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의 절반은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집안에 있는 화초들이 늘 신경이 쓰였다.
처음에는 꽃이 피는 것이 예뻐서 하나 둘 집안으로 끌어 들이다보니
집안 가득 늘어나는 것은 화분의 숫자였다.
셀 수도 없을 만큼 늘어난 화초들은 이런 저런 집안의 우환이 생길때마다 하나 둘 사라져 갔다.
특히 내가 많이 아팠을때는 덩달아 시름시름 해지면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속상하게 했었는데...
그럭저럭 시간의 흐름은 10년이 넘었고, 끈질긴 생명력이 있는 것들은 거의 15년차가 되었다.
집안의 중증환자 보살피면서 , 내 몸 관리 하기도 버거워졌기에 이제는 화초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어서
마음 한 구석에서는 '방치 되는 것이 서럽거든, 차라리 뿌리가 썩어서 사라지라고' 빌었지만
이제는 모든 것에 적응이 된듯, 보살핌이 없이도 잘들 살아가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빈집을 지켜주는 지킴이가 된듯, 꽃도 잘피고 집안 분위기도 밝음으로 장식하는 것 같았다.
병원에서 7박8일 지내고 돌아왔더니, 화사하게 꽃이 피었다.
여름에서 가을은 하루 하루 지날수록 늘어나는 것이 빈 화분이었는데
오히려 겨울에 화초들이 더욱 싱싱해보였다.
그래도 집을 비울때는 물이라도 듬뿍 주고 갔던 것이 효과가 있는듯
추운 겨울, 베란다에서 꽃을 피우고 있었다.
차라리 뿌리가 썩으면 핑계대고 버릴려고 했는데.....
꽃이 쉼없이 피고지고 한다.
뿌리가 썩으라고 물을 듬뿍 주었더니, 오히려 신이 난듯 했다.
거실에서 공기청정기 역활을 하고 있는 '장미허브'
흙이 아닌 물로 키워보고 싶어서 줄기를 떼어서 물에 담가 놓았더니 잘 크고 있다.
꽃이 피는 것들은 거의 사라지고, 집안에 남은 것들은 선인장들뿐이다.
우리집에서 가장 오래된 20년지기
15년 된 선인장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을 만큼 키우고 싶지 않은 선인장들인데
오랜세월 함께 했다는 이유로 그냥.....
거의 회복 불가능 까지 갔었기에 내다 버리려고 한 옆에 미뤄놨더니
들락날락 자꾸 집을 비운사이에 몰라볼 정도로 예쁘게 크고 있는 '손가락 선인장'이다.
아마도 빈집을 지키는 지킴이가 되어주기로 작정한듯....
집안의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했으며, 사진에는 없지만
거의 회복 불가능 했던 '공작선인장'도 싱싱하게 잘 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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