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를 따지고들면, 부산의 동쪽 끝자락이라는 '기장'이라는 곳이 부산도 아니고 울산도 아닌 어정쩡한...
그냥 동해남부 해안가라고 해야 맞는 것인지는 몰라도
코로나 확산 문자가 날아올때는 부산에서 날아오는 것보다는 울산에서 날아오는 것이 더 많았다.
그러나 날씨는 울산쪽의 일기예보를 보아도 틀리고, 부산쪽의 일기예보도 전혀 맞지않는....
그래서 기장의 날씨는 동해남부 해안가의 날씨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날아드는 문자에 의하면 이곳저곳 침수소식 때문에 차량통제가 많다는 부산 소식이지만
정작 이곳은 그다지 많은 비로 인해서 비 피해가 없었음을 말하고 싶었음이다.
다만 오늘 서울로 택배 보내려고
우체국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무섭게 내리는 비 때문에 빗물에 떠내려갈뻔 했다는 황당함을 메모해본다.
우리 아파트 옆 들판의 비내리는 풍경은 옥수수 숲으로 인해서 더욱 멋진 풍경을 만들어진 것 같았다.
이제는 고라니와 함께 멧돼지가 출몰해서 농작물을 망쳐놓는다는...
물안개 자욱한 얕으막한 산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는 골치아픈 소식이 오늘 아침에 추가 되었다.
작은 텃밭에 골고루 많이 심어놓았더니
장마비가 쏟아져서 밖으로 나갈수 없게 되었어도
매일매일 밭에서 가서 수확을 해야 한다는것이 즐거운 것인지는 몰라도
일단은 우산을 쓰고, 비옷까지 챙겨입고 밭에 간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비가 내려도 호박꽃은 피어 있고, 호박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것도 신기하기만 했다.
도토리 키재기가 아닌 호박 키재기는 왜그렇게 재미있는 것인지?
호박으로 음식을 해먹는 것보다는, 호박 키재는 것이 매일 아침마다 즐거움이 되어가고 있었다.
풀숲에 숨겨진 호박을 찾아내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이 되었다.
노각오이는 모양이 예쁘건만
아직까지 늘씬하고 쭉 뻗은 조선오이와 가시오이는 수확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챙피스러웠다.
오이를 수확하면 가장 먼저 '오이소박이'를 만들어 먹겠다는 나의 마음을 엿보았는지
조선오이들은 하나같이 이런 모습이었다.
늘씬하고 이쁜 조선오이를 상상했는데
못생긴 오이 꼬라지가 보기싫어서 그냥 놔뒀더니, 이런 모습으로 늙어가고 있었다.
올해는 아무래도 오이소박이와 오이지 맛은 못볼 것 같았다.
날씬하고 쭉뻗은 조선오이를 겨우 한개 딸 수 있을 것 같아서 괜히 황송해 했다.
올해는 어쩐일인지 고라니와 까치가 우리토마토 밭에는 다녀가지 않고 있다.
익어가는 토마토를 따먹는 고라니와
익어가는 토마토를 쪼아먹는 까치의 횡포가 없다는 것이 고마우면서도, 못믿는 것이 짐승이기에
날마다 아침시간에 익은 토마토를 따내는 것이 하루일과가 되었다.
비가 내려서 우산을 쓰고서라도 밭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 이녀석들 때문이다.
얕으막한 산에 멧돼지 까지 내려와서 횡포를 부린다니까
수확할 수 있는 열매들은 제때에 모두 따와야 한다는 법칙이 생겨난듯 했다.
우리집 오이 구경 하시고 웃지마세요!!
텃밭 식구들이 볼까봐, 오이넝쿨 옆에 메모를 해놓고 싶었다.
이번 여름에 오이 같은 오이는 한번도 따먹지 못했음에 자꾸 웃음이 나온다.
제법 먹음직스런 토마토는 자꾸만 자랑을 해보고 싶었다.
대추방울 토마토와 흑토마토는 아삭거림이 좋고 맛도 괜찮았다.
지난해에는 긴 장마가 끝이나고, 잘크던 고추가 탄저병 때문에 몽땅 망가졌었다.
올해의 장마 끝에는 고추에게 아무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매일 아침마다 키재기를 했던 호박을 엊그제 수확을 했다.
붉은 토마토도 첫수확, 그리고 꽈리고추도 첫수확이다.
어제 아침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수확을 했다.
흑토마토와 늘씬한 애호박...
연일 계속되는 빗속에서도 가지꽃은 피고, 가지도 키가 크고 있었다.
호박 키재기, 가지 키재기, 그리고 날씬한 오이 찾기...
하루에 한번씩 꼭 문안인사를 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고, 텃밭 덕분에 몸도 건강해지는 것 같았다.
오늘 아침에는 흙탕물이 잔뜩 묻은 상추와 토마토와 가지를 따왔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가끔씩 물폭탄의 세례를 주었기에 우체국에 다녀오면서 물에 빠진 생쥐가 되어서 돌아왔다.
밖으로는 한발자국도 나갈수 없는 오후에는 너무 심심해서 호박전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호박전의 재료는 감자, 땡초, 부추, 당근, 호박, 마른새우
밭에서 수확한 것들을 몽땅 넣었더니 호박전이라기 보다는 야채전이라고 해야 맞는 것 같았다.
비 내리는 날에는 왜그렇게 부침개가 먹고싶은 것인지?
이것저것 수확을 해다가 놓은 재료들이 눈에 띄길래 몽땅 넣고 반죽을 했더니, 맛있는 간식이 되었다.
어린시절의 비오는 날에는
어머니께서 울타리에 심겨진 애호박을 따다가 수제비를 하실때도 있고, 호박전을 구워주실때가 있었다.
그것이 어느새 추억의 먹거리가 되었다는것이 또다른 그리움이 되는듯 했다.
혼자먹는 호박전은 그저 간식 먹는 재미일뿐이지만,
그 옛날의 어머니표 호박전이나 호박을 넣은 수제비는 왜 그렇게 맛이 있었는지
아무리 흉내를 내어봐도 그 맛을 따라잡을수 없다는 것이 서글픔이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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