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완두콩이 익어가는 텃밭

nami2 2021. 6. 4. 21:54

꼼짝달싹 못할 만큼의 지독한 감기몸살로 인해서

꼬박 6일 동안, 텃밭을 나가지 못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병원에 다녀온 후 조금 살만해졌기에, 오전 6시에 텃밭에 나가보았더니 호박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올해 처음으로 볼 수 있었던 텃밭의 '풋호박'꽃이 ,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화사한 모습으로 반겨주었다.

하루만 안봐도 궁금한 텃밭 식구들인데, 6일 동안 발길을 뜸했으니 괜히 미안함뿐이었다.

이른 아침 숲속에서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도 듣기 좋았고, 촉촉하게 내려앉은 아침이슬의 차거움도 그냥 좋았다.

자연과 벗삼아 살고 있다는 것을, 감기 몸살 때문에 며칠동안 잊고 살았던 것에 쓴웃음이 나왔다.

 

오이꽃이 제법 피었다.

오이 넝쿨이 뻗어갈 수 있도록 지지대를 박고, 끈으로 연결을 해주어야 했는데

발길이 뜸한 주인을 기다리느라 오이 넝쿨이 제멋대로 뻗어가고 있었다.

 

가시오이 5포기 , 조선오이 5포기, 노각오이 6포기

오이 종류가 각각이어서 그런지

오이꽃에 매달린 오이도 모습이 틀리고, 넝쿨도 개성있게 뻗어가고 있어서 한참 동안 작업을 해야하는데

그동안 일이 많이 밀린듯 했다.

 

오이 소박이가 먹고 싶어서 빨리 열매를 맺게 해달라고 했더니, 오이는 겨우 손가락만 해졌다.

그래도 일주일만 기다리면  한개 정도는 따먹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돌나물이 제법 튼실하게 자라는 것 같더니, 며칠새에 모두 꽃이 피어버렸다.

꽃이 피면, 쓴맛이 나서 먹을 수 없는 돌나물이 아깝기만 했다.

 

혹시 흑토마토는 고라니가 쳐다보지도 않을까 싶어서 , 올해는 흑토마토를 모두 심어봤다.

그동안 먹음직스런 빨간토마토는 까치와 고라니의 간식이 되었기 때문에

색깔이 검으스름한 흑토마토를 심어봤는데

올해는 과연 얼마나 수확을 하게 될런지, 벌써 부터 고라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

 

6월이 시작되면서 여러가지 채소들이 꽃을 보였다.

텃밭에서 가장 예쁜 꽃은 보라색깔의 가지꽃이다.

올해 처음으로 핀 가지꽃이다.

 

텃밭 가장자리에 심어놓은 살구나무에서 살구가 익어가고 있다.

겨우 2개의 살구였지만, 그 어떤 살구보다 먹음직스러울 것 같고, 예뻐보였다.

 

텃밭 주변의 어느집 울타리에서 '비파'열매가 익어가고 있었다.

6월은 모든 열매의 수확기라는 것이 맞는 것 같았다.

 

비록 잡초였지만, 아주 작은 하얀꽃이 예뻐보이는 '개미자리'꽃이기에,

작은 야생화라는 이름으로 개미자리꽃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초여름의 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완두콩이 익어가는 것 같았다.

며칠동안 감기몸살 꾀병으로 바깥 출입을 하지 않다가 오랫만에 밭에 갔더니 완두콩이 제법 통통해졌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완두콩을 심어봤었기에

언제 어느때 수확하는지를 몰라서 산비둘기에게 제법 빼앗겼었다.

옥수수, 땅콩, 토마토의 도둑은 까치였고,  완두콩 도둑은 산비둘기라는 것을 지난해에 알게 되었다. 

올해는 절대로 산비둘기에게 완두콩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초보농사꾼이 이제는 몇년차가 되다보니 완두콩 수확 할 줄도 알게 되었다.

꼬투리를 만져봐서 까끌까끌하면 열매를 따도 된다는....

그래서 잠깐동안 완두콩을 이만큼 딸수 있었다.

완두콩 첫수확이다.

 

지난해와 올해 완두콩을 농사 짓고보니, 우리 텃밭에서 가장 잘되는 것이 완두콩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땅이 약간 모래가 섞인 마사토라는 것이 장점인듯 싶었다.

3월5일에 완두콩을 심고나서,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농사가 저절로 잘된것 같은 느낌이다.

 

껍질을 까놓고보니 제법 먹음직스러웠다.

몸살로인해서 달아난 입맛을 완두콩 덕분에 되살릴수 있을 것 같아서

완두콩밥을 하기로 했다.

 

적당하게 완두콩을 넣은 밥이 다되어서

밥솥 뚜껑을 여는 순간 완두콩 냄새가 구수하게 식욕을 돋구었다.

순간적으로 밥이 먹고 싶다는 충동을 오랫만에 느꼈기에, 달아난 입맛이 돌아온듯 싶었다.

갓 지은 따끈한 완두콩밥에 ,명란젓을 렌지에 30초 돌린후 김에 싸먹었더니

다른 반찬이 필요없을 만큼 맛이 있었다.

감기몸살로 인해서 저만큼 달아났던 입맛이 완두콩 덕분에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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