샤프란'이

오늘 아침에 예쁘게 꽃을 피웠다.

가뭄이 계속 되어서

꽃에게 까지 물을 주기에는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서 미안하다는 말만 전하면서 외면을 했더니

꽃피는 것을 멈추었기에 돌아가신줄 알았는데

요즘 자주 내리는 비 덕분에, 텃밭의 '나도샤프란'도 다시 회생을 한 것 같았다.

 

어느 누가 뭐라고 해도 계절은 어쩔수가 없나보다.

코로나 세상이든지 말든지, 묵묵하게 가을 마중을 하고 있는 꽃들이 텃밭에 가득했다.

텃밭 한켠에 심어 놓은 여러가지 산나물들이 모두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부추'가 하얗게 꽃을 피웠고, 이어서 쑥부쟁이가 보라빛 꽃을 피웠으며

참취, 부지깽이나물, 곤드레, 치커리가 잔뜩 꽃봉오리를 만들고 있었다.

가을마중!!

나열된 단어만 보아도 그냥 정겹기만 한 가을이 곧 오고 있음이, 즐거움이 되어주는듯 하다.

'텃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마가 끝난후, 텃밭에서  (0) 2021.08.27
여름끝, 가을시작의 텃밭  (0) 2021.08.23
무더위속의 텃밭 열무  (0) 2021.08.03
옥수수가 끝물인 텃밭에서  (0) 2021.07.30
한여름날, 텃밭에 핀 꽃  (0) 2021.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