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을 운영 하고 있는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각종 채소들이다.
계절은 여름인데,피부로 느끼는 계절은 가을이다.
잠시 왔다가는 '비'가 내렸던 여름은 아직도 비에대한 미련이 남았는지,태풍을 데리고 나타나
또다시 여름의 끝자락마져 '비'로 장식하고 있는 것 같다
기억속에 남을 2009년 이상한 여름의 온갖 채소들은 "금"으로 포장을 하듯....
전국에 식당을 운영하는 모든이들의 머리속을 하얗게 만드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상추를 곁들여서 손님상에 내놓아야 할 메뉴가 있다.
그런데 곁들여야 할 상추 값이 고기 값보다 더 비싸다면 그래도 상추를 내놓아야 한다.
추가 주문이 들어와도 눈딱감고 내주어야 하고,
왜냐하면, 상추값이 고기값보다 비싸든 말든 손님은 왕이니깐
반찬의 가지수가 기본적으로 7가지는 손님상에 올린다
반찬을 낼 때 입으로 먹는 맛도 중요 하지만,눈으로 보는 맛도 있다
'색상의 조화' 당연히 야채 색깔은 푸른색이기 때문에 파란나물이 필요하다 (고사리,숙주나물,푸른색 나물,콩자반...)
가지,오이,호박,고추,열무,얼갈이배추,깻잎,상추....이것들이 없다면, 여름날의 밥상 또한 엉망이 된다
시장에서는 금덩어리 같은 야채들이지만,우리집 작은 텃밭에서 이것들을 충당한다면....
텃밭의 고마움에 우리 식당을 찾아 오시는 손님들의 마음까지 곁들여 감사함을 드려야한다
물론 정성을 들여 채소를 가꾸는 우리 식당의 가족들의 노력도 들어 있겠지만....
시도 때도 없이 내렸던 빗줄기 때문에 상추와 열무는 녹아 버리고,배추는 구멍이나고,벌레는 극성이며
농약을 치지않고 비료와 물만 주는 초보 농사꾼들의 심정을 '비'가 심술을 부린것인지
가지,오이,호박의 꽃들은 열매를 맺기위해 피었다가는, 비의 폭탄세례를 맞고, 떨어져 버린채
밭고랑에 무성한 잡초들만 사람의 마음을 약올려대니,호미자루 들고 열심히 풀을 뽑아대도
잡초의 끈질긴 생명력에는 당할 재간이 없었다
비와 바람과의 무서운 싸움 끝에 평화가 깃든 텃밭에는 제법 싱싱하게 자라는 각종 채소들이 있다.
야채들에게 '금'으로 포장시킨 시장가격은 아랑곳 하지 않고,소쿠리 들고, 텃밭으로 가서 자라고있는
야채를 조금씩 수확을하다 손님들의 밥상을 장식하니 땀방울 송글송글 맺히면서,풀속에 서식하는 모기들의
총공격에도 즐거움의 미소를 보낼 수 있는 이것이 아마도 텃밭으로 인한 아주 소박한 행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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