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시원한 바람이 있는 바다에서

nami2 2024. 8. 12. 22:38

어제 휴일 낮 부터 바다에서 부는 바람은 한마디로 아주 착한 바람이었다.
해무가 사라진 바다는 수평선 끝까지 멋지게 보여졌으며
검푸른 바다는 겨울바다 처럼 시원하기보다는 차겁게 느껴졌다.

예보되는 기온은 30도~32도를 넘나들고 있지만..
바람 때문인지, 실제로 느껴지는 체감온도는 25도 수준이었다.
바닷가 주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입추가 지나면서 겪게 되는 시원함이 아닌
이것은 8월~9월에 찾아드는 태풍에 의한 바람이기 때문에 고맙기는 했으나
언제 어느때 악마로 변할런지는 예측할 수 없는 바람이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태풍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현재 일본에 상륙 예정인 5호와 6호 태풍 때문에
끔찍했던 폭염은 다소 누그러진 상태였으나 가뭄은 여전했다.
더위에 타들어가는 밭작물을 보면 외면하고 싶을 만큼 심란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바람으로
숨통을 트이게 한 것도 순전히 태풍 덕이라고 우선 고마워해본다.

한달 넘게 수평선을 볼 수 없게 만들었던 자욱한 해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예쁜 바다를 만들었고
산들바람 같은 시원한 바람도 함께 했다.
이것이 전형적인 여름바다인가?
바다를 처음 본 사람처럼 흐뭇함으로 칭찬해본다.

저녁 6시쯤의 바다도 예뻤다.
반듯하게  선을 그은 것 같은 수평선 위에
정박된 배 한척도 그림처럼 멋졌다.

바람이 시원하다못해 서늘하여서
오늘 오후, 걷기운동  할겸
집 근처 해수욕장에 나가봤다.

겨울바다 처럼 검푸른색의 바다는
작은 파도만 일렁일뿐 그냥 멋져보였다.
멀리 학리마을 방파제 위의 등대들이
유난히 돋보이기도 했다.

오후 6시가 되면 바닷물에서 나와야 한다는
해양경찰서에서 방송이 계속해서 들려왔지만
아직은 6시가 되려면 10분이 남아서인지
해수욕장  한켠에서는
사람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집 주변의 일광해수욕장이다.
겨울에는 가끔 찾아 갔던 곳인데...
여름바다는 그저 그럴 것 같았으나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서 그런지
오후 6시의 해수욕장은
한적한 느낌이 걷기운동을 하게 만들었다.

여름 해수욕장이라고 하기에는
제법 한산한 해수욕장은
부산시내의 해운대 해수욕장을 비롯하여
광안리, 송도, 송정 해수욕장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조용해서 좋았다.

그래도 무수하게 많은 모래위의 발자국들을 보면
한낮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고 갔었나 알 수 있었다.

튜브를 타고  있는 꼬맹이들의 모습이
그림 처럼 예뻤다.

귀여운 모습들을 바라보는 것도
시간 가는줄 모르게 재미있었다.

오후 6시가 넘어서니까
해양경찰에서 수영을 금지 하는 것 같았다.
한산해진 바닷가에는
열심히 맨발걷기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해수욕장을 벗어나서 강물과 바닷물이
합류하는 곳을 한바퀴 했다.
긴 강둑을 걷는 것도 걸을만 했다.

강 옆으로 우뚝 선 아파트들이
강물에 반영된 모습과
홀로 떠있는 조각배 한척이 잘 어우러졌다.

바람이 불어도 기온은 30도를 웃도는데
강둑 위를 걸으면서 느껴지는
강바람도 시원하긴 마찬가지였다.
그 모두가 태풍으로 인한 바람이려니...
그냥 감사할뿐이다.

오늘 한낮에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는 지인집에 갔었다.
늘 해무가 잔뜩 끼어서 지겹게 느껴졌던 것이 엊그제인데...
거실에 앉아서 수평선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거실에서 마시는 차거운 냉커피 보다는

따뜻한 커피가 생각날 만큼 바다에서 부는 바람은 서늘했다. 

 

바람도 살랑살랑 부는 서늘한 바람 때문에
그냥 그 자리에 누워서 잠 한숨 자면 딱 일 것 처럼...
이곳 저곳의 바닷가는 일본에 상륙되는 태풍 덕을 톡톡히 보는 것 같았다.

지금 이시각에도 어찌나 시원한지, 소음을 일으키는 매미 소리는 사라졌고
그대신 풀벌레 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이대로 가을인가?
분명 그것은 아니겠지만 바람 덕을 보기위해서는
일본으로 찾아드는 태풍이 몇개 더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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