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시작되면서 폭염과 가뭄은 한셋트가 된듯...
불볕은 텃밭에 가는 것도 힘들게 만들었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뉴스에도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는 왕따가 되었는지, 비소식이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비소식은, 1%도 맞히지 못하는 엉터리 예보였을뿐
이제나 저제나 눈빠지게 비소식을 기다려봤지만, 햇볕은 쨍쨍이고 매미소리는 천둥소리 만큼 시끄러웠다.
불볕이 싫어서 오전 5시30분에 기상을 해서 밭으로 나갔다.
잠을 좀 덜 자드라도 텃밭에 나가야 하는 이유는, 피해갈수 없는 수확철이기 때문이다.
이틀정도 밭에 가지않으면 엉망이 되어가는 밭꼬라지에 마음이 가시방석이다보니 부지런을 떨게 만드는 것 같다.
주말 이틀동안 알바를 하기 때문에 밭에 못갔고, 월요일은 비가 온다는 예보에 비 기다리다가 하루를 또 놓쳤다.
어쩔수없이 오늘(화요일) 밭에 갔더니 한보따리 수확을 해왔다.
수확을 하고, 물퍼다주고, 그리고 풀을 뽑고...........불볕의 여름날에 텃밭농사는 고통 그자체 였다.
이제 거의 끝물인 토마토는 밭에서 완숙이 되었고
가지도 나혼자 먹을 만큼 따왔는데, 오이 꼬라지는 여전히 기가막혔다.
영양제도 주고 매일 같이 물을 퍼다 주면서 정성을 들인 오이는 진짜 골때리는 식물이 되었다.
늙은 호박을 따면서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애 어르신!!
애가 늙어가는 모습이었는데, 귀엽다는 표현밖에 할말이 없었다.
늙은 호박의 크기는 엊그제 사다놓은 '애플수박'보다 더 작았다.
마침 애호박을 땄기에, 크기를 비교해보니 애호박보다 더 작아보였다.
호박이 사그러질때 까지, 우리집 거실 한켠에서 장식품이 될 것 같았다.
날씨가 뜨거워지면서 가장 신경쓰이는 것이 텃밭 열무였다.
지난 금요일 까지만 해도 부드럽게 잘 자라던 열무가 3일 정도 물을 주지 않았더니 억세지기 시작했다.
더이상 밭에 놔두는 것도 안될것 같고, 열무를 뽑으면 할일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고...
더운 여름날, 망설임에 갈등하다가 결국에는 열무를 모두 뽑기로 했다.
붉은 고추가 제법 익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모두가 부지런해졌다.
날씨가 폭염이라는 것도 잊은채, 붉은 고추를 따내느라 들판은 요즘 한참 바쁘다.
열무를 뽑아서 다듬고, 소금에 절이고, 붉은 고추를 믹서에 갈고...
선풍기 옆에서 휴식 하는 것도 힘든 여름날에 하루종일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농약, 화학비료 같은 것을 구경도 못한 열무가
벌레와 씨름하고, 더위에 견뎌야 했으며, 가뭄 때문에 심하게 목이 말랐을텐데
그래도 제법 먹음직스런 모습으로 우리집 싱크대로 들어왔다.
열무를 뽑을때 도와주던 이웃에게 절반을 나눠주고도, 나혼자 먹기에 충분한 열무를
국물 자박하게 김치를 담그면 맛있을 것 같았다.
붉은고추와 땡초, 양파, 마늘,생강, 밀가루 풀 쑨것, 새우젓과 멸치액젓을 한꺼번에 믹서에 갈아놓으면
열무김치는 끝이난다.
생각보다 훨씬 열무김치는 부드럽고 고소했다.
한여름날에 텃밭에서 더위와 가뭄속에서
고생을 하며 자라던 열무가, 씨를 뿌린지 한달만에 맛있는 열무김치로 변신했다.
하루종일 꿈지럭거리면서 담가놓은 열무김치이다.
하루정도 숙성을 시키면 제법 맛이 들지 않을까?
직접 씨를 뿌려서 한달 동안 키운후, 김치를 담가 놓으니 제법 먹음직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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