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야생화

암자 주변의 숲길에서

nami2 2020. 10. 13. 23:02

  두달만에 예약된 칫과에 갔더니, 마음의 준비도 하지않은 상태에서 임플란트를 심어야 한다고 했다.

  미리 임플란트를 심을 것이라고 언질이라도 주었다면, 차일피일 미루고, 예약을 취소 했을텐데...

  주사바늘만 보아도 긴장을 하는 겁쟁이에게, 부분마취를 두번씩이나 해서 통증은  못느꼈지만

  귓가에 들려오는 무지막지한 드릴소리는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었다.

  드릴이 엇나가서 턱뼈에 구멍이 나는 것은 아닌지?

  기저질환 환자이니까  혈압이 상승하거나 심장마비가 오는 것은 아닌지?

  벼라별 생각을 하면서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더구나 하루 꼬박 죽을 먹고 살았더니, 꽤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중병 앓는 사람처럼 마음까지 우울해졌다.

  나이가 먹어간다는 것이 그리 좋은 일은 아니지만, 칫과라는 것은 정말 무서운 곳이란 생각을 해봤다.

 

  지난 추석에 우리집 아저씨께 갔었을때는, 동행들이 있어서 바쁘다는 이유로 여유롭게 돌아볼수가 없었다.

  더구나 그동안은 코로나 때문에 가급적이면 암자 가는 길도 발길을 뜸해야만 했었다.

  마음은 늘 가보고 싶었지만, 꼼짝못하게 만드는 문자메세지 때문에 소홀이 했던 발걸음은....  

  우리집 아저씨가 머무는 곳의 숲에도 가을이 내려 앉았기에 산책하는 마음으로 또다시 다녀왔다.

  숲으로 가기위해서는 암자를 지나가야 하는데, 마당가에는 아직도 '추명국'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올해는 코스모스꽃을 보는 것도 그리 흔하지 않았다.

 두번씩 다녀갔던 태풍이 휩쓸었기 때문인데, 암자 주변에서 가을을 느껴본다.

 

  범어사 산내암자에서도 '병꽃'을 보았는데, 이곳 암자에도 병꽃이 다시 피기 시작 했다.

  봄인지 가을인지 구분이 안되는 꽃들이 요즘은 제법 많이 피는 것 같았다.

 

 어떤꽃인지 가을이 깊어가면서 헷갈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생김새는 '부처꽃'을 닮은듯 하다.

 

  우리집 아저씨가 머무는 숲속에 '네잎갈퀴꽃'이 계속 피고 있었다.

  지난 추석에도 보았던 녀석인데....

  우리집 아저씨 대신 반겨주는 것 같아서 고마웠다.

 

 지난 5월에는 하얀꽃이 제법 많이 피었던 덜꿩나무 열매가 겨우 몇개가 달려있었다.

 지난해 이맘때 가을에는 보라빛 작살나무 열매도 제법 많이 보였는데

 올해는 태풍으로 인해서 열매들이 익기전에 모두 떨어져나간듯 보였다.

 

  우리집 아저씨가 머무는 그 숲속....

 

  산꼭대기 암자로 가는 길을 따라서, 산길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그냥 이유없이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아서  숲 근처 암자주변만 서성이다 돌아왔다.

 

                    익모초꽃

 

   작은 암자에도 아직 가을색은  물이 들지 않았다.

   이제 코로나가 내리막으로 가고 있으니까

   낙엽지는 가을 숲에 우리집 아저씨를 만나러 다시 발걸음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우리집 아저씨가 머무는 숲으로 가면서, 이정표처럼 서있는 사진앞에서 잠시 멈췄다.

 누군가 적어놓은 글귀와 사진이 마음의 여유를 주는 듯 했다.

 따끈한 국화차가 생각났지만, 산 깊은 곳에 찻집은 없었고...

 가지고 갔던 보온병의 따끈한 커피 한잔을 솔바람과 함께 나눠 마시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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