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해무가 자욱한 해안가에서

nami2 2024. 7. 4. 22:32

장마라는 타이틀은 그럴듯 했지만 진짜 장마인가 할 정도로
더이상 비는 내리지 않았고 기온은 3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었다.
따끈따끈 보다  조금 더 뜨거운 표현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럴듯한 표현은 생각나지 않았다.
그냥 숨이 막힐 만큼의 뜨거운 시간들이었으나 텃밭은 나가야 했다.

며칠동안 내린 비 때문에 기승을 떠는 풀과의 씨름은 오늘도 여전했다.
그러나 오전 6시 부터 일을 하면서 오전 9시를 넘기지는 못했다.
뜨거운 날씨는 오전 9시를 넘기지 못하게끔 제재를 하는 것 같은데...
스스로 알아서 밭에서 철수하라는 뜻 같았다.

오후 5시쯤 해안가에 볼일이 있어서 나가봤더니
뜨끈뜨끈 했던 열기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할 정도로
해안가의 날씨는 선선한 바람이 부는 10월의 어느 날 같았다.
진짜 이래도 되는 것인가 혼자서 중얼중얼...너무 어이가 없었다.

살고 있는 읍내에서 해안가로 가는 마을버스 타기 전의 따끈함과

마을버스에서 해안가에 내렸을 때의 선선함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해안가를 걷다보니 선선한 이유를 알았다.
바다 수평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자욱한 해무...그것이 원인이었다.

자욱한 해무 덕분에 폭염에서 벗어난 해안가는 완전 신선놀음이었다.

 

오후 5시30분
바닷물과 냇물이 만나는 지점의
하얀 등대는 평온하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이곳도 수평선은 보이지 않았다.

300여년 전, 고산 윤선도가 귀양살이 했던
기장 죽성리 앞바다의 황학대...
그곳  바위산은 올해도 변함없이
참나리가 꽃동산을  이뤘다.

황학대는 거의 98 %가 바위산인데...
어찌하여 참나리가 이곳에서 자생하는 것인지
바라볼수록 신기하기만 했다.

다닥다닥~ 참나리꽃은
바위산 전체를 붉은 꽃으로 뒤덮었다

절벽 위를 올려다 보면서 사진찍었다.
참나리꽃의 꽃말은 '순결 ,깨끗한 마음'이다.

참나리꽃은 백합과의 외떡잎 식물로
여러해살이풀이다.

열매는 맺지 않고 잎과 줄기 사이에  있는
검은 콩 같은 주아가 떨어져 발아한다.

늘 바라보는 바다 한복판의 파란 등대가
해무에 휩쌓여서
보일락 말락 그런대로 멋있었다.

조금 더 걷다보니
파란 등대는 곧 사라지기 직전에 있다.

해안가의 날씨는
가디건이라도 걸치고 싶을 만큼 선선했다.

드라마 셋트장이었던 때가 언제였는지?
어느순간 부터는
꽤나 아름다운 곳이라고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셋트장 주변 바다의 파란등대가  사라졌다.
언제 그곳에 등대가 있었는가 할 정도로
해무는 더욱 자욱했다.

이 풍경 속에는 언제 파란등대가
옵션 처럼 따라다녔는데...
등대는 완전히 사라졌다.

같은 바다라도 먼곳의 해안가에 위치한
등대는 해무속에서 가물가물이다.
테트라포트 틈새로 찍어본 먼곳의 하얀 등대였다.

 

좀 더 가까이 가봤더니 자욱한 해무는
점점 더 해안가 까지 점령하고 있었다.

풍어제를 지내는 포구 입구의
거북바위 주변에는 작은 갯바위들이 많이 있었지만
이제껏 거북바위 혼자 있었던 것 처럼 보여졌다.

해안가 산쪽으로는 선명했다.
데크 길의 산책로는 걷고 싶었지만
선선한 바람은 가디건 생각이 날 정도로
아주 춥다는 느낌이었다.

거북바위도
해무 속으로 곧 들어갈 것 같았다.

해안가를 한바퀴...
마을버스 길을 따라서 해안로를 걸었다.
버스가 10분 정도에 도착 할 것 같아서
걷기를 멈추었다.

버스 승강장에 앉아서

버스 올 때 까지 바다를 보며 멍때리고 싶었다.
수평선은 아예  보이지 않았고, 파란 등대를 잡아먹은 해무는
홀로 남은 거북바위 까지도

어떻게 할 것 같았지만 끝까지 지켜볼 수는 없었다.

 

6시 버스를 보내놓고나면 그 다음 버스는 6시 45분에 있다.
해안가를 드나드는 마을버스는 오직 1대...
너무 귀한 존재였기에
그 버스를 타고 해안가를 빠져나가려면 멍때리기도 대충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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