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야생화

변덕이 심한 추운 가을날에

nami2 2024. 10. 3. 22:32

일기예보는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고 해서 창밖을 내다보지도 않은채
아침 부터 뒹굴뒹굴 게으름을 피웠던 날이다.
비 내리는 날은 공치는 날이란 말이 생각나서 실천이나 하듯...
텃밭에 나가보지도 않고 뒹굴거렸더니 온몸이 편한 것이 아니라
웬일인지 더욱 찌뿌듯해지는 느낌이었다.

오락가락 하루종일 흩뿌리는 빗방울은 겨우 흙먼지를 잠재웠을뿐
그다지 큰 비는 내리지 않은채 일기예보만 요란했으며
잔뜩 흐린 날씨에 강풍주의보가 내려져서 창문만 심하게 덜컹거리게 했다.
그러잖아도 하룻만에 많이 떨어진 기온인데 강풍까지 동반하니까
낙엽지는 늦가을의 어느 추운날 처럼 마음까지 한없이 스산하게 했다.

기저질환 환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살아가다보니

마음 편안하게 집에서 뒹굴거린다는 것은

그다지 좋은 것이 아닌, 스트레스가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앞으로는 추운날만 있을 계절인데 춥다고 집에서 웅크린다는 것은
팔자에 없는 일인 것 같아서 또다시 걷기운동을 나가봤다.

 

집콕보다는 밖으로 나가야만 눈에 띄는 것들이 제법 있으면서
사진찍을 꺼리도 심심치 않다는 것이 어째튼 즐거움을 만들어주었다.

날씨가 추워지다보니
텃밭의 가지꽃 색깔이 더욱 예뻐졌다.
서리 내릴때 까지는 충분하게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 고마운 일인데..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은
12월이 되어야만 서리가 내리기 때문에
앞으로도 가지를 많이 따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지꽃의 꽃말은 '진실'이라고  한다.

오늘 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어제 텃밭에서 비 설겆이를 하면서
가지를 몇개 땄다.
가지는 찬바람이 불면
더욱 맛있어진다는 말이 사실인듯 했다.

6월 중순 부터 꽃이 피던 능소화는
차거운 바람이 불고 있는 가을날인데
변함없는 아름다움에
모른척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늦여름꽃, 초가을꽃 그리고
가을이 깊어가면서 피는 가을꽃보다
더 예쁜꽃이 능소화꽃 같았다.

이꽃 저꽃 두서없이 꽃이 피는
요즘 같은 계절은
봄꽃이 핀다한들 예뻐보이지 않을까?

무슨꽃이든지 꾸준이 피어주었으면 좋겠다.

 

찾아보면 아직도 여름꽃은 많이 피고 있다.
이른 아침이면
찬이슬 내린 들길에 나팔꽃은 지천으로 핀다.

텃밭으로 가는 길의 나팔꽃

근처 산등성이보다 더 높게
넝쿨지어 오르는 나팔꽃은
여름꽃이 아니라 요즘꽃인 것 같았다.

 

얼마나 많은 나팔꽃들이 피고 있는지?
계절을 잊은 꽃들은 결코 나팔꽃만은 아닌...

아직 능소화도 피고 있으니까

 

색깔 예쁜 천사나팔꽃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이며
꽃말은 '덧없는 사랑'이라고 한다.

원산지가 열대 아메리카라고 하는
란타나는 관상용과 약용으로 재배한다고 했다

란타나는 꽃 색깔이 일곱가지로 변한다고 해서
칠색조라고 부르기도 한다.

란타나 꽃말은 '나는 변하지 않는다' 였다.

숲길에 빨간 보석 같은 열매가 다닥다닥이다.
나무 전체가 빨간 열매로 뒤덮인 것이 신기했다.
열매는 '배풍등' 열매였다.

배풍등은 가지과의 덩굴성 반관목인데
꽃이 너무 작아서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가을에 빨갛게 익은 열매가
꽃보다 더 예쁜 것 처럼 보여졌다

빨간 열매가 넝쿨지어 먹음직스럽게 매달린
배풍등 열매는 유독식물의 열매이므로
절대로 따먹어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새들도

배풍등 열매를 따먹지 않는 눈치다. 

 

참새들이 가장 좋아하는 농작물은 '수수'였다.
얼마나 참새들이 좋아하느냐 하면
이 정도의 수수밭에
참새가 50마리 정도 바글바글이었다.

요즘은 풀이 별로 자라지 않는 계절이이라서
텃밭가에 잡초는 거의 없으나
여름 부터 자라고 있던 텃밭의 식물들은
제 세상을 만난듯 끝도 없이 커가고 있다.

함께 주말농장을 하는 텃밭지기의 밭에
배초향(방아)꽃이 줄기가 벌어져서 꽃동산을 만들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나비들이 들끓는 배초향나무는
나비들의 천국처럼 보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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