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텃밭에 잡초는 자라는데

nami2 2021. 6. 9. 21:43

백신접종 날짜를 받아놓고는 심하게 앓았던 감기몸살 때문에 생각치도 않았던 겁쟁이가 되어 있었다.

죽을 만큼 아팠던 6일 동안의 악몽이 또다시 백신 접종후의 후유증으로 되풀이 되는 것은 아닌가

미리 겁을 먹고, 긴장을 하고,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해서 꼼짝달싹 하지않고...

그래서 몸살을 앓기 이전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나갔던 텃밭이었는데, 어떻하다보니 자꾸만 발길이 뜸해졌다. 

모든 사람들이 일괄적으로 받아야 하는 백신접종이라서 비켜갈수도 없는 일이었기에

감기몸살이 완전하게 낫지 않은 상태에서 접종을 받는다는 것이 큰 모험을 하는 것 같았다.

 

오랫만에 텃밭에 나가봤더니 난데없는 코스모스꽃이 피어 있었다.

계절적으로 드러내놓고 꽃이 피기에는 무언가 어색한듯, 아주 작은 꽃송이로 꽃을 피워놨다.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보다는 꽃이 피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해봤다.

 

6월8일 오전 10시30분에 백신 접종을 받았다.

며칠 전에 심하게 앓았던 몸살감기의 잔재가 아직 남아있는데, 무리한 짓을 하는 것은 아닌가?

약간 겁을 냈지만, 하늘에 맡겨보자는 심산으로 병원을 갔었다.

타이레놀이라는 약이 혹시 품절이 되지않을까 걱정되어서 열흘 전에 약국에서 사다놓았다.

타이레놀 약 1통으로는 부족할까 싶어서, 백신 접종 하루 전에 또다시 약을 사러갔더니

백신 접종 3시간후에 약을 먹으라는 표기가 되어 있는 약을 주면서, 국산 타이레놀 약이라는 소리를 하는 것 같았다.

기존의 타이레놀은 이미 품절이 된듯,

국산이든지, 수입산이든지 진통제만 있으면 안심을 할 것 같다는 생각뿐이었다.

 

백신 접종후, 10시간 정도 까지는 아무렇지도 않았기에 약을 먹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무난히 진통제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될것 같다는 생각은 오만함이었다.

백신 접종후 11시간이 될쯤 갑자기 몸이 이상해졌다.

열은 없었지만, 기분 나쁠 만큼의 머리가 아프고, 몸이 나른해지면서 몸살기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염려해주시던 블친님의 말씀대로 진통제 두알을 먹고 잠을 청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일반적인 몸살 같으면, 약을 먹었어도 잠을 청하기가 힘든 상태일텐데...

백신 접종 후의 몸살은 진통제가 마법을 지닌 약처럼, 아무렇지 않게 잠을 잘 수 있게 해주었다.

그래서 몸이 약간 이상해지면, 진통제를 먹으라는 의사의 지시도 있었던 것 같았다.

 

오전 6시에 눈을 떴기에, 약간 멀쩡할때  텃밭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백신 접종 이틀째가 힘이 들 것이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기에, 우선 이른 아침에 텃밭에 다녀왔다.

텃밭에서 2시간 정도 일을 하다보니 또다시 몸이 나른해지면서 이상해졌다.

 

집으로 돌아와서 간단한 아침을 먹은 후 그냥 기절한듯, 낮 1시 까지 잠에 취해 있었다.

낮1시에 잠에서 깼더니  말로 표현 못할 만큼의 심한 몸살이 사람을 잡는듯 했다.

두번째로 진통제 두알을 또 먹고나서 10분 정도 경과되니 또다시 마법이 시작되었다.

언제 몸살을 했었나 할 정도로 몸은 멀쩡해졌다.

 

백신접종과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진통제는 뗄 수 없는 관계였음을 새삼 인정해본다.

수입약품 '타이레놀'이 아니더라도 '아세트아미노펜'이 들어 있는 약이라면 무사히 접종을 끝낼수 있다는 것...

접종후의 시간이 3일 정도 지나면 원래대로의 몸상태로 돌아간다니

내일은 음력 5월 초하루이기에 절에 다녀와도 무방하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지난주의 심한 몸살 덕분에 텃밭에 나가질 못했다.

겨우 몸을 추스르고나니까 ,주말의 알바 때문에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또 텃밭에 나가지 못했으며

주말의 일이 너무 피곤해서 백신 접종 하루 전인 월요일에는 쉬느라고 또 텃밭에 나갈 수 없었고

화요일에는 접종날이라서 또...

그래서 수요일인 오늘 아침에 비로서 잠시 시간을 내어 밭에 나갔더니, 밭 꼬라지는 기가막혔다.

뽑아야 될 열무는 어느새 꽃을 피우고 있었다.

열무김치를 맛있게 담가먹으려고 심어놨던, 열무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서 완전 제멋대로였다.

오뉴월의 채소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건만, 열흘이상 방치해놓은 내 잘못이 컸음을 인정해본다.

양파는 수확시기가 되어서 자연적으로 쓰러져 있음은 그러려니 했지만, 다른 채소들에게는 할짓이 아니었다.

 

밭가에 잡초라고 자꾸만 풀을 뽑아내다가 포기했더니, 어느새 이쁜꽃이 피고 있었다.

잡초인줄 알았던 풀이  꽃이 피고나니까, 야생화 '까치수염' 이었다.

 

우엉은 쌈으로 먹는 우엉과 뿌리를 먹는 우엉이 있다고 한다.

지난해 쌈으로 먹기위해 심어놨던 우엉이 어느새 꽃을 피우고 있었다.

올해는 무언가 사는 것이 재미없었는지, 우엉쌈을 한번도 먹지 못한채 '우엉꽃'을 보게 되었다.

 

텃밭 한켠에는 우엉을 비롯해서

방풍, 취나물, 곤드레, 부지깽이나물, 쑥부쟁이, 참나물, 돌미나리,돌나물,케일 ... 등

지천으로 자라고 있건만 제대로 뜯어먹지 못하고 여름을 맞이하게 되었다.

 

오늘 아침에 조선오이 한개를 첫수확 했다.

그리고 오이 두개는 2~3일 정도 있으면 따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고추는 주렁주렁인데, 고추밭은 점점 풀밭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이런저런 일로 아프느라고 열흘 정도의 공백이 이렇듯 풀밭을 만들어 가고 있는데

날씨는 너무 더워지고, 시간은 없고, 금요일에는 비가 내린다니 또 밭에 갈일이 줄어들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쉼없이 자라고 있는 풀을 뽑아내기에는 ,할당된 시간이 너무 부족한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예쁘게 자라고 있는 여름상추인데, 풀반 상추 반이다.

풀 속에서 빼꼼이 얼굴을 내미는 어린 상추들을 잘돌봐줘야 하건만

텃밭으로 나가는 시간이 자꾸만 줄어들다보니

마음은 늘상 텃밭에 가서 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이 그냥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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