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쓸쓸한 가을날,공원길에서

nami2 2024. 10. 15. 22:43

하루종일 비가 내리고 있었기에 부담없이 게으름을 피울 수 있었다.
그러나 여유롭게  뒹굴거리고 싶긴 했었으나

늘 텃밭 일을 비롯해서 밖으로 나다니면서 걸어다니는 것이

습관이 되다보니 게으름 피우는 것도 맘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밀린 숙제 하듯, 그동안 누적된 피로를 풀어보려고 뒹굴거렸지만
마음속에서 세뇌 된 걷기운동이라는 것이 그냥 놔두지는 않았다.

비가 그친 늦은 오후 5시쯤, 밖으로 나가봤으나 마땅히 갈곳이 없어서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가, 집 주변에서 멀리 떨어진 공원 까지 가봤다.
좀 더 일찍 공원에 갔더라면 그런대로 괜찮았을텐데 아쉽긴 했다.
오후 5시가 넘어서 어둠이 깃든 공원은 비가 내렸던 뒷끝이라서인지
아무도 없는 공원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쓸쓸함 그 자체였다

인기척 조차 없는 쓸쓸한 공원길에서 한바퀴 두바퀴 세바퀴...
누구의 방해도 없이 혼자서 걷기에는 진짜 그럴듯 했다.
씩씩한 척 하면서 음악까지 들으며 열 바퀴 정도는 무난하게 걸었다.

공원 풍경은 아직은 덜 여문 풋과일 처럼 어정쩡한 단풍 모습이었고
어둠이 깃든 공원길은 가로등 불빛도 희미하다보니 더욱 쓸쓸했으며
마음까지 스산하게 하는 것이 그다지
오래 머물 곳은 못된다는 생각은 내 자신이 국보급 겁쟁이라는 것이었다. 

비가 내리다가 그친 들판 역시
가을날의 쓸쓸함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어둠이 가까워 오는
오후 5시쯤의 걷기운동은 할 것이 못되었다.
인간의 마음 자체를 서글프게 했다.

환경부가 생태교란식물로 지정된 식물중에서
미국쑥부쟁이도 들어 있었으나
들판을 하얗게 점령하고 있는 모습을
예쁘다고 해야할런지 답은 나오지 않았다.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이며, 미국 귀화식물인
미국쑥부쟁이의 꽃말은 '그리움'이다.

하루종일 비가 내리느라, 모습을 감췄던 햇빛이
해가 저무는 시간에
잠시 잠깐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이 신기했다.

비가 그친 오후의 석양 모습에서
예전의 '그 얼굴에 햇살이' 이라는
노래 제목이 갑자기 생각났다.

또 한편으로는

지옥에서 천국의 문이 열리는 모습..

나름대로 이것 저것 엉뚱한 생각도 해봤다.

 

늦은 오후에 걷기운동 할곳이
마땅치 않아서 갔었던 공원의 모습이다.
아직은 어정쩡한 단풍이
그래도 가을 저녁을 분위기 있게 했다.

진짜 아무도 없는 쓸쓸한 공원인데
단풍 모습은 그런대로 봐줄만 했었기에
혼자서 열 바퀴 정도 열심히 걸어봤지만
혼자라는 것이 사실 재미는 없었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이면
이곳 공원 풍경도 제법 예뻐질 것 같았다.

조금 더 있으면 피라칸타(피라칸사스)열매가

꽤나 흔한 모습이 되겠지만
지금은 빨간 열매도 예뻐보이기만 했다.

피라칸타(피라칸사스) 나무는
가시가 달린 상록관목으로
유럽남동부와 아시아가 원산지이다.

 

엊그제 5월 봄날에 하얀꽃이 핀 것 같은데
어느새 10월....!!
꽃보다 더 예쁜 열매가 주렁주렁 이다.

공원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들판 한복판에 노란꽃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서양 미역취 꽃이었다.
이 꽃도 귀화식물이며, 꽃말은 '경계'였다.

여름에는 초저녁에 절대로 볼 수 없는 달맞이꽃을
요즘은 오후 6시가 되면
어두워지기 때문인지 자주 볼 수 있었다.

어둠을 좋아하는 달맞이꽃이기 때문...

 

이렇게 많은 달맞이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오후 6시가 되면 어두워지기 때문이다.

 

해가 있는 저녁 까지는 오므라 들었다가
어두워지면 활짝 꽃이 피는
달맞이꽃의 꽃말은 '기다림'이다.

이곳 저곳 들길을 걷다보면
하나 둘 빈 논이 많이 생겨나고 있었다.
추수가 끝난 한 해의 갈무리에는

예전에는 감사의 떡도 했었던 기억인데...

이제는 살아갈 날이 너무 많이 짧아졌기 때문에

추수가 끝난 한해의 마무리는

그다지 좋아해야 할 일 은 아닌 것만 같았다.

 

또 한해가 가고 있다는 풍경 속에는
묵직한 서글픔이 휑하니 남겨진다는 것도 그랬다.
아직은 가을 끝자락도 아닌데...
자꾸만 텅빈 들판이 생겨지는 것은

그다지 좋은 것만은 아니라면서 사진을 찍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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