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분갈이도 해주고, 영양제도 흙속에 꽂아주어야 하는데, 어쩌다보니
계절은 겨울로 가고 있었다.
5년을 정성껏 키운 '게발 선인장'이 장마철에 녹아내리듯 사라져 버린후에는
상실감 때문이라는 이유로 화초들을 방치해 놓았었다.
그런데 하나 둘 꽃을 피워대는 '제라늄'을 바라보니 혼자서 철이 들어가는 어린아이를
바라보는 심정 처럼, 제라늄에게 미안함을 갖게 되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빨간꽃을 주렁주렁 피워대는 '게발선인장'이 사라지니
왜 그렇게 베란다가 허전한 것인지
화가 났던 마음에 제라늄이 새롭게 꽃을 피우는 것을 보면서 조금은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물도 제때에 주지도 않았는데, 가을이 되면서 새롭게 꽃을 피워주는 '제라늄'
.
방치 해놓은 흔적이 보이는데, 그래도 죽지 않는 선인장
거의 일그러진 모습의 선인장
어떤 것이든 생명은 소중한 것이기에 선인장을 주워다 화분에 심었더니
각각의 선인장이 하나가 되려고 한다.
10년이 훨씬 넘었지만 꽃을 못 피우는 불쌍한 녀석이다.
베란다에서 꽃을 피울 수 있는 조건이 악조건인 것인지?
작은 몸뚱이에 무슨 새끼를 이렇게 많이 치는 것인지
햇빛이 약간 부족한 베란다에서 웃자라서 힘이 없는 선인장
이녀석의 새끼는 독불장군 처럼 커가고 있다.
10년 정도 자라면서 생명의 끈을 놓지 않는 녀석
가을이 되면서 탐스럽게 꽃을 피우는 제라늄
게발선인장이 떠난 빈자리가 보기 싫어서 방치해놓은 화초들을
제라늄이 또다시 예쁜 꽃을 피우기 시작해서 상실감을 떨쳐내고
다시 베란다의 화초들을 돌보기 시작 했다.
이맘때 부터 겨울 내내 베란다를 화사한 꽃으로 장식을 해준 게발선인장을
이번 겨울 부터는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린 여름날에 견디지 못하고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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