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비가 내리다보니 텃밭에 갈 일이 없어서인지, 자꾸만 게으름을 피우게 되었다.
늘어지게 낮잠을 자다가 창밖을 내다봐도, 비는 그칠줄을 모른채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고
이제는 끝이나는가 기대를 했던 코로나는 또다시 1단계 올라서서 마음까지 씁쓸하게 했다.
오후쯤에 비가 그친것 같아서 밖으로 나갔더니
우산을 쓰기에도 애매한 안개비가 한치 앞도 바라볼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도 주룩주룩 쏟아지는 비가 아니었기에 ,우선적으로 텃밭이 궁금해서 들어가보았다.
텃밭에서 바라본 우리아파트는 ,안개속에서 유령의 성처럼 보여졌고
일주일째 내리는 비에 텃밭의 채소들은 웬지 모르게 지쳐보이는듯 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린 탓인지, 풀들은 무성했고, 채소들은 거의 웃자라고 있었으며
8월 중순쯤 부터 피기 시작하는 '부추'꽃이 벌써 하얀꽃을 피우고 있었다.
텃밭을 한바퀴 돌아보다가, 나도 모르게 '대박'을 외쳤다.
텃밭가에 머위가 자라고 있는 풀 숲에서 '타래난초'가 예쁘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내가 심은 적도 없는 '타래난초'의 씨가 바람을 타고 어디서 날아왔는 것인지?
자연이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오묘함' 그 자체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내년 부터는 타래난초 꽃씨가 떨어져서, 텃밭 주변에서 제법 타래난초 꽃을 볼수 있지 않을까?
떡 줄놈은 생각도 안하는데, 김치국 부터 마셔보았다.
비가 내리거나 말거나 '방풍'꽃이 제법 하얗게 피고 있었다.
죽기살기로 진딧물과 파란벌레가 케일을 못살게 하더니
장마비 덕분에 '케일'은 제법 먹음직스러운 모습이 되어가고 있었다.
벌레구멍은 남아 있지만, 유기농 채소라는 것을 나타내주는 것 같아서 마음은 편했다.
가뭄때문에 계속해서 목이말라 하던 '상추'는 장마 비 덕분에 제법 싱싱한 모습이 되었다.
그래도 한켠에서는 너무 물을 먹어서 녹아내리는 상추도 보였다.
애호박도 한개쯤은 비 내리는 날
나의 먹거리가 되어주려고 예쁘게 매달려 있었다.
대파 밭에서는 대파꽃에서 씨가 떨어져서 잡풀 처럼 엄청 싹을 틔우고 있었다.
어린 대파가 빗물 덕택을 톡톡히 본 것 같았다.
대파 꽃에서 씨가 떨어진 것이 발아되어
대파 싹이 풀씨가 털어진 것 처럼, 엄청 많은 싹을 틔우고 있음에 할말을 잊게 했다.
엊그제 들깨모종을 사다가 심었더니, 빗물 덕택에 예쁘게 자라는 것 같았다.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들깨모종을 살려내기 위해서 팔이 빠져나가도록 물을 퍼다 주었을 것이다.
평소 같았으면 씨를 뿌린후 보통 10일쯤은 지나야 싹을 보이는데
매일 같이 내리는 빗물 덕택에,
열무씨를 뿌린지 6일만에 이렇게 웃자란 열무를 볼 수 있었다.
아욱은 내가 씨를 뿌린적이 없었다.
지난해 늦가을에 아욱씨가 떨어져서, 스스로 발아를 한후 자라고 있었어도
물을 주지 않았기에 모양이 형편없었는데, 며칠동안 빗물덕을 톡톡히 본것 처럼
제법 싱싱한 아욱이 되고 있었다.
며칠동안 비가 내린 텃밭을 점검한 결과
열매는 그런대로 딸수 있었지만
고추가 2포기 죽어가고 있었고, 토마토 역시 3포기는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정성을 아무리 들여봤자 곧 태풍이 올라오면, 그나마 모두 사라지지 않을까
마음을 비워본다.
텃밭 한켠에 심어놓은 옥수수가 물 만난 고기처럼, 빗물을 흠뻑 먹고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장마비가 내리기 전에는
옥수수 까지 물을 퍼다주기에는 나의 몸이 한계에 다다랐기에, 미안하다는 말만 전했을뿐이었는데....
계속해서 내리는 빗물 덕택에 옥수수꽃이 제법 예쁘게 피고 있었다.
물이 더이상 필요 없는 식물들은 내리는 비 때문에 자꾸만 죽어가고 있었고,
그동안 물부족이었던 식물들은 영양소가 된듯, 엄청 예쁘게 자라고 있는 텃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멍하니 쳐다볼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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