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수확기가 된 6월 텃밭에서

nami2 2021. 6. 22. 21:50

첫새벽 5시30분쯤이면 아파트 베란다 창문 너머 산등성이에서

해가 떠오르는 것을 느낄수 있지만, 요즘에는 절대로 늦잠을 잘 수 없는 이유가 되었다.

그동안 우중충한 날씨와 함께, 비 내리는 날이 많아서 미뤄졌던 텃밭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오전 9시 까지 이불속에서 뭉기적 거리는 것이 습관이 되었기에

오전 5시30분에 일어난다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어쩔수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텃밭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고행이 되는 것 같았다.

 

텃밭에서 할일은 많고, 죽기살기로 일하기에는 체력이 따라주지 않고...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해답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을 하러 밭으로 가야 마음이 편한것만은 사실이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서 춥기 까지 하는 이른 아침에는 이슬이 촉촉하게 내려 앉아서 일을 하기에는 버거웠지만

그래도 호박꽃을 비롯한 오이꽃, 가지꽃, 박꽃이 핀 모습은 봐줄만한 소박한 아침 풍경이었다.

이른 아침의 '우엉꽃'도 참으로 예뻐 보였다.

   

텃밭 한켠에 심어놓은 봉숭화가 제법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

언제 부터 봉숭화 꽃이 피기 시작할런지 모르는 초여름이지만

과꽃도 씨를 뿌려서 자라고 있고, 맨드라미도 제법 쑥쑥 자라고 있다는 것이 재미 있었다.

 

지난해 방풍이 몸에 좋다고 해서 2포기 심어놓았는데 

하얀꽃이 예뻐서 오랫동안 꽃을 놔뒀더니  방풍씨가 떨어져서 숲을 이룬 방풍밭에

올해 또다시 방풍꽃이 피고 있다.

방풍은 그다지 맛도 없는 식물이건만

중풍예방에 좋다고 하니까 뽑아내지 못하고, 억지로 키우고 있다는 것이 우습기만 하다.

꼭 내가 중풍의 포로가 된 것인지, 아니면 방풍의 포로가 된것인지

방풍을 뽑아내지 못하는 나의 우유부단이 그냥 한심한 것 같았다.

 

그동안 비가 자주 내렸던 탓에 '치커리'가 잡초 자라듯이 무성하다.

뜯어다 먹을새도 없이 자꾸만 자라니까 감당을 할 수가 없다.

 

5일 전에 오이를 첫 수확했다.

그런데 오이 따는 날짜를 맞추지 못해서 첫 수확의 오이가  이미 늙어버렸다.

아삭아삭하고 부드러운 오이를 기다렸건만, 오이껍질이 너무 억센것 같았다.

 

올해 마지막 완두콩이다.

넝쿨을 걷어내면서 마지막으로 수확한 완두콩이라서인지 역시 볼품이 없다.

 

지난주 금요일에 호박, 당근, 토마토 첫 수확이다.

 

토마토는 지난해에 고라니와 까치에게 모두 빼앗겨서 올해는 흑토마토를 심었더니

고라니도 까치도 입을 대지 않았다.

텃밭 한켠에 심어 놓은 '머위대'도 처음으로 수확 해봤다.

들깨를 넣은 머위대 볶음이 맛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일부러 어린 머위를 뜯어먹지 않고

머위를 키워서 머위대를 만들어냈다.

 

텃밭에 나가면 그냥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주말과휴일을 지낸후  월요일에 텃밭에 나갔더니  제법 많은 것들을 수확해왔다.

오이도 그런대로 예뻐보였고, 토마토도 먹음직스러웠다.

호박도 며칠에 한번씩 수확의 기쁨을 맛보게 했다.

 

가지 한개가 첫선을 보였다.

가지 반찬이 먹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는데, 다른것에 비해 수확이 늦은편이다.

그래도 제법 클 때 까지 아침마다 문안인사 여쭙는다.

 

지난주 금요일에 몇개의 당근을 뽑아봤더니 그런대로 당근이 예쁘게 생겼다.

그래서 오늘 보이는대로 몇개를 뽑으려니까

당근 캐는 것도 꽤 힘들었다.

어설프게 호미질을 하면 당근이 땅속에서 부러지기 때문에 그것도 큰 노동이 되는 것 같았다.

 

지난해에 비해서 당근이 제법 예쁘게 생겼다.

이 정도라면 당근 재배도 70점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오늘 아침에 호박넝쿨 속에서 숨어지낸 호박을 발견했다.

애호박 수준을 넘어선 것 같아서 약간 아쉬웠지만, 그래도 내가 키운 호박이니까...

땡초도 한주먹 수확을 했고

올해 첫 가지를 따다가 가지볶음을 해먹었다.

 

그동안 양파를 수확했어야 했는데, 비 때문에 미뤄뒀더니 썩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양파 꼬라지는 엉망이지만, 무농약으로 키웠고, 화학비료 한번도 주지않았다는 것을 자랑해보고 싶었다.

 

우리집 양파는 모두가 어린아이 주먹 정도의 크기이다.

양파를 쓰려면 너무 커서 절반을 잘라서 써야 하겠기에 일부러 작게 키웠다.

일주일 정도 밭에서 말린후 집으로 가져가려고 널어 놓았다.

 

텃밭 풍경이다.

여러사람이 농사를 짓고 있는 주말농장이라는 것이 이런모습이다.

우리 텃밭은 빨간 장화가 걸려 있는 곳이다.

 

옥수수 꽃이 피고 ,꿀벌들이 바쁘게 날아다니고 있다.

올해는 텃밭 한곳을 몽땅 옥수수 밭으로 만들었다.

까치에게 옥수수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이렇게 옥수수 숲을 만들었는데...

옥수수를 얼마 만큼 수확을 하게 될런지는 순전히 까치들의 소행을 지켜볼뿐이다.

 

오랫만에 하늘의 구름을 볼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6월의 절반이 비가 내리는 날이었으니까, 저런 멋진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반가웠다.

텃밭에서 일을 하다가 물을 마시면서 바라본 산등성이 위의 하늘이 참으로 예쁘다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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