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야생화

비내리는 가을날 산책길에서

nami2 2024. 10. 7. 22:42

더워서 못살겠다고 투덜대던 시간들이 언제였는가 할 정도로
기후에 민감한 인간의 간사함은 어쩔수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군말없이 그냥 살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건만
며칠째 우중충한 날씨에 추적거리며 내리는 가을비는
감기들기 딱 좋을 것이 염려되다보니 자꾸만 따끈한 차 생각이 간절했다.
그래도 폭염보다는 으시시한 선선함이 몇백배 낫다는 생각은 변함없었다.

바람 한점없이 추적거리며 내리는 비는 진짜 가을비였다.
봄에는 비 한번 내릴 때마다 따뜻해지고

가을에는 비 한번 내릴 때마다 추워진다는 말이 있다고는 하지만
요즘은 그런 말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대중없이 기온이 올라갈까봐 생겨나는 트라우마 또한
웃지못할 일이라고 생각해본 것은 아직도 여름옷 차림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더운 것 보다는 선선함이 좋았고 가뭄보다는 비내리는 것이 좋기는 했다.
곳곳에서 고구마 캐고, 땅콩 캐고, 고춧대 마무리 하므로

수확의 계절이라는 것이 눈에 띄였고,식물들의 싱싱함도 괜찮아 보였다.

이틀째 내리는 비의 양은 얼마되지 않았으나
추적거리는 비 덕분에 우산을 쓰고도
충분하게 걷기운동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시골동네 한바퀴를 돌다보니
딱 한개의 감이 비를 맞은 모습도 참 예쁘게 보여졌다.

가을비 덕분에 가뭄이 해갈되면서
식물들이 부쩍 생기가 돌았다.
그러면서 며칠새 감이 눈에 띄일 만큼
예쁜 색으로 변해가고 있더니
곳곳에서 감을 수확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집 주변 들판에는 떫은 땡감보다는
단감을 많이 심어 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손을 뻗어 나무에서 단감 한개를 따면
맛있게 먹을 수는 있겠으나
단감 알레르기 덕분에
감도둑 소리는 듣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길을 걷다가 아주 반가운 열매를 만났다.
어릴때 간식으로 먹어봤던 고염인데

생긴 것이 단감의 3배 정도 작아보였다.

늦가을에 산에서 따먹는 잘 익은 고염은 달고 맛이 있으나
아주 작은 고염속에는 씨가 셀 수 없이 많다는 것 때문에
쬐끄만 것이 어찌 그리 씨가 많냐고 웃어본 기억도 새롭다.

이 감은 홍시를 만드는 대봉감인듯...
둥굴 넙적한 단감 보다는 예쁘게 생겼다.

비내리는 날이라서 그런지
부용화 색깔이 참 예뻐보였다.
초여름에 꽃이 피는 부용화인데...

아무튼 계절과는 상관없이
화사하게 피고 있는 모습이 예쁘기만 했다.

비 내리는 날의 동네 한바퀴는
늘 뭔가 색다른 것이 눈에 띄면
'대박'이라는 소리가 중얼거림으로 남는다.

오늘 비 내리는 날에는 난데없이

초여름에 꽃이 피는 부용화를 만나게 되었다.
부용화의 꽃말은 '섬세한 아름다움'이다.

초여름에는 아침 일찍 꽃이 피면
오전 10시가 되기 전에 꽃이 시들었는데...
요즘은  오후 5시에도 꽃이 멀쩡했다.
그것도 기온의 차이인지?
어째튼 반갑기만 했다.

 

어느집 화단가에서 오랫만에 단풍부용화가 

새삼스럽게 예쁜 꽃을 피워주었다.
단풍부용화의 꽃말도 '섬세한 아름다움'이었다

비내리는 날에 너무 잘 어울리는 색깔은
노란색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수세미 꽃이 한참 절정인듯...
너무 예쁘게 피고 있었음이 고맙기도 했다.

노란 수세미꽃이 진짜 예뻐 보였다,
수세미 꽃의 꽃말은 '유유자적'이다.

오후 5시 30분
비가 부슬 부슬 아주 예쁘게 내리는데
하야 박꽃도 흩으러짐 없이 곱게  피고 있었다.

10월에는 박 넝쿨도 스스로 사라졌어야 하건만
하얀 박꽃은 꽃이니까 그냥 봐줄만 했다.
박꽃의 꽃말은 '기다림'이다.

밀림 같은 풀숲에서 나팔꽃이 모습을 보였다.
보랏빛 꽃이 비를 맞았음인지
더욱 싱그러워보였다.
나팔꽃의 꽃말은 '덧없는 사랑, 기쁨'이다.

우산을 쓰고 동네길을 한바퀴 하다보니
어느집 아주 작은 텃밭의
고구마 넝쿨 사이로 고구마꽃을 만났다.

 

비를 맞거나 말거나 우산을 내던진 후
고구마 꽃 사진을 찍어봤다.

진짜 반가웠기 때문이다.

 

요즘은 곳곳의 텃밭마다 고구마를 캐고 있었다
올해는 고구마 꽃을 못보는 줄  알았는데...
비를 맞고 있는 고구마 꽃이
왜그렇게 예뻐보이면서 애틋한지?

고구마꽃의 꽃말은 '행운'이었다.
늦은 저녁에 생각치도 않은 곳에서
고구마 꽃을 만났는데
과연 어떤 행운이 올 것인지~~?

텃밭의 무우밭에서 웃거름을 주고 있는데, 무우 이파리에서
이 녀석은 도망가지도 앉고 꿈쩍도 않는다.
메뚜기 자신에게 

인간인 내가 어떤 짓을 할 것인지 두렵지도 않은가보다.

몇 년만에 만나보는 벼메뚜기였다.
예전 이맘때는 추수한 논에서 메뚜기 잡으러 다니느라고
해가 저무는줄도 모를 때가 많았다.
어릴적에 들판에서 보았던 메뚜기가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 처럼  너무 반갑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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