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여행

nami2 2009. 10. 18. 09:27

     가는 곳마다,가을 꽃으로 수를 놓은듯한 들녁은 수채화로 그림을 그려 놓은 한 폭의 풍경화 였다

     황금 들녁과  붉은사과 그리고 연보라빛 쑥부쟁이, 조용한 시골마을의 감나무에는 감이 주렁 주렁...

      이 모든것들을 보기 위한 가을 여행을 떠났다.

     고즈넉한 산사의 뜨락에 앉아서 그윽한 야생화 향기에 흠뻑  취해 보고싶은 마음 또한  햇볕 따사로운 

     가을날 여행 길에 오른 이유일 것이다.

     경부고속도로 영천 톨게이트에서 군위 안동 방향으로 가는 길은  쑥부쟁이 꽃으로 가을을 장식을 해놓은 것 같았으며

     누런 들판은 어린시절에 보았던  그리운 벼베기 풍경이 아니라 기계로 추수하는 장면은 그냥 일을 하는 모습 

     그뿐이었다.  아무런 감정이 없이 '추수를 기계로 하는구나'의 단순한 느낌은

     벼를 베고 ,새참을,내가고, 벼 이삭을 줍고, 벼 낟가리 높이 쌓인 마당에서 탈곡을 하던 모습들은 먼 옛날의

     그리운 옛이야기로 남겨졌을뿐이었다.

     하얀 사과꽃으로 드넓은 들판을 천국으로 만들어 놓았던  어느 봄날의 여행길과, 붉은 사과가 주렁주렁 달린

     가을날의 과수원길을  차로 달리는 느낌은 혼자 보기에는 아까운 진풍경이었다.

     군위에서 인각사로 가는길은 시골길이었다 

     산길을 따라 산사로 들어가는 좁다란 길이 아닌 도로가에 위치한 그 절은  '남원의 실상사"를 닮은듯 평지인

     들녁에 자리하고 있었다

     을씨년스럽게 어지럽혀졌다고 하면 안될것이고,보수공사를 한다고 널부러져 있는 절집은 황량한 벌판에 홀로

     서 있는 쓸쓸함 뿐이었다.

     인각사 앞 개울가에 있는 학소대라는 절벽 위에 단풍이 물들은 담쟁이 넝쿨만이 인각사의 쓸쓸함을  위로하듯....

     삼국유사를  집필하신 '일연선사'의 발자취 따라 천년의 역사가 흐르는, 맑은 개울물도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쑥부쟁이꽃이 도로 주변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군위에서 의성으로 차를 달리다보니 그 유명한 "의성 마늘" 답게

     벼베기를 끝낸 논의 휴식을 할 틈도 없이  마늘을 심고 있었다

     5월의 어느날 이 길을 가다보니 온 들녁이 마늘밭이었다는것이 조금 이해가 간다.

     쑥부쟁이 꽃에서 산국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점점 산간지방으로 들어 가고있었으며,산국향기 그윽한 의성에서 안동방면의

   "고운사"를 향하던 그 길에도 경북지방은 사과의고장이라는것을 실감케 하듯~ 수확을 기다리는  달콤한 사과향기뿐이었다.

    영험 지장도량으로 알려진 "고운사"의 분위기와 "인각사"에서 느낀 허무함을 뒤로한채 산사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시간 가는줄 모르고 머물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고도 멀은데....

    산그림자 길게 드리워진 산사의 오후는 빠른속도로 저물어 가고 있었으며, 범종각에서 들려오는 저녁예불을 알리는

    저녁 종소리를 뒤로 한채 고운사를 나왔다

    어둠이 깃드는 저녁, 사과 과수원으로 둘러 쌓인 길을 달려서 집으로 가는 길은  모처럼의 가을여행이

    후회없는 행복한 하루였음을...

    내년에  또 그 길에 하얀 사과꽃이 필때를 기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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