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난지 하루가 지났다.
입추는 여름이 지나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라고 하는데...
입추(立秋)라는 단어만 봐도 그냥 시원해지는 느낌은
그만큼 요즘 날씨가 지독한 폭염이라는 것에 할말 까지 없어졌다.
오늘은 특별한 볼일이 있어서 시내(해운대)를 나가야 했었기에
아침 부터 텃밭에 가지않고 해안가로 걷기운동을 하러 나갔다.
아침에 운동을 하지 않으면 하루종일 시간이 없을 것이 때문이다.
요즘은 조금만 움직거려도 땀이 흐르는 들길 보다는
그래도 시원한 바람이 있는 해안도로가 걷기에는 훨씬 괜찮았기에
해안가로 나가봤더니 어이없게도 바다가 흔적없이 사라져 있었다.
모처럼의 여름휴가로 바다를 찾은 관광객들의 떨떠름한 표정 앞에서
괜히 내가 더욱 민망한 표정을 짓게 되었다.
짙은 안개는 수평선은 커녕...
바다 자체를 완전히 삼켜버린 모습이 진짜 우습지도 않았다.
오후에 볼일이 있어서 시내에 나가면서 바라본 바닷가는
해운대 해수욕장을 지날때도 그렇고, 광안대교를 지날때도
뿌옇기만한 바다는 완전한 안개속이었다는 것이 그냥 답답하기만 했다.
갈매기 날으는 수평선의 아름다운 여름바다 풍경은
꿈속에서나 볼 수 있을 만큼, 바다는 벌써 한달 넘게 희뿌연한 안개속이었다.
걷기운동 하려고 해안도로에 나가봤지만
어디가 어딘지 분간 안되는 모습들은
어이없어 보였으나
그래도 해안가 주변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사진부터 찍어봤다
사진 찍느라 돌아다니는 것도
다리 아플 만큼의 운동은 되었기 때문이다.
안개속의 포구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언제 또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단 한번뿐일 것이라고 생각했었으나
벌써 한달 넘게 이런 괴상한 모습이었다.
안개가 너무 끼어서인지
해안가 주변 역시 안개속인데
그런대로 멋져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몽환적인 풍경...!!
늘 봐왔던 해안가 풍경이었지만
안개에 따라서 바뀐 모습은 진짜 괜찮았다.
해무는 따뜻한 공기가 차거운 해수와 만나서 생기는
해안가의 안개를 말한다고 했다.
근처 바다에서
해녀의 숨비소리가 많이 들렸으나
아무리 찾아봐도
해녀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희뿌연 바다였다.
얼마나 안개가 짙었던지
어촌마을 주변 까지도 안개속에 있었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해수 표면의 수증기가 빠르게 응결하여
바다에 해무가 더 짙어질 수있다는데
바람은 선풍기 바람보다 더욱 시원했었다.
데크 길에서 바라본 바다는 없었다.
어디서 어디 까지 하늘이고
어디서 어디 까지 바다인지?
절대로 구분이 불가능했다.
선명하게 나타나던 거북바위도 형체만 가물가물이다.
테트라포드가 있으니까 바다라는 것을 알 수 있을뿐이었다.
2시간이 지난 후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바라본 바다는 그런대로 예뻐보였다.
수평선 저쪽은 아직 보이지 않은채
바다에 해무가 걷히고 있는 모습도
볼 만한 풍경이었다.
해안가에 핀 계요등꽃!!
바다가 완전히 사라졌기에
지인이 운영하는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아침 시간을 보냈더니
어느 순간 바다가 열린듯...
점점 예쁜 바다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바다에 끼는 해무는
봄철 3월~5월에 잘 발생하며
가을철에는 9월~11월에 해무가 잘 발생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여름은 날씨탓인지 무엇때문인지는 몰라도
한달 넘게 계속해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한 안개를 너무 자주 보는 것 같았다.
해안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지인에게
허구헌날 이런 모습이 지겹지 않느냐고 물어봤더니
이제는 그러려니 하면서 아무런 느낌없이 살고있다고 했다.
어쩌다 한번 보는 안개속의 바다는 멋스러울 것 같지만
여름내내 이런 모습이라면 조금은 지루했을텐데...
그래도 한가지 좋은 점은 폭염인데 해무가 짙을수록 찬바람이 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해무가 잔뜩 끼인 날에는 걷기운동이 부담스럽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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