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여행 96

산청 남사예담촌, 이씨고가

긴 가뭄끝에 아주 흡족하게 내려 주었던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는 싸늘함을 몰고왔지만, 텃밭의 채소들을 더욱 싱싱하게 했다. 그러나 찬비가 내리면서 시큰둥해진 몸의 컨디션은 이틀째 비실비실...혹시 코로나가 아닌가 괜한 생각을 해봤지만 열이 나지 않는...침을 삼키면 목이 아프고, 온몸이 욱신욱신하며 으실으실 춥기만한 심한 감기몸살이었다. 내몸 내가 알아서 건강관리 한다고 늘 자신했었지만 또다시 방심한 사이에 불청객 감기의 포로가 되어 있었다. 평소에는 혼자서도 잘놀고 씩씩하게 잘 살고 있지만 어디가 아프게 되면 느껴지는, 혼자라는 것에 대한 서글픔이 웬지 '독거(獨居)'라는 단어에 주눅이 드는 것 같았다. 그래도 살아야지, 일어나야지 물에 젖은 솜처럼 늘어지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면서 무언의 약속을 ..

고택여행 2022.11.15

남사예담촌의 늦가을 풍경

텃밭에서 올 가을 마지막 농사인, 월동채소 양파심기를 끝냈다. 기온이 따뜻한 동해남부 해안가에는 11월 초순 부터 양파심기를 하는데 겨울에도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 하면서 성장을 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늦가을 날씨치고는 꽤 따뜻한 날씨여서 주말농장 텃밭지기들이 모두 밭으로 나와, 일을 하는 모습에서 가을이 멈춰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엊그제 무서리가 내렸다는 소식.... 아파트 안에서는 무서리가 내렸는지, 된서리가 내렸는지도 모르면서 무서리가 내렸다는 것이 반갑기만 했다. 왜냐하면 무서리라도 내려준다면 가을무우와 김장배추가 맛있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파트 옆, 작은 소공원에 스산한 바람이 불면서 낙엽이 떨어져 쌓이는 것을 보면 그냥 허전해지는 마음은 늦가을의 정취가 좋은 것만은..

고택여행 2022.11.09

산청 남사예담촌의 돌담길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싸늘한 찬바람과 함께 만추의 세상을 훤하게 비춰주는, 음력 10월 보름은 오늘이었고 어제는 24절기 중의 열아홉번째의 절기인 입동(立冬)이었다. 입동(立冬)은 밭에서 무와 배추를 뽑아 김장을 하기 시작하며 동면하는 동물들은 땅속에 굴을 파고 숨는다고 한다. 입동날 날씨가 추우면 그해 겨울은 몹시 춥다고 하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올해의 겨울은 그다지 춥지 않으려는듯 입동날에는 반짝 추위가 풀려서 전형적인 늦가을 날씨가 된 것 같았다. 만추의 가을인듯, 마지막 잎새 처럼 매달려 있는 단풍잎은 예쁜데 나뭇잎을 떨구는 나무는 서글픔을 가져다 준다. 엊그제 다녀온 경남 산청의 "정원이 아름다운 수선사"를 돌아보고나서 발걸음을 옮긴 곳은 남사예담촌의 만추 풍경을 만끽 하기 위함이었는데 지리산..

고택여행 2022.11.08

경남 함안 무기연당

전형적인 10월 중순의 날씨가 원래 이랬었나 할 정도로 기온은 차거웠다.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에는 그런대로 견딜만 했지만 다른 지방에서는 서리가 내리는 곳도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비 한방울 내리지 않는 파란 하늘은 뭉게구름 까지 곁들여져서 예뻐보였으나 가을 가뭄이 심각해져 가고 있기에, 자나깨나 텃밭 배추 걱정이다. 결구가 시작된 배추밭에는 물을 흠뻑 줘야 한다는데, 또다시 물과의 전쟁이다. 며칠동안 티스토리가 불안정해져서 글쓰는 것을 많이 빼먹었더니 숙제가 밀렸다. 밀린 숙제 중에서 지난 9월 중순쯤에 다녀왔던 '함안 무기연당'을 새삼스레 글을 써본다. 지금쯤은 배롱나무꽃이 흔적조차 없어졌겠지만 경남 함안의 주씨고가 연못 '무기연당'에 9월 중순 까지 피어 있는 배롱나무꽃이 참 예뻐 보였다. 경남 ..

고택여행 2022.10.20

경남 함안 무진정에서

동해남부 해안가의 오늘 아침 기온은 8도였다. 아직은 전형적인 가을이고, 10월 초순인데.... 혈압 환자에게 전하는 경고 메세지는 아침시간에 산책나가지 말라는 것인데 귓전을 때리는듯한 , 따가운 소리가 또다시 들려올 것 같아서 주춤 거리며 춥다는 핑계의 엄살 아닌 엄살로 늦으막하게 텃밭으로 나가는 것이 요즘 일상이 된 듯 했다. 동해 남부 주변, 해안가의 10월 초순 날씨가 이래도 되는 것인가? 자꾸만 움츠려드는 것 같은 추위에 대한 면역력은 지난해보다는 많이 약해졌다는 것이 체력의 문제점인가 잠시 고민을 해봤다. 경남 함안군 함안면 괴산리 547 무진정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 158호) 이곳 함안 무진정 연못에서 해마다 5월(음력4월)에는 낙화놀이 행사를 볼수 있다고 한다는데.... 4월 초파일에 ..

