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장마가 끝난후, 텃밭에서

nami2 2021. 8. 27. 21:59

하늘도 양심이라는 것이 있었는지, 잠시잠깐 소나기가 쏟아진 후 오늘 하루의 날씨는 대체로 맑음이었다.

열흘 넘게 비가 쏟아져서 김장채소 씨 뿌리는 것이 자꾸만 늦어져서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조급했었는데...

그래서 늦잠이란 것으로 게으름을 피울 여유도 없이, 먼동이 트자마자  오랫만에 밭으로 나갔었다.

해마다 가을채소를 망쳐놓는 주범인 '자연재해'는

언제 어떤식으로 찾아와서 횡포를 부릴 것인지는 예측 조차 할 수 없지만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인지, 비켜 갈 것인지

13호 태풍 꼰센이라는 녀석의 존재가 그냥 소리소문없이 소멸되길 바라면서 , 오늘 하루도 열심히 일을 했다.

 

아파트의 작은공원에서 바라본 하늘은 너무 예뻤다.

맑고 푸른 하늘에 검은 먹구름이 당분간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여름 끝자락의 날씨는 심술이 덕지덕지한 뺑덕어미 같아서 언제 어떤식으로 황당하게 만들지 약간 긴장되기도 한다.

  

많은 빗속에서 태풍 까지 부딪혀야 했었던 힘겨움이었지만

텃밭의 맨드라미는 더욱더 단아한 모습으로 텃밭을 지키고 있었다.

 

오랫동안의 빗물은 가을을 맞이하는 꽃들에게는 극복의 대상이었던 것 같았다.

텃밭에 심어 놓은 '곤드레' 산나물이 아주 예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요염하기도 하고, 우아한 것도 같은 보라빛 꽃이 어느새 텃밭 지킴이가 되어 있었다.

  

호박넝쿨도 싱싱했다.

비록 토마토와 오이넝쿨은 사그러들었지만, 또다른 채소들의 씩씩하게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가지나무가 약간은 위태로워 보였지만

가지나무에게 복합비료를 뿌려주면 11월 까지 거뜬하다고, 블로그 친구분께서 조언을 해주셨다.

부디 싱싱한 모습으로 보라빛 예쁜 꽃을 많이 피워주기 바래본다.

 

땡초 22포기 중에서  그동안 살금살금 11포기가 사라졌었다.

11포기가 남았었는데, 오늘 또 1포기를 뽑아내야 했다.

이제 남은 것은 10포기인데, 하얗게 꽃을 피우는 모습에서 희망을 보았다.

 

많은 빗물 때문에 '청경채'가 많이 웃자라 있을줄 알았는데

다행이라고 할 만큼 웃자란 모습은 보이지 않은 예쁜 모습이었다.

 

지난 월요일에 비를 맞으면서 꽃피는 것을 모두 잘라주었는데

부추는 웃자라고 있었고, 여전히 꽃은 피우고 있었다.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꽃 한번은 꼭 피우고 말겠다는 굳은 의지가 보이는듯 했다

더이상 씨앗으로 번식을 피해 보려고, 꽃을 모두 잘랐는데, 뿌리쪽에서 곧바로 꽃을 보이기 시작했다.

 

많은 빗물에 쪽파가 콩나물 수준이 되었다.

어찌 그리 웃자란 것인지?

추석 무렵에 뽑아 먹으려고 심어놓은 쪽파가  너무 웃자라 있어서 밉상이 되었다.

 

노란 여주꽃이 제법 예쁜 모습이 되었다.

거의 끝물이라서인지 벌들도 날아들지 않는다.

 

                      왕고들빼기 꽃

 

                   참취꽃

 

많은 비가 내려서 땅은 많이 젖어 있었지만

오늘이 아니면 또 주말이라서, 이틀 늦어질것 같아 부랴 부랴 씨를 뿌렸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절대로 텃밭에 갈 수 없었기에, 땅이 마르기도 전에 어쩔수없이

가을무우 씨를 뿌려야만 했다.

 

지금쯤 알타리무우는 새싹이 흙에서 올라와서 조금은 자라고 있어야 했는데

장마비에 파종하는것이 늦어져서 괜히 마음만 바쁘다.

 

씨를 뿌린후 홀가분해진 마음이 되었던 것은

그동안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차일피일 미뤘던, 씨앗 파종의 밀린숙제를 끝냈기 때문이었다.

가을이 시작되는 9월보다는  여름의 끝자락인 8월에 마무리 했어야 할 가을무우 파종은

약간은 늦은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8월이라는 것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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