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여름바다에 짙게 끼는 해무

nami2 2024. 7. 29. 22:39

문 바깥으로 한 발자욱 내디딜 때마다 흘러내리는 땀방울
진짜 지독한 불볕의 폭염이 계속 되고 있었다.
어제의 낮 최고 기온은 33도 였고

오늘은 어제 보다 쬐끔 더 더웠던 34도,그렇다면 내일은 35도?
끔찍한 더위라는 것을 실감나게 했으나 그래도 사람들의 일상은 여전했다.

땅굴을 파놓고 여름이 지나갈 때만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고
에어컨에 의존해서 집콕만 고집할 수도 없는... 거역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낮의 최고 기온이 33도였을 때
알바 하러 가기 위해 해안가를 걸어갈 때의 기분은 그냥 지옥행이었다.
마을버스에서 내린 후, 나무 한그루도 보이지 않는 뙤약볕을 걷는 기분은
과연 이것이 불지옥인가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

장마 때 처럼, 해무가 잔뜩 끼었다면 바람이라도 불어올텐데...
하늘과 바다가 아주 예쁜 모습은 보기 좋았으나
그냥 터덜거리고 20분 정도 해안가를 걸어가면서

살기위해 돈벌러 가는 길이 이런 것인가?
씁쓸한 심정은 어디론가 연기 처럼 사라지고 싶다는 것이었다.

해안가 모퉁이를 돌아가는데, 좀 전 까지 예쁘게  보였던 수평선이 사라졌다.
그리고 자욱한 안개속으로 등대도 함께 사라지면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래 이것이야...혼자만의 흡족한 웃음은 인간의 이기적 그것뿐이었다.
하루종일 해안가 주변이 안개가 끼던지 말던지
모처럼 시간을 내어서 찾아든 관광객들이 수평선을 보든지 말든지
바람만 시원하게 불어주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은 어쩔 수 없었다.

바다에 해무가 잔뜩 낄수록 바람이 시원하게 분다는 것...
자욱한 해무 때문에 바다의 등대가 들락날락 심심치는 않았던 날도 좋았다.

알바하는 집 뜰앞에서 바라본

해안가 주변의 칸나 꽃이

바다와 잘 어울린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꽃이 없는 여름 해안가에서 보기 좋았다.

칸나 꽃을 일명 '홍초'라고 불리는데
붉은 꽃을 가진 파초라는 의미라고 한다.

페루나 하와이에서는 주로 재배하고
열대지방에서는 넓은 잎에 음식을 담아먹기도 한다고 했다.
칸나 꽃의 꽃말은 '행복한 종말, 존경'이다.

해안가에 계요등 꽃이 제법 피고 있었다.
꽃을 잔뜩 매달고
넝쿨이 뻗어가는 모습도 봐줄만 했다.

 

사위질빵 꽃도 해안가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예쁜 꽃이지만
넝쿨이 너무 뻗으니까 웬지 예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완전 밉상은 아니었다.

 

북한에서는 닭개비라고 부른다는
닭의 장풀꽃이 예쁘게, 피기 시작했다.
꽃말은 '순간의 즐거움'이다.

마을버스에서 내렸을 때의 바다는
이렇게 예뻤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변하는 변덕장이 바다는
또 어떤 모습일까?
코발트 색깔이 예쁘다고 극찬 하기에는
여름날의 긴 하루가 아직은 미지수였다.

한참을 걷다보니 예쁘기만 하던
바다가 이상해지면서
금방 눈에 띄던 등대가 또 사라졌다.

수평선도 어디쯤인가 분간도 어려웠다.

 

10분 쯤 걸었을때 안개속에서
희미하게  모습을 보이는 등대가 요즘은 너무 자주 보다보니

그다지 신기하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오늘 만큼은 해무가 바다에서 오래도록
머물러있기를 바랬다.

오전 11시 이후, 수평선이 보이지 않을 만큼 해무가 잔뜩 끼어서
알바하는 하루 내내,  참으로 시원한 시간들이었다.
멀리 보이는 등대가 하루종일 들락날락 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았는데

 

오후 5시쯤 집에 갈 시간인데 뜰앞의 풀잎들이 움직이지 않았다.
바람이 미동도 없이 멈췄기에 바다를 바라봤더니...
바다는 이렇게 예쁜 모습이 되어 있었다.

 

코발트빛 하늘 보다는 약간 더 검푸른 바다는

하루종일 정말 몇번씩이나 여러 종류의 색깔로 변하다가
일 끝나고 집에 갈 시간 되니까 해무도 사라졌고

시원한 바람도 사라진 후, 아주 예쁜 바다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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