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때도 없이 내리는 비 때문에 올해 여름휴가를 엉망으로 보냈기에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서 시간을내어 산사순례 여행을 떠났더니, 야속한 비는
산사순례 여행도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래도 그나름대로 산사에서는 비내리는 것이 운치가 있어서 그럭저럭 괜찮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해마다 여름 끝자락이면 늘 찾아가는 곳에 비가 내리면 안된다고 기도를 해보았지만
하늘은 마음속으로 하는 간절한 기도를 외면했다.
8월 내내 내리는 여름비는 참으로 야속하고, 지긋지긋했다.
오늘은 28번째 맞이하는 아버지 기일이다.
참으로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은 '28'이라는 숫자였다.
해마다 여름 끝자락이면 늘 다녀오는 곳은 부모님이 계시는 산비탈 작은집이다.
찔레꽃이 필 때는 어머니를 뵈러 가고, 붉은 배롱나무꽃이 필 때는 아버지를 뵈러 간다.
그런데.....
비가 너무 많이 내렸다.
일년에 두번 가족끼리의 모임인데, 비가 너무 많이 내린다고 생략할 수는 없었다.
어머니 기일과 아버지의 기일에 갖는 가족모임은 정말 뜻깊은 것이다.
눈으로는 뵐 수 없지만, 마음으로는 부모님과 함께 하는 소중한 자리이기 때문에
내리는 비를 피하지 않고,한마음으로 젯상 위에 상을 차렸다.
우산을 받쳐주는 사람과 상을 차리는 사람
비를 맞고 심부름을 하는 사람....
부모님과 함께 했던 그 어느날 처럼
김밥을 싸서 가족끼리 소풍을 갔던 그때 처럼....
젯상에는 격식을 갖춘 음식이라기 보다는 부모님이 좋아 하셨던 음식으로 준비 했다.
돌아가신지 28년동안 한번도 우산 속에서 음식을 드시지는 않았는데
묏등과 젯상 사이에 우산이 가로막힐 것이라고는....
깔아 놓은 돗자리가 비에 젖어서 가족들의 양말은 모두 젖었지만,
그 누구도 불평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부모님 묘소 앞에서 바라본 호숫가에 물안개가 자욱하다.
해마다 기일이면 묘소를 찾는 이유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집에서 격식 따져서 모시는 젯상보다는
부모님 계신 곳에서 부모님과 함께 갖는 가족모임이 그리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부모님께 술잔을 올리고, 절을 하는데도 우산을 받쳐주는 사람이 있어야 했다.
잠시동안만이라도 비가 멈추기를 기원했지만, 빗줄기가 약간 가늘어졌을뿐
우산이 꼭 필요했던 순간, 순간이었다.
부모님 계신 산비탈 작은집의 2014년 여름 가족모임에는 비가 내렸었다고 메모를 꼭 해야겠다.
부모님 계신 집 앞의 빨간 배롱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찔레꽃 피는 어머니 기일과 배롱나무꽃이 피는 아버지 기일
곧 다가오는 추석에는 길이 멀어서 성묘를 할 수 없었기에 아버지 기일에
겸사겸사인데, 왜 그렇게 비가 내리는 것인지....
부모님을 뵙는 듯~
흐드러지게 핀 배롱나무꽃이 그리움을 해소시켜 주는 것 같아서
눈도장 찍듯, 자꾸 사진을 찍었다.
청원상주 고속도로를 타고, 부모님 계신 천안으로 가는 길에
잠시 들린 '속리산휴게소'에서 바라본 속리산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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