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는 텃밭에 나가는 시간이 오전 10시쯤이었는데, 초여름 부터는 오전 8시쯤이 되었다.
그런데 한여름으로 향해 가는 계절의 시간은 절대로 늦잠을 잘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을 실감해보는데....
한달전만 해도, 오전 7시쯤에 텃밭에 나가는 것도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지금은 오전 6시30분에도 그리 편안한 시간은 아니라는 것이, 본격적인 한여름이 되었음을 한숨으로 내쉬어본다.
밤새도록 잠이오지 않아서 뒤척였더라도, 어김없이 5시30분이면 눈이 떠지는 여름!!
긴 긴 하루해를 더위를 피해서 집콕하는 것도 지루했고
날이면 날마다 기승을 떠는 코로나 세상에서, 갈 곳 없이 집안에 머무르는 집귀신이 되는 것도 싫었기에
이른 아침 6시에 텃밭으로 가는 것이 , 꽉막힌 숨통을 틔이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한여름날의 기온은 오전 9시이후에는 밭에서 머무르게 하지는 않았다.
이런저런 일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기가막힌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았다.
그래도 여름날을 잘견디라고 위로해주는듯, 해바라기꽃이 예쁘게도 피어나고 있었다.
고추농사를 잘지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나뿐만 아니라 텃밭농사를 짓는 사람은 모두 같을 것이다.
그러나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하루에 한포기씩 고추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닌듯
요즘은 텃밭에만 나가면 생각외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맵지않고 아삭거림이 좋은 맛있는 고추를 먹겠다고, 4월 중순에 고추 모종을 심는 마음은 그냥 작은 행복이었다.
영양제를 주고, 밑거름, 웃거름을 주며, 매일 같이 물을 퍼다준 댓가는...
허털함뿐이었다.
일주일 동안 내렸던 장마비의 심술은... 아삭이고추, 비타민고추, 미인고추를 몽땅 데려가버렸다.
그리고 남겨진 땡초도 하루에 한포기씩 시들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하고 있다.
고추의 시듬병이라는 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농약밖에 없었기에, 그냥 속수무책일뿐이다.
매운고추(땡초)는 하루에 몇개씩이라도 빨갛게 익어가건만, 언제 어느때 또 시들어갈지 그냥 바라만 보고 있다.
7월초순에 여름 상추씨를 뿌렸더니, 장마비가 휩쓸고 간 상추밭에는 풀반 상추반이다.
아니, 상추보다 풀이 더 많은 밭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도 들깻잎이 반질반질 예쁘게 자라는 것을 보니 마음속은 변덕이 왔다갔다 한다.
속상함과 즐거움이 마음을 헤집어 놓기에, 어느 장단에 맞취서 춤을 추게 될런지?
지난해에는 당근 캐는 시기를 몰라서 땅속에서 당근을 썪게 했었다.
그래도 올해는 당근 캐는 시기에 대해서 신경을 썼더니, 제법 괜찮은 당근을 캐게 되었다.
조그만 밭고랑에 당근농사 지어서
5키로 정도 캤다면, 농사는 잘지은 것이라고 혼자서 칭찬을 해봤다.
텃밭 식물들 중에서 가장 내 속을 편하게 해주는 것은 애호박이다.
돌봐준 만큼, 열매를 맺어 준다는 것이 고마웠다.
텃밭가에 꽃을 보려고 심어놓은 '더덕'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수확량에는 관심없고
오로지 꽃이 예뻐서 심는 것들이 제법 많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텃밭가에 심어 놓은 '흰꽃 나도샤프란'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한여름임을 증명이라도 해주듯....
지금 부터, 8월 한달 내내 피고지고 할 것 같다.
흰꽃 나도샤프란
텃밭 입구에 재미삼아 심어 놓은 '애플민트' 허브도 꽃을 보여주고 있었다.
예전에 많이 씹었던 애플민트 껌이 생각날 만큼, 잎사귀를 건드리기만 하면 향기가 대단했다.
껌 중에서는 애플민트 향기가 괜찮아서 즐겨 씹었던 것이
이제는 먼 옛날의 추억이 되는듯 했다.
텃밭가의 봉숭아꽃도 제철을 만난듯, 하루가 다르게 풍성해지고 있다.
요즘 오전 6시에 매일같이 밭에 나가는 이유는
익어가는 토마토를 따야했고, 한 두개씩 익어가는 빨간고추도 따야 하며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는 옥수수를 따야 하기 때문이다.
집에 가자마자 옥수수를 쪄야 하기 때문에 ,옥수수를 금방 찔수 있도록 손질을 하며 따냈다.
옥수수를 맛있게 쪄서 먹는 방법은
텃밭에서 옥수수를 따오면, 옥수수 껍질과 수염이 붙은채로 곧바로 삶아서 식힌다음
옥수수 껍질을 깔끔하게 벗겨낸후, 냉동고에 보관했다가 먹을때 다시한번 쪄먹는것이었다.
옥수수를 농사 지으면서, 옥수수 전문가들 한테 옥수수 맛있게 먹는 것을 배운 방법이다.
올해는 까치의 습격을 받지않고, 제법 멀쩡한 옥수수를 제법 따냈는데....
옥수수 농사가 프로급은 아니라는 것을 메모해본다.
바람이 불때마다 옥수수 잎사귀들이 흔들리는 소리도 듣기좋았으며
후둑 후둑 옥수수 잎사귀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도 듣기 좋았는데,
어느새 옥수수 수확철이다.
요즘은 가는 곳 마다 눈에 띄는 것은 날것, 찐것으로 구분하는 옥수수인 것 같았다.
7월 초순에 열무씨를 뿌렸다.
그런데 구멍이 뻥뻥... 벌레와 함께 나눠먹기로 했다.
농약없이 키워야하는 심정을 벌레들이 알아주면 좋겠지만, 그래도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
들판에 요즘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참깨'꽃이다.
고소한 참기름, 깨소금, 통깨를 생각나게 하는데,
은은하게 연한 분홍 색깔의 참깨 꽃이 자꾸만 눈에 밟힐 만큼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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