고택여행 2022.10.11

경주 교동의 '경주 법주' 고택

전형적인 가을인가 했더니 또다시 날씨는 하루종일 변덕을 부렸다. 긴팔을 입고 나가면 덥고, 반팔을 입고 나가면 춥다는 느낌.... 어느 장단에 맞춰서 옷을 입어야 하는 것인지? 9월 끝자락의 날씨는 한마디로 죽도 밥도 아니었다. 그러면서 바람은 왜그렇게 요란스럽게 부는 것인지? 두번의 태풍으로 인해서 골탕을 먹은 텃밭 살려내느라 약값이 얼마나 들었는데.... 텃밭의 채소들에게 먹일 영양제, 칼슘제, 벌레 예방약.... 등등 사람도 못먹는 영양제와 칼슘제를 채소들에게 먹여야만 하는 세상에서 또다시 태풍 조짐이 있는 것은 아닌가 동해남부 해안가에 살면서 태풍에 대한 스트레스는 9월이 끝나가도 여전했다. 경주 교동법주(국가무형문화재 제86-3호) 고택 경주 교동법주라는 간판에서 짓눌리는듯한 감정과 대문을 들어..

고택여행 2022.09.27

경주 교동 최부자댁에서

태풍이 다녀간후의 계절은 쉼없이 가을로 줄달음 치는 것 같았다. 밤 기온은 18도 이하로 내려갈 때도 있었고 이른 아침이면 걷기 힘들 만큼 찬이슬이 흠뻑 내려앉는 것을 볼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 야릇한 한기 까지 느끼게 하는데 낮 최고 기온도 21도~ 23도를 넘나들면서 자꾸만 몸을 움츠려들게 했다. 그러다보니 하나 둘 떨어지는 낙엽사이로 가을은 더욱더 깊어만 가고 있는데 올해도 역시 태풍 덕택에 단풍 보다는 낙엽을 먼저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은 씁쓸하기만 했다. 지난번 경주 나들이에서 계림 숲을 다녀오면서 경주 교동의 한옥마을을 지나가면서 유명한 최부자집 고택을 들른적이 있었다. 고택을 다녀왔으면서, 늘 꽃사진만 블로그에 올리다보니 또다시 밀린 숙제로 남아 있게 되어 뒤늦게나마 고택사진을 올려본다. 지금..

고택여행 2022.09.26

기장읍성 주변 돌담길에서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듯, 어제 이어서 오늘도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이틀째 텃밭에 나가지 못하고 안절부절 ... 방콕이라는 것이 얼마나 지겨운 것인지? 늘 바쁘게만 살다가, 한번도 따분함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 처럼, 뒹굴뒹굴 하면서 쉼없이 창밖을 내다보았지만 그토록 가뭄이 심해서, 비 한방울 내려주지 않았던 인색한 하늘은 시도때도 없이 빗물을 쏟아 붓고 있었다. 된장에 찍어먹는 아삭이 풋고추도 따야하고, 잘여문 강낭콩도 따야하며, 빨갛게 익어가는 방울토마토는 .... 또 오이는 얼마나 컸는지, 애호박은 시기를 넘기면 맛이 없을텐데 머릿속은 온통 텃밭에 가있건만,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물은 멈추지 않고 이틀째 바쁜 발걸음을 묶어놓았다. 도랑으로 넘쳐흐르는 빗물은 어찌 감당해야 할런지? 애써 가꿔놓은 텃밭을..

고택여행 2022.06.28

고택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

장마가 시작된다는 일기예보에, 우선 비가 내린다는 반가움과 함께 괜히 바쁘기만 했던 텃밭일인데 기다렸던 비는 어디론가 날아가버리고 ,갑자기 무더위가 시작된 것 같은 느낌에 짜증스러웠던 하루였다. 밀린숙제.... 지난 5월 중순에 다녀왔던, 경주 양동마을의 사진들이 아직도 남아 있었는데, 자꾸만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어느새 양동마을 다녀온지도 한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아무튼 6월이 끝나기 전에 밀린 숙제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어내니까, 앓던 이 빠진 것 처럼 마음이 후련해졌음을 메모해본다. 500년이 된 양동의 향나무(경상북도 기념물 제8호) 향나무는 우리나라 중부 이남의 동해안을 비롯하여, 을릉도와 일본 등지에 분포하며, 삼나무 또는 노송나무로도 불린다. 그 밖의 지역에 있는 것들은 대부분 인공작으..

고택여행 2022.06.22

경주 양동마을의 관가정에서

경북 경주시 양동마을 초입의 서쪽 언덕위에 자리잡고 있는 '관가정(보물제442호)은 조선 성종과 중종 때 명신이자, 청백리로 널리 알려진, 우재 손중돈(1423~1529)의 옛집인데 이 고택은 격식을 갖추어 간결하게 지은 우수한 주택건축이라고한다. 담 모퉁이를 돌면서 흙 벽돌 담장에 '관가정 가는 길'이라는 안내표시가 정겹게 느껴졌다. 흙벽돌 앞에 그림 처럼 예쁜, 노랑 붓꽃이 참 잘어울리게 피었다는 생각을 해봤다. 초가집과 붉은 인동초의 어우러짐이 정말 멋스럽게 보여졌다. 옛고향집 뒷곁에 서있다는 느낌으로 마음을 푸근하게 했다. 뻐꾸기 소리가 제법 들리면서, 하얀 찔레꽃 풍경이.... 그냥 그 자리에서 오래도록 머물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오랜 세월의 흔적들이 , 퇴색된 기와지붕에서 물씬 풍기는듯 했다..

고택여행 2022.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