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산사여행을 하러 다닌다는 핑계로 집안에 있는 화초 돌보는 것을 소홀히 하였더니
이곳 저곳에 놓여진 화분들이 하나 둘, 빈 화분이 되어가고 있었다.
잦은 병치레로 의욕상실 탓도 있겠지만, 제 몸이 불편하다고 키우는 꽃에게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
원인이 된 것 같았다.
나의 손길을 기다리다 지쳐서 애정결핍이 되어버린 화초들은
손 쓸 틈을 주지 않고, 집안에서 단풍을 만들더니 낙엽이 되어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거실 바닥에서 부터 넝쿨을 만들어 잘 올라가던 '스킨답서스'가 방황을 하기 시작했다.
내 몸이 많이 아파서 신경을 쓰지 않았더니 덩달아 화초도 병이 들었다.
집안일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아팠다가 호전되는 기미가 보이면서 집안을 돌아다보니
거실 한켠이 노랗게 단풍이 들고 있었다.
집안에 환자가 있으면, 화초들도 병이 든다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히 중간 부분만 그렇고, 넝쿨 끝 부분 까지는 병들어가지 않았다.
곧 우리집 거실에도 낙엽이 떨어질 것 같다.
거실 밖 베란다에서는 꽃을 피우는 녀석들이 있다.
여름부터 초가을 까지 휴식기에 들었던 제라늄이 다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나이가 제법 들은 노년의 '제라늄'이라서 꽃을 포기했는데, 또 꽃을 피웠다.
제라늄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색상을 가진 꽃이다.
겨울과 상관없이 꽃을 피우는 제라늄은 이제 부터 봄까지 계속
꽃을 피울 것이다.
많은 꽃들이 집안에 있지만, 자꾸만 빈 화분을 만들어내는 것에 미안함뿐이다.
제 몸도 못 챙기면서 꽃을 가꾼다는 것이 무책임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겨울이 다가오더라도 더이상 빈 화분이 나오지 않길 바랄뿐인데,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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