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감 홍시의 추억

nami2 2009. 9. 30. 01:00

     작년에는 그렇게 많이 달리지 않았던, 뒷집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떫은 땡감이 아닌 단감이 해거리를 하는지,  어째튼 올해는  셀 수 없을 만큼의 단감이

     열어 놓은 창문 너머로 보여지는 탐스런 모습에 마음을 빼앗길 것 같았다.

     늦여름에서 초가을 시작되는 날 부터,초록색의 감이 주홍빛으로 물이 들어 가고 있었으며,탐스런 감들은 

     가지가 약해져 부러질 만큼 많이도 달려 있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집 감이 아니라 뒷집 감나무라는 사실이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그림과 같은 감나무 일뿐이다

    

     감 홍시가 상점에 즐비하게 진열 되어 있는  늦가을이면 생각나는 젊은날의 추억 한 귀퉁이에는  

     늘~ 가슴 한 부분을 시리게 하는  가을 날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직장 때문에 자취를 했던 젊은 시절  

     늦게 집으로 돌아와 방문을 열려고 하는데 ,깜깜한 방문 앞에 놓여진 누런 봉투가 있었다.

     찬바람이 쓸쓸하게 부는, 낙엽이 지던 늦가을 날의 늦은 밤 까지  오지 않는 친구를  기다리다 방문 앞에 아주 잘 익은

     감 홍시 몇개를 담은 봉지를  놓아 두고 간 그 친구가  가을이면 가끔은 그리워지는 나이가 되었다.

     무엇인가 ~ 확인하기 위해 만져 보았는데 ,봉지를 열어보니 말랑거리던 감이 몽땅 터져 있었다

     늦은밤 까지 깜깜한 집 앞에서 기다리다 과일 봉지만 놓고 간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며 그 밤에 몽땅 터져 버린

     감홍시를 먹었던 기억이 지금 까지도 생생하다

     얼마 전 30년만에 만난 그 친구는 아직 얼굴은 보지 못하고 전화로만 안부를 묻고 지내지만,  나는 아직도

     그날의 그 감 홍시 이야기를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물론 30년전 그날 이후 만났을 때도.....

     지금도 그 친구에게 30년전 내 집 방문 앞에 감 봉지를 매달아 놓은 것을  기억 하는가도 묻지 않았다

     그저 낙엽이 찬바람에 거리를 뒹굴던 늦가을의 늦은 밤이면, 가끔씩 잊지 못하는  친구와의 추억이므로 혼자서 

     간직하고 싶은 나의 이야기 였기 때문인가 보다.

     가을은 어째튼 그리움이 가득 담긴 계절인 것은 확실하다

     세월이 흐를수록 가을이면 무척 보고 싶었던 친구 였는데, 아직도 가을이면 무진장 보고싶어 했다는 것을

     말하지 못하고 가슴앓이만 했던 내 마음을 그 친구는 알런지.

     지금은 서로의 머리카락에도 은빛머리가 보이기 시작한 세월인 것을......

     보고싶어도, 그동안 보고싶음에 가슴앓이를 했어도 세월은 모든 것을 가슴에 묻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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