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새에 기온이 7도 정도 내려갔다.
어제는 얇은 여름옷을 입었으면서 흐르는 땀이 황당한 28도 였는데
오늘은 바람막이 겉옷을 입었으면서도
몸을 움츠릴 정도로 서늘함을 많이 느꼈던 비정상적인 날이었다.
기온이 7도 정도 내려갔다고 공원길에 사람의 그림자 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그냥 씁쓸하기만 하는데...
자연의 장난질에 겉잡을 수없이 나약해지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딘가에 있는 자연의 神은 어떤 생각을 할 것인지 그냥 우습다는 생각뿐이다.
하루해가 저무는 늦으막한 오후 시간에 걷기운동을 하려고 들판을 나가봤다.
바람은 영락없는 가을바람이었으며, 옷속으로 파고드는 서늘함은
얼마만에 느껴보는 것인가, 걷는 것도 그다지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느새 10월인데...
이제껏 입고 다녔던 옷들이 모두 얇은 여름옷이라는 것에 할말이 없어졌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가을옷을 꺼내입다보니
한달 정도의 잃어버린 가을은 어디가서 찾아와야 하는 것인지?
수소문을 해봐도 찾을 길 없는 잃어버린 가을이기에
그래서 더욱 짧아져야 할 가을이 사뭇 아쉽기만 하다는 생각뿐이다.
어둑해지는 들판 길을 걸으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목화나무가 갑자기 생각났었다.
일부러 그곳 까지 찾아가서, 밭가에 서서 언뜻보니까
신기하게도 나무에 하얀 솜꽃이 피고 있었다.
지난번에는 관찰하듯 가끔씩 가봤었는데
날씨가 너무 이상하다보니
그동안 깜박 잊고 있었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목화솜이라는 것이 나무에서 나온다는 것을
예전에 책에서만 배웠을뿐
실제로 보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얀 꽃이 피듯 솜꽃이...신기했다.
목화나무 위로 호박넝쿨이 뒤덮었다.
그래도 호박넝쿨 사이로 보여지는 목화솜들과
아직 껍질을 열지 않은 두꺼운 열매들을
나혼자 보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사진을 또 찍어봤다.
시골동네의 어느집 담장옆에
부지깽이 나물(섬 쑥부쟁이)꽃이
예쁘게 피고 있는 모습이 분위기를 만들었다.
올해는 한번도 못본채 지나가는가 했더니
들길에서 '새콩'꽃을 만났다.
들판에서 피고 있는 야생꽃 중에서
노란 여우콩꽃도 예쁘지만
보라빛깔의 앙증맞은 새콩 꽃도 예뻤다.
새콩은 우리나라 토종이며
들에서 자라는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새콩의 꽃말은 '반드시오고야 말 행복'이다.
시계꽃은 언제까지 필 것인가?
가을이 깊어가고 있는데
6월 부터 피기 시작하는 시계꽃은 여전했다.
시계꽃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서
재배를 하고 있는 농장 덕분에
올해는 시계꽃을 일년 내내 보는 것 같다.
익어가는 노란 열매들은 모두 수확을 한듯...
단 한개도 보이지 않고 푸른 열매만 있었다.
어느집 낮은 창고 건물 지붕위에
늙은 호박들이 제멋대로 뒹굴고 있다.
가을이 꽤나 깊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억새꽃이 예쁘게 피고 있는 것을
돋보이게 하는 하늘이 있어줘서 고마웠다.
오후 6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에
산책을 나왔더니
생각치도 않았던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산등성이 너머의 붉은 노을과 억새...
그리고 그 앞으로
희끗 희끗 가을꽃들이 한몫을 했다.
들길을 한바퀴 돌아서 집으로 가는 시간은
점점 어두어져 가는데
들판의 풍경들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멀리 어느 공원길의 가로등 불빛이 켜지면서
산 너머 하늘은 더욱 붉어졌다.
찰나의 순간이란 저런 것인가?
누런 황금 들판과 석양빛, 그리고 공원길의 가로등 불빛을
한순간에 볼 수 있다는 것도 행운인듯 했다.
갑자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밤 바람이
싸늘하게 느껴지면서 재채기가 나왔다.
스마트폰의 기온을 보니까 이시간 기온이 17도였다.
감기들기 딱 좋을 만큼의 일교차도 그렇고
올해는 추위라는 것을 절대로 못느낄줄 알았던 이상한 가을이
이제서 제 정신이 돌아왔다는 것이 고맙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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